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에 쓰는 조행기....
지난 9월 10일 출조 카페를 개설하고 나름 정신없는 날의 연속이었다.
취미로 즐기는 낚시와 업(業)으로 삼는 낚시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혹자는 말한다.
'가장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었으니 행복하지 않냐'고...
맞는 말이다.
바다를 만날 기회가 더 많이 생겼고, 더불어 많든 적든 수입이 발생하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부담도 더 커져 버렸다.
취미로 즐길 때야 고기가 나오든 말든, 출조 전의 그 설렘이 마냥 좋았고 '손떨림'으로 고민하느니 그냥 질러버리면(?) 마음이 편했었지만...
손님을 모시고 바다로 나가는 마음 한켠이 자꾸 무거워지더니 두 달만에 결국 노이로제 증상까지...
문제는 조황이다.
알 수 없는 바닷속, 어제까지 잘나오다가 갑자기 입을 다물어 버리는 야속한 고기들, 미국, 일본, 국내 기상까지 면밀히 검토했음에도 나가는 날 갑자기 터져버리는 바람...
뱃전에 왁자지껄 터지는 그 열띤 함성을 기대했건만, 하염없이 쳐져만 가는 분위기...
다행히 위로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좋은 분들이 많은 덕을 보았지만, 내 마음의 빚은 그 무게가 줄어들 줄을 몰랐다.
<어부지리>와 <낚시춘추>에 인천권 광어 루어에 관한 블루님의 기사가 올라왔을 때만 해도 그저 무덤덤한 마음이었음을 굳이 감출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블루님이야 침선배를 타서도 루어로 광어를 뽑아내는 실력을 현장에서 보지 않았던가?
갑오징어 많이 잡기 내기가 붙었을 때도 그 탁월한 감각에 감탄하다 패배를 겸허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기억도 있었고, 보팅으로, 때로는 농어 전용선으로 루어 분야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는 모습은 마치 딴 세계의 사람 같아서 그저 경외의 대상이었을 뿐..
그런 블루님을 따라 잡으려고(동출의 기회) 무던히 애썼지만, 불루님 직장의 빡센 근무 일정에 번번이 발목을 잡히다가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사리의 빠른 물심에 인천권 광어 루어 출조!!!!
오랜만에 블루님을 만난다는 즐거운 마음이 앞선 게 맞을 것 같다.
조황에 대한 기대???
안했다고 하면 거짓말일 테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일 거다.
연안부두에서 만난 루어 전용선은 37인승의 FRP 배.
그 덩치에 걸맞게 참 느려 터졌다.
언제 포인트에 도착해서 언제 낚시를 할지...세월아 네월아~~ㅋㅋㅋ
농어배의 날렵함도 없고, 침선배 특유의 작렬하는 엔진음도 없이 그저 조용히 바다를 가르며 소(牛)처럼 한가로이 목적지를 향하는 모습에 괜히 피시시 웃음이 난다. (루어와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느낌???)
어쩌면 우리 모두는 '스피드의 환각'에 빠져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친다.
빨리 포인트에 도착해야 하고, 빨리 고기를 잡아야 하고, 빨리 먹어야 하고, 빨리 쿨러를 채워야 하고...
이런 건 바다가 준 건 아닌 것 같다. 내 생각이 그렇게 만들었고, 내가 지불한 돈이 내 생각과 마음을 지배해 버렸고, 그 결과 가장 여유로와야 할 취미생활이 오히려 내 마음을 옭죄는 올무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
인천권의 낯익은 섬들을 스쳐 지나면서 하나하나 디카에 담고, 낚시할 시간을 기다리는 마음은 온통 여유가 차지했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기에 오히려 낯선 감정.
그 감정의 낯간지러움을 즐기다보니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나 보다.
잦아드는 엔진음에 퍼뜩 눈을 들어 바다를 보니 스쳐 지나가던 섬이 코 앞까지 다가와 있다.
'그렇겠지...'
침선낚시에서의 '섬'은 소위 말하는 '대박'의 기억은 아닌게 분명하다.
온통 흐려진 물색을 피해, 그런 물색을 만든 빠른 조류와 바람을 피해 도피처처럼 쫓겨왔던 기억이 많아서일까?
연안 갯바위 루어에서의 짧은 경험이 '다운샷리그'를 낯설지 않게 했다.
카본 4호줄로 쇼크리더를 합사에 직결하고(도래의 사용을 비추하는 블루님의 권유에 따라), 봉돌이 달릴 위치로부터 40cm 위에 웜훅 #3/0을 묶어 나갔다.
바늘의 방향은 하늘을 향하게 하고, 원줄과 바늘이 이루는 각도는 가급적 직각으로...
매듭을 살살 만져가면서 기본에 충실하려고 애쓰는 것도 블루님 덕분~~^^*
웜을 끼는 방법도 배운대로...
실전 고수의 노하우를 하루 아침에 따라잡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런 고수가 지금 내 옆에 있다는 건 분명 나의 복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아니었던가.
이윽고 입수신호와 함께 낚시가 시작되었다.
봉돌로 바닥의 지형을 차분히 읽어나가면서 로드에 손끝 감각을 집중시켰다.
이런 몰입이 나는 참 좋다.
어느 순간 참돔 타이라바대에 강한 밑걸림 같은 충격이 전해졌다.
반사적으로 손목 스냅을 이용해 챔질 후 어초에서 만세를 부르 듯 로드를 뽑아들었다.
수평 릴링은 우럭낚시에서의 기본.
틈을 주지않고 릴링을 계속하자 제법 준수한 씨알의 광어가 수면에 모습을 나타낸다.
랜딩에 성공하자 좀 어이가 없어진다.
'뭐 이렇게 쉽지???'
한 번 탄력을 받자 그 뒤로는 일사천리.
굳이 조과를 자랑 삼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손끝 감각이 무딘 축에 드는 내가 이 정도로 쉬워한다면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리라.
처음 광어 루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의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광어를 만나는 과정이 너무 쉬워서 오히려 불안했다고나 할까...
그 뒤 틈만 나면 연안부두로 달려가는 병(???)이 생겼다.
바다 냉장고에 넣어둔 광어를 꺼내러 가는 기분으로....
20년전에 우리가 방생한 광어들인데...ㅎㅎㅎ
주인 몰래 뽑아가면 불법*** ....
같이가면 그냥 묵인해 줄라했더니만.....
1번만 더 기회를 드릴테니 꼭 연락하세요.....ㅎㅎㅎ
즐감과 즐독.. 역쉬 감성님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