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한 지경을 넘어 루어를 접고 다시 선상외줄만 다녀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들 때가 많다.
이것인가 하면 다음에는 그 방법이 도무지 통하지를 않고,
저것인가 하여 흉내를 내어 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이유를 찾을 길이 없다.
뭐, 예전에 선상외줄을 시작할 때에도 3년을 헤매었으니,
선상루어에서 이정도 헤맨다 하여도 이상할 것이 없기는 하다.
그저 답답하기만 한데도 주말이 되면 루어 나가는 선사의 빈자리를 찾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실소를 머금게 되지만, 어찌할 수가 없다.
하루 이틀 전에야 출조가 가능할지 알 수 있는 입장에는 그 빈자리 찾기도 이제는 쉽지 않아,
그나마 아는 분께 부탁해서 한자리를 예약한다.
오랜만에 연안부두에 섰다.
이상하게도 여기에서 루어 출조만 하면 한-두 마리를 넘기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서
자신도 모르게 기피하는 지역이 되어버렸는데,
이번에는 다시 원인을 찾아보자 싶어 출조를 결심하였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런 저런 방법을 사용해보는 과정 속에 대박과 꽝을 반복하면서
나름 상황에 따른 패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싶으니,
그간 나에게 있어서는 제일 어려웠던 곳에 도전장을 내밀어 본 것이다.
헌데, 문제가 생긴 것이, 전날에야 광어 잡으러 간다 했더니,
내일 잡은 것을 미리 찜 하겠다 딸이 사전 공지한 것이다.
친구들과 회파티를 한번 해주기로 약속했단다.
미리 얘기라도 했으면 그나마 익숙한 배를 예약했을 텐데 하고 말했지만, 이미 늦었다.
이상하게도 이 배를 타면,
차라리 배의 전체 조황이 나쁘면 네 탓이거니 하고 넘기겠지만,
다른 분들은 – 더구나 초보자까지도 – 곧잘 잡는데 나만 잡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어 답답했던 적이 많았었다.
그것이 몇 차례 반복이 되니 자연스럽게 배를 타기가 부담스러워졌던 것이다.
오늘 출조는 이 벽을 혹시나 넘을 수 있을까 하고 나선 길인데, 조황 부담까지 안게 생겼으니…
선상 자리에 따른 조황 편차가 가장 적고,
상황만 나쁘지 않다면 꾸준한 조황을 보여주는 것이 선상루어임에도,
출조 때마다 편차가 컸던 이유를 찾지 못하여 속을 끓였던 것을 다른 분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였었다.
이제 조금은 원인을 찾은 것 같기도 한데,
그것을 들여다보면,
바탕에 나의 어리석음과 욕심 그리고 게으름이 깔려있음을 깨닫게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뭐 한마디로, 형이상학적인 머리 두드리는 말이 아니라,
욕심은 많은데 머리와 몸이 따라 주지 못한 것이겠다.
아내가 심야에 깨는 것을 피하려고 일찌감치 나섰더니,
출조하는 날에는 잠을 주무시지 못하신다는 한사랑님이 계신다.
옆에서 붙어 배울 욕심으로 자리를 여쭤보고, 쿨러를 들고 배에 올라보니 벌써 선수 자리가 차기 시작했다.
원래는 배 중간에서 다시 꽝조황과 부딪쳐 볼 생각이었는데…
쿨러를 두고 얼음과 음료수를 사서 돌아와 보니 쿨러를 둔 자리에 낚시대가 꽂혀있다.
일행 분들인 듯 3자리를 이어서.
그리고 채비를 준비하고 있다.
“어~, 여기 제가 먼저 쿨러를 두었는데요?” 대꾸가 없어, 반복된 나의 질문에 두 분은 무슨 일인가 나를 쳐다보고,
한 분은 나에게
“무서워서 낚시를 못하겠네” 하신다.
갑자기 뻥 쪄버렸다.
안 그래도 말싸움을 할라치면 더듬기부터 하는 터에, 1대 3은 더욱 자신이 없어 멍하게 서 있자니,
언제 오셨는지 반대편 좌현에서 한사랑님이 부르신다.
“이리 오세요. 여기서 같이 낚시 합니다.” 나는 우현에 자리 잡으신 줄 알았는데, 좌현이었었구나. 멍청하기는…
“제가 옮기겠습니다.” 말하고는 얼른 쿨러를 옮긴다.
결국 한사랑님 자리에서 한자리 건너 뛴 곳에 자리를 잡는다.
예전에 이 배를 탔을 때에도, 선미 구석에 둔 쿨러를 다른 곳으로 치워두어서 황당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해서 다음에는 아예 낚시대를 꽂아두어야겠다 마음 먹는다.
가능하면 장비 손상 가는 게 싫어 쿨러만 두었었는데, 아무래도 이것은 이 배에서 자리 잡는 방법이 아닌 모양이다.
배가 출항해서는 주무시지 못하는 한사랑님을 남겨두고 선실로 갔다.
잠을 자두지 않고서는 하루를 버틸 수 없으니 체면 불구하고 머리를 눕힌다.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덕적도라 한다.
자주 보던 이 곳이 덕적도였구나…
한사랑님이 배에서 첫 수를 올리고 있다. 우럭.
그리고 이어서 씨알 좋은 광어.
역시 달리 고수라 불리웠던 것이 아니다.
곁눈질로 열심히 카피한다.
루어는 무슨 색인지, 바닥 탐색을 어떻게 하시는지.
한사랑님이 광어 3수를 하는 동안 애럭만 둘을 올려 방생한다.
웜을 살펴보니 뻘이 묻어있고 긁힌 자국이 많다.
바닥 굴곡이 좀 있고, 거기에 긁히고 있다는 증거다.
웜을 교체하고 봉돌과 간격을 더 벌려서 바늘을 다시 달았다.
시간이 10시가 넘었으니 슬슬 시동이 걸리겠지 생각하는 차에 작지 않은 씨알의 입질이 왔다.
드디어 한 수. 첫 광어 치고는 횟감이 제법 나올 크기다.
바닥이 조금 읽힌다 싶으니 입질을 받는다.
아직까지도 찾았다 확신을 갖지 못하는, 그래서 말로 표현하기도 힘든 무엇이 있기는 있는데,
그 긴가 민가 싶은 것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조급증까지 튀어나오고 만다.
그리고 마음이 급해지는 순간부터 조황이 떨어지고 만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안다고 해도 뜻대로 빠른 시간에 안정적인 조황을 얻지는 못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느긋해져야지 하고 스스로를 누른다..
차분하게 바닥을 탐색하며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튕겨주며 루어를 놀리다 보면 훅 당기는 입질이 온다.
기다림이다.
주위에서 대어를 하든, 마릿수 조황으로 들뜨던, 내게도 같은 기회가 올 거라는 믿음과 함께.
그렇게 바다에만 집중하는 사이 한사랑님이 회를 떠오셨다.
배고픈 차에 맛나게 먹기는 했지만, 이리 난감할 데가…
그저 자신과의 승부에만 빠져서 선상출조의 즐거움도 잊고 있었다.
기실, 동호회 출조를 참가하지 못하고 혼자서 다니곤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술을 못 마시는 것도 포함될 정도이다 보니,
선상에서 회를 떠서 한잔하는 즐거움을 잘 몰라서 이런 기회를 만들 생각조차 못하니,
선상낚시의 명인들을 만나는 이런 자리에는 더욱 왜소해지는 자신을 보고야 만다.
창피하지만 어쩌랴. 이게 내 모습인 걸…
어차피 먼저 나서 그런 자리를 만든다 하여도 진심이 부족한 차림이니
다른 이의 눈에도 그것이 보여, 종국에는 들키고 말 일이다.
한사랑님이야 조황이나 안 좋아야 보태드리기라도 하지,
이미 선내에서 가장 조황이 좋으시니 그럴 기회도 없다.
시간이 흘러 점심시간.
선상낚시 중에 가장 행복한 점심을 만난다.
찬을 차치하고서라도 묵국에 돼지고기두루치기. 성찬이다.
국에 밥을 말아먹는 맛이 일품이다.
이 배를 타면 아침에 먹는 떡국을 기대하여 빈속에 그냥 와서는,
한 그릇 해치우고 자리에 누우면 행복 그 자체였는데, 오늘은 점심까지 감동을 주고 있다.
든든한 점심을 마치고 자리에 서서 오후의 일전을 준비한다.
이제 두마리 정도만 더 올리면 충분하지 싶다.
입질이 뜸해져, 열심히 주위를 살피다 씨알 좋은 광어를 올리는 루어를 유심히 본다.
초록 뱃살에 분홍이 등을 가진 루어다.
아뿔싸, 지난 출조에 다 쓰고, 다시 사려고 봉지를 남겨둔 바로 그 루어다.
오늘은 가지고 있는 루어로 한번 승부를 보자 싶어 사오지 않았던 그 루어다.
간혹 흐린 날에 잘 먹혔던 색임을 알아서 꾸준히 가지고 다녔는데, 하필 오늘 그게 없다.
유사한 파장을 내는 색이 내게 뭐가 있나 뒤지다가 푸른색을 품은 루어를 꺼냈다.
그래 요걸로 꼬셔보자.
채비를 내리고 몇 번의 액션을 주지 않아서 입질을 받았다.
지금껏 올린 놈들 중에 가장 묵직하다.
그래 이거야.
철수 시간이 임박하자 주위를 둘러보던 선장님에 내게 묻는다.
“이것밖에 못 잡으셨어요?” 피 빼느라 해수물통에 담궈 둔 한 마리를 보고 하는 걱정이다.
“잡는 분은 좀 잡으셨는데, 조황이 안 좋은 분도 있네요. 여러분들께서 협조를 잘 해주셨으니 30분 더 하겠습니다.”
시간 연장을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이것도 괜찮은 방법이구나 싶은 것이, 시간 연장 방송 직후에 한마리를 또 올린 것이다.
쿨러 속 얼음에 올려진 광어들이 제법 묵직하다.
결국 40여분 이상을 연장한 끝에 철수 방송이 나온다.
귀항 길에 아주머니에게 부탁하여 포를 뜨고,
다시 비닐봉지 몇 겹으로 밀봉하여 얼음 옆에 두고 잠자리로 향한다.
한사랑님은 끝내 몸을 누이지 못하고 조타실에서 선장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곰곰이 생각한다.
“오늘 제대로 대응한 건가?”
“좀 더 나은 방법은 없었나?”
결국 해답을 생각해내기도 전에 잠이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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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출조를 위한 제언 -
선상낚시에서 줄이 엉키는 거야 다반사이고,
경험이 적을 수록 줄 늘어짐을 잡기 힘들어 엉킬 수 밖에 없지만,
다들 그 과정을 거쳐 배우는 것이니 줄 엉킴 자체에 화를 낼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의 채비를 잘라내고 엉킨 줄을 풀어준다면, 고맙다는 인사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대개 경험이 많은 사람이 줄 엉킴을 먼저 감지하고 또 엉킨 줄을 풀게 되는데,
풀어주는 이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채비를 자르고 나면 다시 묶기가 귀찮기도 할 터이고,
때로 한번의 낚시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짧은 인사로도 서로 기분 좋게 낚시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