산들바다, 맑고 푸른 하늘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가벼운 설레임들의 별빛 해후,
우리는 당진의 장고항으로 주꾸미와 갑오징어를 만나러 가고 있다.
이런 두족류들의 보고인 오천이나 홍원쪽보다 덜 알려진 장고항은
둘리님과 감성킬러님이 주선하여 11명 오붓하게 다녀올 계획으로..
미리내 가로등의 안내를 받는 3시의 서해고속도로는 단숨에 질주하는
스키장과 흡사하니 금세 송악IC이다.
활등같은 굽은 예쁜 마을을 돌아 옥야천리(沃野千理) 석문방조제를
건너 장고항에 도착했다.
6시가 넘어 출항인데 9.77톤의 배에 11명이 승선, 널널하다.
아직 어둠이 내려앉아 있어 선등을 켜고 항구에서 10분 거리의 바다에
채비를 투척했다.
옷을 제대로 입었으나 스며드는 바람이 스산하고 까칠하다.
수심 10m남짓.. 중간에 계신 털보아저씨가 갑녀를 먼저 안는다.
자고 있을 시간에 바람난 갑녀인가보다.
연달아 3수를 낚는데... 갑녀들은 털보를 좋아하나보다.
이럴 줄 알았다면 나도 턱 수염을 기를 걸.... ㅎㅎ
가벼운 공포감...
여기저기 간간히 올라올 뿐...
난, 정신을 집중하지만 별 반응이 없다.
정말 딱 1년만에 주갑을 만나로 왔는데 감각을 잃어서인가?
11시쯤에 물때 맞춰 입파도 부근으로 본격적인 주군(주꾸미) 사냥할 계획이니
일단 여기서 갑녀(갑오징어) 잡으라고 선장님이 명 하신다.
2시간 동안 뒷전에 앉은 난 허탕질이다.
3번정도 묵직한 느낌으로 끌려와 쿵쾅대는 가슴을 쓸어내며 올려보니
빈 벚굴껍데기와 쓰레기이다.
감성킬러와 둘리가 선수에 나란히 앉아 나의 끙끙대던 휘우듬한 꼴을 보며
입을 귀에 걸고 용골때질하고 있다.
저!저~~ 쥑일 넘들...(독자님들 이해해 주세요..^(^ ㅎㅎㅎㅎ)
나의 얼굴은 곧바로 붉게 익은 감홍시로 만들어 버린다.
어디 두고보자.... ㅋㅋ
나도 한때는 서해바다에 꽃바람을 일으켰던 용감한 무사였는데...
10시가 다 되어간다.
겨우 주군 2마리....
윽!~
감성킬러님이 빙 돌며 갑녀를 다 걷어간다.
내 쿨러는 볼 생각도 아예 않고 동짓달의 찬바람을 일으키며
힐큼 쳐다보더니 알다가도 모를 흠흉한 살인미소 남기고...
쌔~앵!~ 지나간다. 저~~ Sea!!!! ~~ ㅎㅎㅎ
핫~핫 타 들어가는 자존심..
그래~~ 낚시의 미학은 기다림이다.... 암!~ 그렇구 말고...
" 주야조사님! 갑오징어 드시러 앞으로 오세요~~ "
......음........ 가야되나 말아야 되나............
캬!~ 옥로 이슬이 한잔에 혀를 감는 옥체 갑녀의 황홀한 목 넘김....
아!~ 꿀꺽!!!!!~~~ 괴롭다... 자존심...
" 빨리 안오시면 금방 없어지니 알아서 하세요..."
둘리 묵소리이다..
저!저!저!~~ 쥐~~~기~~일~~ 넘덜!!! .... ㅎㅎㅎ
자존심 장고항 바다에 버렸다...
휭!~~ 달려가서 몇 잔 받아 마셨다.. 아! 이 맛이야!~~
아! ~~ 인간의 언어로는 뭐라고 딱 부러지게 표현키 어려운 몽환적 분위기...
자연속에 풀어놓은 마음과 함께 우리들은 모두 눈시린 하늘보며
아름다운 가을그림을 그리고 있다.
늘 고맙고 감사한 아우님들이다.
입파도 서쪽으로 배를 몰았다.
본격적인 주꾸미사냥이다.
주꾸미는 10~15m권 자갈,모래,진흙이 섞인 사니질대에 서식하며 꽃게,새우를
먹이로 취하며 그 중에서도 유독 바지락을 좋아한다.
같은 장소에서 어제와 오늘의 조황이 비교되는 것은 가을의 하늬바람 즉,
북풍이 분 뒷날이 조황이 좋다는 설도 있는데
물살이 센 사리때 보다는 물색이 살아나는 조금이 지난 사리때까지가
좋을거라는 판단을 가져본다.
물 흐름도 웬만하여 배의 이동으로 탐색영역이 넓어지는 잇점에다가
물색도 좋아 주꾸미나 갑오징어의 시야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날도 수심12m권으로 바닥이 봉돌에 닿아 전해지는 느낌으로 보아
사니질대의 중간 중간에 마치 여밭같은 느낌의 조개밭이 형성되어 있는데
껍데기들과 함께 뭍혀있어 그 곳에 입질이 활발하니 느낌이 뻘밭이라고
판단되면 낚싯대를 약간씩 이동시켜 조개밭으로 채비를 이동시켜줘야 한다.
주꾸미들은 바지락을 움켜쥐고 있다가 숨을 쉬기 위해 입을 벌리는 순간
발을 넣고 진액을 빨아먹어 고사시키는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주로 물돌이 시간대에 활발한 입질을 주고 있고 좀 뜸할때는 주꾸미 볼 20cm
정도 위에 아침에는 녹청계열의 애기를 오후에는 주황색 계열의
애기에 잘 붙었다.
바로 옆의 잘 잡던 일행의 몇분 애기를 훔쳐보며 수시로 변환하여 따라 했더니
역시나였다.
라면에 주꾸미를 넣어 삶은 것에 한마디로 뿅~갔다.
입을 호강시켜 주는 시간...
먹물에 잠긴 라면과 주꾸미의 어울림 맛은 반드시 예술이었다.
바보처럼 이슬이와 함께 그 라면을 정신없이 마시다 보니
오후에 내가 운전을 하기로 한 약속에 문제가 될 정도로 .. 깜박잊고...
어떡하나??? 미련하게스리~~
3시가 넘었다.
주꾸미는 40수 정도 잡았다.
국화도쪽으로 배를 이동하여 갑녀 사냥길에 올랐다.
방파제와 등대 안쪽은 갑녀들의 무도장인 듯 하다.
여기저기 줄기차게 잘 올라온다.
아까 중간중간에 잡은 5마리의 갑녀와 이곳에서 30분동안 잡은 5마리 포함,
10마리의 갑녀와 주꾸미 40수 정도의 수확으로 마감했다.
차라리 여기 포인트에서 줄곳 했다면 제법 많이 잡았을 것 같다.
아직 처녀지 같은 장고항은 오천항에 비해 조사님들의 비호감의 원인을
좀 알 것 같다.
오천항의 시즌보다 좀 늦게 시작되고 11월 말까지 좀 늦게 마감되는
곳이라고 하니..
관심 있으신 조사님들은 조황을 지켜 볼 일이다.
풍랑도원님과 함께 오신 일행이 그동안 잡은 주꾸미와 갑오징어를 큰
살림집에 넣어 뱃전에 매달아 놨는데...
아뿔사!~ 구멍이 나서 다 돌려 보내버리셨다... 어떡하나???
모두 조금씩 나눠드리긴 했으나 ... 많이 드리지 못해 송구한 마음....
자주 목격하는 사항인데 가급적이면 살림집 사용을 억제하시는게 바람직하다.
무게에 못 이겨 구멍이 쉬 날수 있고, 줄이 끊겨 통째로
날려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담한 장고항 포구, 갯벌과 바다를 품고있는 정결스런 조용한 어촌이다.
망년지우, 목가적인 여행에 동행한 소중한 친구들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7시에 집에 도착하여 갑녀 5마리 챙기고, 5마리는 고생하신 원바다님께
가족이 무척 좋아한다기에 드렸습니다.
다들... 너무 맛있게 먹네요..
즐겁고 보람있는 하루였습니다.
2010년 10.19일 <주야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