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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흥에서의 화끈한 손맛을 뒤로 하고 귀경을 서두르는데 행운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형님~ 목포로 바로 가셔도 되겠습니까?”
‘엥??? 바로??? 다음 날 카페 회원님들을 모시고 가야 하는데 오늘???’
내 머릿속의 계산기가 요란스런 소리를 내며 돌기 시작했다.
우럭낚시에서의 목포를 떠올리면 내 기억은 월간 낚시 잡지의 기사가 항상 먼저 나타나곤 한다.
‘우럭낚시의 불모지에서 출항하는 우럭 선단’
우럭을 고기 취급(?)도 하지 않는 남녘땅에 우럭을 주 대상어로 출항하는 선단의 출범은 당시 상당한 이슈였다.
그리고 초창기 손 타지 않았던 침선에서 쏟아지던 우럭 입질의 그 가공할 폭발력이 눈길을 끌었었다.
그 때 나는 선상낚시 쪽은 꿈도 꾸지 않고 있던 때였음에도 쏟아져 나오는 우럭의 어마어마한 개체에 경이로운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생각나곤 한다.
우럭 자원의 고갈에 대한 염려가 해마다 어김없이 반복될 만큼 서해권의 우럭낚시는 위기 상황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하기야 15년 전의 낚시 잡지에도 똑같은 걱정이 실렸던 걸 <어부지리>를 통해 알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지만, 늘어만 가는 선상 낚시 인구는 상대적으로 포인트의 수(數)에 대한 염려를 크게 해놓았다.
한정된 포인트에 많은 낚시 배…
첨단 전자장비의 발달로 다른 배의 항로 추적이 가능해졌고, 네 포인트 내 포인트의 구별이 모호해졌다.
‘OO호 포인트를 XX호가 가서 다 털었다.’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오늘 △호가 두드린 침선을 내일은 ▲호가 가서 털고…
침선(沈船)들이 쉴 틈이 없다보니 조황을 내는 일이 무척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다음 날로 잡혀 있는 카페 출조의 회원 인솔을 친구가 기꺼이 맡아줌으로써 망설임을 줄여내자 목포행이 한결 가벼워졌다.
가장 궁금한 부분은 산란을 끝낸 우럭이 깊은 수심의 침선에 과연 들어와 있는가의 여부와 깊은 수심의 침선에서도 우럭이 웜에 반응을 보일까의 확인.
수온이 한참 피크치를 향해 달릴 때 우럭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낼 수 있다면 선택의 폭을 넓힐 수가 있다.
선실에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잠든 기억도 없고, 꿈도 없이 깊은 잠에 빠졌다가 누군가 깨우는 소리에 겨우 눈을 떴다.
포인트 도착이 가까워져 엔진 소리가 줄어들면 반사적으로 잠에서 깨어나는 ‘선상꾼의 본능’도 연일 출조의 피곤함은 피해 갈 수 없나 보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낚시 준비를 마쳤다.
첫 번째 포인트는 최고 높이 10m의 그물 침선인 모양이다. 습관처럼 빨간 색 미노우 웜을 꺼내 3단 채비를 세팅하고 힘차게 입수.
바닥을 찍고 6m를 들어 반응을 기다렸다.
에구~~~ 입질 전에 밑걸림이 먼저 찾아왔다.
3단 채비를 몽땅 털리자 슬며시 오기가 고개를 든다.
집요하게 다시 웜을 세팅하고 바닥에 닿기 8m 전에서 정지.
평소 같으면 바닥부터 타고 올라오겠다고 기를 썼겠지만, 그물 침선의 높이가 주는 중압감이 상당하다.
“적중!!!!!”
앙칼지게 초릿대를 가지고 가는 우럭의 입질이 새삼 다시 반갑다.
‘어제의 손맛은 어제의 일이고, 또 다시 찾아온 오늘의 손맛은 감사할 따름이고…’
끝 간 데 없는 낚시 갈망은 그동안의 피로를 한 방에 날려버린다.
4짜, 3짜 중반의 준수한 씨알이 쌍걸이로 수면에 모습을 나타낸다.
입수할 때 마다 빈 채비로 올라오는 일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활성도.
깊은 수심에서도 역시 웜은 위력을 발휘한다.
입질이 소강상태를 보이자 포인트 이동 결정.
두 번째 침선은 규모가 훨씬 더 크다.
바닥 수심을 확인하라는 선장님의 멘트. 그리고 침선의 제일 꼭대기 부분에서 입질이 들어올 거라는 안내에 따라 바닥 수심을 확인했다.
전동릴 수심 설정을 대충 해놓았더니 어탐기의 수심과 맞질 않는다.
20m 내외라면 오차 범위가 그렇게 크진 않으니까 나만의 데이터를 빨리 찾으면 그만이다.
입수 신호에 맞춰 채비를 내리고 바닥 16m 전에서 정지. 입질 혹은 밑걸림을 차분히 기다렸다.
침선낚시의 요체(要諦)는 ‘유영층 찾기’
밑걸림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초반의 밑걸림은 침선의 형태와 입질층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밑걸림이 생겼을 때 또는 입질을 받았을 때 전동릴의 수심층을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만 가진다면 별로 어려울 게 없다.
바닥 16m 전에 수심층을 맞춰놓고 배의 흐름을 쫓아가던 중 침선에 닿은 느낌이 로드로 살짝 전해진다. 지체없이 만세를 부르며 밑걸림을 피해내자 덜컥!!!!!
또 다시 입질의 시작이다.
채비를 내리는 족족 우럭이 물고 늘어지고 순식간에 27 리터 쿨러를 채워버렸다.
어디를 가나 우럭낚시의 내 쿨러는 27 리터를 넘지 않는다. 얼음을 넣고 쿨러에 몇 마리 담아 오기에는 더 클 이유가 없기 때문…
내 낚시에 정신이 팔려 주위를 살필 여유도 가지지 못하다가, 쿨러를 채우고 나자 비로소 주위에 시선이 갔다.
선수(船首)의 자리를 좋아하다 보니 선미(船尾) 쪽은 잘보질 못했는데, 연세가 지긋하신 손님 두 분이 침선낚시의 경험이 많지 않으신가 보다.
늘 친절한 행운님이 로드를 받아들고 시범을 보여드리자 금방 적응을 하시고 우럭 타작(?)에 합류 하신다.
‘진작 가르쳐 드리고 같이 잡을 걸…’
입질이 들어오는 시간대를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은 아마도 평생을 갈 것 같다.
후회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필요한 건 다음 행동의 빠른 결정.
이후로 잡는 건 조금 부족하게 잡으신 분의 쿨러로 속속 보내드렸다.
고맙다는 말씀이 내 낯을 간지럽게 하는 건 덤으로 보는 손맛 때문일까 아니면 고마워하시는 표정이 내 마음속의 쿨러를 채웠기 때문일까.
장마가 끝나면 모든 바다의 침선(沈船)들이 부디 어제와 오늘처럼 미쳐 날뛰어 주기를…
그리하여 바다를 찾는 모든 이들의 스트레스가 산산이 부서져 생활의 커다란 활력소가 되어 주기를…
저하구 통화하실때 목포가자구 한번 얘기라두 해주시지ㅠㅠ
일이 없어 심심한데 배까지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