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음력 1월 1일.
민족 2대(二大) 명절 중 하나인 설날.
어영부영, 대충대충.... 설의 의미를 미처 되새길 틈도 없이 집을 나섰다.
무엇인가 굉장히 미진한 느낌!
이런 느낌을 시쳇말로 흔히 ‘화장실 갔다 와서 밑 안 닦은 느낌’ 이라고 하던가?
지난 번 가거초 출조의 아쉬움이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서이리라.
‘가거초’가 주는 의미를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으리라고 본다.
복잡하게 발달한 물밑 지형 때문에 영등철, 산란철의 고된 산고(産苦)를 겪어야 하는 물고기들이 호된 겨울 수온의 압박을 잠시 피해 가는 정류장.
그 시기를 잘 맞추기만 하면 쿨러 조황이 언제나 보장되는 곳.
그렇기에 가거초에 우럭이 입성(入城)하면 어선에 낚시배에....
치열한 자리다툼이 때로는 우리 낚시인들에게는 불편하게도 느껴지는 곳.
지난 가거초의 단체 출조는 내게 또 다른 시련(?)을 가져다주었다.
그 시련의 근거는 터무니없는 자만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인할 길이 없다.
어줍잖은 경험의 맹목적인 신뢰로 인한 오판.
하나.
먼 바다 침선 낚시의 경우 내만권의 물심이 빠를 때 오히려 적당히 물이 가는 조건이 된다. --> (가거초 역시 그럴테지.) --> 목포 연안의 저수위가 마이너스까지 내려가지만 가거초에는 물심이 적당하지 않을까?
둘.
가거초 낚시 최대의 적(敵,???)은 작업선(어선)이라고 들었는데, 사리의 빠른 물심일 때는 가거초에 어선이 들어오지 않는다. --> (사리 때 그물쳐서 그물을 다 버릴 일은 없을 거야. 분명 그럴 거야) --> 제발 그랬으면...
이 두 가지의 안일한 판단이 결국 일을 그르쳤다.
목포 연안 물때의 고저차가 심할 때와 표층 수온이 곤두박질 칠 때는 가거초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의 확인이 어쩌면 성과(?)일지도 모르겠다.
가거초로의 첫 번째 출조를 망친 이후 여수의 본격 열기 시즌을 접했다. 연일 계속되는 호조황의 중심에서 열기 낚시를 즐길 때 쯤 다시 가거초로부터 낭보가 들려왔다.
연 이틀 대박 행진.
역귀성(逆歸省)의 무지막지한 교통 정체를 뚫고 가거초로 출발한 가장 큰 이유는 좀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싶어서였다.
이 날의 고저차는 4.5m 내외. 지난 출조 때의 저수위가 마이너스였는데, 오늘은 다행히(?) 1cm까지는 수위가 올라온다.
최고 수위는 453cm. 과연 이런 물심에서 가거초는 폭발력을 보여줄까?
만약 그럴 수 있다면 긍정적인 데이터를 하나 가지는 셈이 된다.
이미 확보해 놓은 부정적인(?) 데이터에 더해진다면, 적어도 가거초의 적정 물때를 판단하는 작은 기준 하나는 마련하는 셈이다.
6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가거초는 그야말로 무주공산(無主空山).
작업선 하나 보이지 않고, 가거초 해양기지의 소형 풍력 발전기의 프로펠라가 미동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바람 한 점 없는 날이다.
일단 느낌이 좋다. 겹쳐 입던 외피(外皮)를 벗어 던질 정도로 화창한 날씨에 성급하게 봄의 기운을 느껴본다. 이번 겨울의 지독했던 한파(寒波)에서 빨리 벗어나고픈 마음 한 켠의 부추김이리라.
잦아드는 엔진소리는 어쩌면 선상낚시의 알람시계일지 모른다. 코를 골며 곤한 잠을 자던 사람들을 힘껏 깨울 이유가 없다. 고속정 엔진의 굉음 속에서 잘만 자던 사람도 오히려 엔진 소음이 잦아들며 소음이 줄어들면 희한하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조건반사...
먼 시간을 항해했던 목표에 도달했음을 알기 때문이다. 낚시배를 탔으면 낚시가 목적!!!
그 분명한 이유 앞에 그 어느 누구도 예외는 있을 수 없지 않을까.
드디어 첫 입수.
단차 50cm, 5단채비에 오징어채를 7cm 정도로 짧게 끼우고 봉돌을 힘차게 내렸다.
가거초의 암초는 매우 거칠다. 비교적 평탄한 지형이 있는 반면, 20m 높이로 가파르게 상승하는 곳도 드물지 않다.
바닥을 차분히 더듬으며 입질을 기다리는 순간, 전동릴의 수심계가 24m를 표시하자마자 입질이 시작된다.
“몇 미터야?”
“23”
옆에 다정한 모습으로 낚시를 즐기시던 부부조사 일행 역시 나와 비슷한 수심층에서 입질을 받아낸 모양이다.
제법 쓸만한 씨알의 우럭을 세 마리 태우고, 재차 입수.
가거초는 채비 회수 신호가 울리기 전까지는 낚시를 계속해도 무방하다.
그만큼 포인트의 길이도 넓이도 충분하다는 의미.
채비를 다시 내리면서 수심을 24m에 맞췄다.
기다렸다는 듯 물고 늘어지는 우럭의 앙탈(???)
잠시 기다렸다가 갈치낚시 하 듯 초저속 릴링을 시도했다.
쿡쿡 쳐박히는 로드의 움직임을 손으로, 눈으로, 가슴으로 즐기며 채비를 회수하자 다섯 바늘에 모두 우럭이 달렸다.
이 후론 속전속결의 작업모드.
수심이 얕은 지역에선 바닥부터 천천히 감아 올리는 방법으로, 24m를 넘는 수심에선 딱 그만큼만 내리고 유영층을 찾아 나갔다.
빈 채비를 회수하는 일이 없을 정도로 대단한 개체와 활성도.
낚시를 시작한지 3시간만에 쿨러를 다 채운 사람이 거의 반 정도.
이건 1차적으로 ‘손의 빠르기’로 인함이다.
채비를 내리고 입질을 받아내고, 줄을 모두 태우고, 태운 고기를 갈무리 하고 다시 채비 투입.... 이 일련의 동작들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진행되면 채비 투입 횟수가 늘어나게 된다. 조과가 나이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날 가거초 낚시를 하면서 한가지 재미있었던 사실은 ‘유영층 파악’의 중요성을 새삼 다시 느꼈다는 점이다.
입질이 집중되는 수심이 15~20m권을 많이 벗어나지 않았다.
20m가 넘게 나오는 포인트에서 바닥을 포기하고 그 수심을 고집하자 거짓말처럼 물고 늘어지는 입질을 매번 만날 수 있었다.
시간을 줄이는데도 물론 효과 만점인 방법이었지만, 바닥을 포기한 덕분에 봉돌이나 채비를 전혀 뜯기지 않았다는 사실.
물론 이 방법이 매번 효과가 있으리라고는 단언하기 힘들다.
단 한 번의 성공으로 매뉴얼을 삼기엔 턱없이 정보량이 부족하지만, 침선이나 어초 낚시의 경험과 견주어 봤을 때, 실험해 볼만한 충분한 가치는 있으리라 확신한다.
혹시라도 가거초를 가시게 되면 그 날의 상황을 잘 판단하시고, 한번쯤은 시험해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