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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 뜬 어둑새벽,
미명을 열면서 가쁜 숨 몰아쉬며 쾌속으로 달리던 배는 이미 자월도를 막 지나고 있습니다.
가슴속까지 서늘한 바다의 가을바람이 노루잠이지만 순간의 달콤한 잠을 깨웁니다.
다락방 선실에서 잠시 눈부침 하였더니 몸이 그런대로 개운합니다.
영흥도 화력발전소 굴똑사이로 떠 오른 태양이 양 옆에 엷은 작은 구름 끼고서는 온 바다에 눈부시게
금빛가루를 뿌려 놓습니다.
정말 탄성을 자아내게하는 아름다운 광경의 일출입니다.
일본열도를 지나가는 태풍의 영향인지 지짓대 잡지 않고는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드셉니다.
큰 파도도 아니지만 바람이 수면위를 후~후 불어 얄밉게 바다를 자꾸 성가시게 합니다.
덕적도를 지나면서 저 멀리 소녀는 보채다 잠들은 동생아기를 안고 바다에 나간 엄마를 애태게
기다리는 형상을 한 소녀바위 울도 그리고 선갑도, 문갑도가 보입니다.
배는 긴 한숨 몰아쉬며 숨고르기를 합니다.
오늘 제목의 '황제루어 여행'이란 제목은 정원 20명 타는 배가 조촐한 14명만 탓기에 널널하다하여
황제 루어여행이라고 붙여 봤으며 더 이상 다른 뜻이 없음을 알리오니 오해없으시길 당부드립니다.
* * *
첫 입수의 마수걸이 광어는 완초 친구들 2명과 함께한 배 뒷쪽에서 제가 두번째로 올립니다.
진한 몸부림, 화끈한 바늘털이, 낚싯대 허리까지 곤두박질하며 쳐박는 손맛을 뜰채로 뜨니
50이 훨씬 넘는 듯 합니다.
인증샷 한방 찍었습니다. ^*^
연이어 이어지는 함성에 윤사무장님은 카메라들고 정신이 없이 이리뛰고 저리뛰고 합니다.
정말이지 채비 넣기가 무섭게 입질이 오는데 1시간반 만에 10수 넘게 올렸습니다.
우리 사부님 정도는 어림없지만 이제 루어낚시에 대해 그래도 조금 느낌이 옴을 감지합니다.
바닥구조에 맞는 바늘의 선택, 입질의 행태, 물색 또는 그날의 날씨와 관련한 웜의 선호도,
챔질 시기 등등 여기저기 들은 이야기며 고급정보를 바탕으로 후킹빈도를 높여갑니다.
그런데 갑자기 소강상태를 보입니다.
물의 흐름이 멈춰 입질이 끊겼다는 선장임의 멘트와 함께 배는 다른 포인트로 이동합니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마음먹은 포인트에는 가지 못하고 섬 가까이 붙어 낚시합니다.
엊그제 이곳에서 자주 출몰하던 광어들의 입질이 어쩐지 신통치 않습니다.
아마도 바람하고 입질하고 많은 연관이 있나봅니다.
그렇다고 선장님은 계속 한곳에 머물지 않고 이동에 이동을 거듭하며 광어 찾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 * *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회타임의 시간대입니다.
많이 잡지 못하셨지만 1마리씩 선뜻 내어 주시는 우리 조사님들..
윤 사무장님이 저에게 윙크합니다...
윙크의 메세지는 뻔 합니다..ㅎㅎㅎ
소쿠리가 교태로운 몸짓의 광어들로 수북합니다.
바람이 선선하고 햇살이 여름처럼 뜨겁지 않지만
아!~그래도 뒷 식탁에 모두 모여 나누는 찬 이슬이 목 넘김은 한마디로 예술입니다.
서로 인사하고 소개하며 주고받는 쾌음의 잔들은 가을바람속의 바다향기로 가득합니다.
모두 매력있는 사람들,
분위기는 너와 내가 마치 바이올린과 그를 켜는 활이 되어 이 초록빛 가을바다와 눈시린 저 푸른
하늘에 울려 퍼지는 교향곡으로 탄생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사랑스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의 이렇게
떠나는 것도 좋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정말 빠른 손놀림, 맛깔스런 음식솜씨, 다정하게 대해주는 마음결, 모든게 놀랄만큼 수활스런
윤 사무장님을 누군가가 불렀습니다.
그 순간에도 고생하는 선장님(서방님)을 위해 회 몇점 챙기시는 따스한 손길은 작은 감동을 줍니다.
술은 못한다고 하면서 가정 젊고 잘 생긴(?) 파카님이 주니 살짝 입에만 댑니다.
내가 속으로 윤 사무장님에게 그랬습니다..
" 너도 안 늙어?... 늙어만 봐라!~~ 에잇!~~ " ㅋㅋㅋㅋ
낡은 사람은 어디에도 환영받지 못함이 섭섭하다 못해 억울합니다... ㅎㅎㅎㅎ
* * *
보석같은 섬들중에 산만 보면 폭포수가 흘러 마치 설악산 같이 보이는 선갑도에 바짝 붙어
낚시를 하는데 그 비경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산꼭대기 작은 소나무옆에 걸친 낮에 나온 하얀 반달하며, 해식애의 자연 조각예술품,
선녀가 무사의 갑옷을 두른 듯 하다하여 붙여진 선갑도는 혹시 선녀가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레임으로 찾아봤지만...
저 멀리 수평선에 줄을 서서 기어가는 누에, 두마리의 거북이, 토끼등등을 모양한 알섬들의 살아있는
자연박물관에 저는 언제나 이곳에 오면 넋을 잃은 도취경에 빠집니다.
제가 친구에게 그랬습니다.
이런 비경의 유람선비 5만원+ 꿀맛의 특급요리집 요리값 3만원 + 꿈의 술집 술값 5만원 +
어떤 횟집에서나 느끼지 못한 싱싱한 활어횟값 2만원 = 15만원(제일 염가로 게산해서 ㅎㅎ)
그럼 자네들은 출조비용 제하고도 돈 벌고 간다고... ^*^
두 사람 모두 공감하는 모양입니다..
처음이지만 2~3수 하여 기분이 무척 좋아 보입니다.
제가 2마리씩 보태어 주니 둘이서 하나만 가져온 작은 쿨러가 꽉 찹니다.
* * *
구수한 향기의 점심이 왔습니다.
오늘 찌게메뉴는 꽃게매운탕입니다.
이런 선상의 격한 노동에서 오는 소화력은 그 향기같은 냄새에 고이는 침을 삼키기 바쁩니다.
남은 이슬이 자빠뜨리기 시합이 벌어졌습니다.
낚시는 인생의 오아시스, 마음의 평화를 얻고 삶의 에네지를 힘껏 보충하는 조유(釣遊)..
그런 생각이 듭니다.
* * *
선장님의 많은 포인트 이동에도 불구하고 오후 입질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습니다.
귀항해야 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바람이 줄어들 기세를 보이지 않습니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는 백마의 거친 주행에 밖에 있으면 온통
물벼락을 맞을 것 같아 선실에 가서 누웠습니다.
잠깐의 휴식, 꿈나라...
무릉도원입니다.
* * *
저녁에 가져온 두마리로 가족 파티가 벌어졌습니다.
가까이 지내는 처남의 처남은 광어귀신입니다.
큰 등치를 내세워 이슬이를 장기판 졸로 취급하고 광어를 무슨 콩나물 먹듯 합니다..ㅎㅎㅎ
가을이 농익어갑니다.
오늘도 사랑하는 여러분! 보람차고 행복한 하루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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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야조사 ~ 2011,9,22일 글씀.
요즘 광어 루어에 푹빠져 계신듯 싶네요..^.^;
어여 원위치로 돌아오셔요..어라 근데 원위치가 어디지??..ㅋㅋㅋ
늘 비린내(?)나는 바다낚시를 엷은 수채화로 그려내시는 주야조사님이 부럽습니다..^.^;
다음은 어떤 작품이 올라올런지 기대 만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