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은 1년에 한두번 있을까말까한 조수간만의 차가(678/-31) 무려 709cm나
되는 9물때로 조개잡기엔 그만인 날이다.
영등철 낚시보다 조개 잡는것이 좋겠다 싶어 몽산포로 가서 맛이나
잡을까 하여 지인들과 함께 가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그러나 느닷없이 전날 동행님이 전화가 왔다.
" 배에 4분정도 자리기 났으니 중노동 노가다 맛잡지 말고 담치 따러 가셔유~ "
선사의 정원관계로 몇분께 양해를 구해서 4사람을 맞췄다.
태안에 사는 동행님은 내 마음에 꼭꼭 숨겨두고 혼자만 가끔 꺼내보고픈
고운 마음으로 인간미가 넘치는 나에게 그런 소중한 사람이다.
어둑새벽 5시가 좀 넘어 수원으로 달렸다.
콜롬보님과 함께한 일행과 조우하여 우리 3명은 안개가 자욱한 고속도로를 달려
큰 편안함을 주는 태안(泰安)의 어패지향(魚貝之鄕) 학암포로 가고 있다.
새벽 2시경에 출발하던 조행(釣行)길과는 달리 설레이는 맘은 같지만
중간에 한번 더 가첨잠을 잘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출발하니
몸도 정신도 맑고 여유롭다.
약 한달전에 바다를 만나고선 처음이다.
바다를 만나면 몸의 회색빛 세념탁기가 다 빠져나가고 생기가 충전되는데
그 충전이 약 한달 정도는 가는 것 같다.
안개로 바다가 자욱한데 10시 정도에 배를 탓다.
반겨주는 분이 계셨다.
포세이돈호 선장님 그리고 이 스카이호의 기선장님이신데
오랫만에 뵈니 더욱 반가웠다.
안개로 시야가 200m남짓, 조심해서 20여분 달려 제법 큰 여에 도착했다..
우수가 지났으니 봄은 봄인데
아직도 그 바람속엔 겨울이 숨어있다.
사람들이 벌써 부산하게 작업중이다.
홍합의 굵기가 초등학생 주먹만한 것들이 여기저기서 우릴 반기는 듯 하다.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하나가 내 손안이 넘칠 정도로 보기드믄 크기다.
삶으면 알은 한입 가득 될 듯 하고 이 정도의 크기라면 50리터 쿨러는 2시간이면
충분이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50리터의 쿨러를 채운다??
늘 목표가 그거지만 언제나 밑에 맴돌던 꿈이 아니던가...
어느것이든 채운다는 게....^(^ ... 설레인다..
정신없이 채취하며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지척에 지긋한 분이 계셔 인사를 건넸다.
인사에 눈을 지릅뜨고 쳐다보시면서 급히 인사를 받으신다.
굽은 등과 손에 박힌 굳은살이 이곳이 어떤 삶의 터전인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태안유류 사고의 흔적은 이미 다 찾아 볼 수는 없지만 수활스런 노인의 얼굴에는
아직도 그 고통의 흔적이 이마의 주름살을 타고 역역히 보인다.
땀이 난다. 좀 쉬었다 해야겠다.
가트노을 조랑(潮浪)은 여를 훑고 지나가며 휘바람을 분다.
그런 흑탕물 격류가 겁이나지만
여의 움푹파인 곳의 잔물결은 반갑다는듯이 자그락 자그락 말을 건네온다.
저만치 옹기종기 모여있는 안개속의 실루엣 작은 알섬들은 완성도 높은 조각예술이요,
가치를 매길 수 없는 한폭의 동양화이다.
정말 살아있는 박물관이라고 할까.. 유유자적하던 옛 선비의 품성을 닮았다.
손이 아프다.
얼마나 열심히 칼로 털을 잘라냈던지 장갑이 펑크가 나고 손에 물집이 생겼다.
격류속에 바위에 붙어 태산같은 파도까지 물리치며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악스럽게 붙어 있어야 하니 접착성이 강할 수 밖에 없고 단백질성 섬유인
이 실같은 다발의 발.. 즉, 족사(足絲)는 마치 우리 낚시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합사와 같이 강도가 있다.
여에서의 행동이 위험하기 때문에 한두잔씩만 건네는
주향은 가슴에서 화선지 물감 퍼지듯...
짜릿하게 몸을 경련시킨다. 마음이 함초롬 이슬머금은 목련처럼 맑아진다.
1시가 좀 넘었는데 철수한단다.
내 혼자 수확한 것만해도 포대로 두개쯤되는데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학암포 유지님들이 총 출동하셨단다..
몇 분은 숨어있던 큰 자연산 전복까지 잡으셨다.
그분들끼리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전복의 매복요령을 터득했다..
다음엔....ㅎㅎㅎ
다들 많이 채취했다.
스카이호 기선장님이 그러신다. 큰 부담없이 오시라고... 잘 안내해 주시겠다고..
지역인의 논밭과도 같아 물론 많이 채취해 가면 안되겠지만
어느 정도는 괜찮다고 한다.
내려서 부근 식당에 갔다.
컬컬한 목에 시원한 맥주한잔 그리고 지금 제철인 얼큰한 굴짬뽕이 한방에서
말하는 풍목(風木)의 계절, 봄의 새 기운을 돋게한다.
* * *
9군데 정도 조금씩 나눠주고 집에 오니 7시가 넘었다.
교회간 마누라님 오기전에 깨끗이 3번 정도 씻어 삶아뒀다.
아들 내외와 함께 싱싱한 환상의 봄 밤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올 시간이 넘었는데..
안되겠다.
알이 꽉꽉찼다.
알은 보통 샛바람(동풍)이 불고나면 살이 쪼그라들고, 하늬바람(북서풍)이
불면 다시 살이 찬단다.
동풍은 조개뿐만 아니라 조업까지 영향을 줘 바다사람들에게는
이래서 대접을 못 받나보다.
촐촐하여 몇개 집어 이슬이 한잔 쭈~욱!~하고 입에 넣어 씹는 순간...
녹는다~ 쫄깃쫄깃하다~ 감칠맛난다~
이 정도의 표현을 넘어서는 언어가 또 있을까 싶다...ㅎㅎ
* * *
홍합(紅蛤)을 삶아 놓으니 색이 두가지 종류로 분류되었다.
주황색 가까운 붉은색, 그리고 흰색에 가까운 것으로서
붉다고 해서 붉을 홍(紅), 조개 합(蛤)으로 붉은색은 암컷이고 좀 흰것은
숫컷인데 여자라서 그런가..ㅎㅎ 붉은색의 맛이 좀 나은 것 같다.
이 홍합을 규합총서에서는 담채(淡菜) 라고도 하며,
강원도 쪽에서는 '섭'이라고도 한단다.
삶아 까먹으면서 혼자서 배꼽을 잡았다.
어찌 그리 거시기와 똑 같을까?? 털까지 붙어 있으니... ㅎㅎㅎㅎ
조선시대 본초강목에서는 이 홍합을 동해부인(東海夫人)이라고 불렀단다.
부인(夫人)은 남의 부인을, 자기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인데,
왜 이 홍합을 부인으로 표시했을까?
너무나 여자의 생식기와 흡사하여 남정네들이 까 먹으면서 좀 쑥스러워 느스레
그런 존칭을 붙이지 않았을까?..ㅎㅎ
* * *
성분도 고단백 저지방 다이어트 식품으로 비타민 C와E, 칼륨, 미네랄이 풍부하여
체내에 쌓인 나트륨을 잘 제거해 주고
또 간을 해독시켜주는 타우린이 풍부, 콩나물과 함께 끓여 드시면 맛이 어꾸수하고
천연조미료 향으로서 감칠맛나며 시원하고 담백하다.
무엇보다도 우리 낚시인처럼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간을 보호하는
숙취해소에 최고라고 한다.
산란기가 시작되는 늦봄(해수온 5~7'c)부터 여름까지(15~17'c)는 패류독소로
식중독 위험이 있어 잡수지 말것을 당부한다.
해수온이 18'c가 넘기 시작하면 패류독소도 자연 소멸된다고 한다.
또 가야겠다.
사리때이니 우럭들의 유혹도 덜 할테고 아침 실컷 자고 서울서 5시경에 느긋하게 출발,
짧은 낫하나에 장갑 몇컬레, 이슬이 한명, 큰 쿨러에 돈 몇푼만 가지고 떠나면
쿨러가 보장되니
선장님 좋고 우리 좋고...누이좋고 매부좋고.. ㅎㅎㅎ
무엇보다도 서울에 오후 6시면 도착하니...
얼마나 기막힌 대박 신선놀음인가?
저는 홍원항으로 다녀왔습니다.
큰 것만 따는라고 조과(?)는 별로였지만 인천에와서 동호인들과 몇몇모여 연탄불에 끓여 실컷 먹고도 남았답니다.
1년에 한번 그것도 우뢰기낚시하기 어려울때 이런 기쁨을 맛볼 수있으니 또한편의 즐거움였답니다.
그런데,홍합채취하는 일이 쉬운일만은 아니던데요..아직도 온몸이 쑤셔 이번주 우뢰기 낚시 갈 수있을런지..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