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추억속의 만석부두를 가다. ★ ≫
인천의 만석부두에서 출항하는 모배가 탐사 이벤트로 선비가 3만원이라하여 한사랑님이 전화왔습니다.
3월18일 예약해 놨으니 무조건 가자고 합니다.
"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슨 3만원이여? 혹시 잘못 본거 아녀? "
한사랑님의 전화가 미덥지가 않습니다.
" 맞다니~~께!~~ 점심까지 준다고 하니 그냥 휑!~~~ 바람이나 쒭시다..
우럭 나와봤자~ 두세네마리겠쥬~뭐! 그걸루다가 회맛이나 보자구~~~ "
이렇게 해서 가게되었습니다.
그런데 일요일 바다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습니다.
이렇게 추운날 두꺼운 방한복위에 비옷입고 낚시가 쉽지않아 내심 내키지 않습니다.
인천으로 달리는 하늘은 이상하게 손톱달이 동쪽 하늘에서 환하게 우릴 마중합니다.
아니... 비가 온다고 하던데...
이상하고 믿을 수 없는 기상청 예보입니다.
만석부두가 예전하고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시골장 같이 왁자지껄 소란스러운 역동의 만석부두가 아니라 너무 썰렁한 을씨년스럽기까지 합니다.
아직 이른 계절적 요인도 있지만 도로를 확장하면서 가게들이 뜯겨졌고 또 손님이 줄어
간판은 그대로이나 이미 오래전에 폐업한 채 쇠락한 이곳은 방치한 점포들이 많습니다.
만석낚시 송사장님은 여전하십니다.
두 부부께서 반갑게 맞아주시며 그 옆 바로 옆 해장국집 인심좋던 아줌마는 가게를 넘기고
멀리 가셨고 또 안쪽의 명동낚시 가족들은 고향인 목포로 내려 가셨다고 합니다.
성복낚시는 여전히 간판에 불은 켜져있고 아세아낚시의 젊은 여주인의 상냥함은 그대로 입니다.
한때 100여척을 자랑하던 80년대 건조된 인화, 서해유선의 목선들은 2004년 인근해 어업 구조조정
(어선감축)의 영향으로 줄었고 지금도 한두척이 있는 모양입니다.
이 10노트 통통배 목선들은 사라지면서 또 선장님 몇분들은 연세로 인하여 운명을 달리하셨다고 하네요.
특히 넉살좋은 서해9호배의 박선장님, 서해3호배, 13호등 참 보고 싶은 분들이셨습니다.
네명이 선착장 앞에서 추위를 달래느라 어묵꼬치의 따끈한 국물에 이슬이 한잔 두잔 하다보니
5병이 금세 넘어집니다.
아까 콜롬보님이 소주 3병을 사 오다가 봉지가 펑크나서 한병이 철석~ 빠져 깨졌습니다.
ㅋㅋㅋ 이것도 나중에 완꽝의 이유가 되어 많이 웃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그동안의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다 보니 술맛도 좋습니다.
***
9.77톤의 제법 큰 배를 탑니다.
젊은 선장님이 " 나이드신 김*길 어르신 계시면 뒷쪽으로 가셔요"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우린 ' 나이드신 영감님' 이라고 한사랑님을 놀려댔습니다.
뒷쪽으로 자리잡고 각자 가져온 술과 안주를 꺼내는데 한사랑님이 과일과 오징어를 삶아 오셨고
콜롬보님이 족발과 요상한 향(香)의 술을 가져왔습니다.
저도 불로주를 가져왔습니다.
3월의 중순이 넘었는데도 서늘한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어 소름 돋게합니다.
또 주향의 음락(飮樂)에다가 한사랑님의 걸죽한 입담의 이야기꽃으로 모두 입이 귀에 걸립니다.
동이 트기 전 하늘엔 아직 숲속 야생화같은 별들로 빼곡합니다.
다행히 비는 오질 않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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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웃을 일이 생겼습니다...
한사랑님이 오징어채 미끼를 가져온다는게 삶은 오징어만 가져오고 미끼용 오징어채는
집에 두고 왔다고 합니다. ㅎㅎㅎ
우린 놀릴 요랑으로 우리가 가져온 미끼를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 어이~~ 쓰~벌!~~ 우럭이 삶은 미끼를 먹나 안먹나 이 기회에 실험해 봐야쥐.~~
이잇!! 드러븐 이웃넘들,,,,,ㅋㅋㅋㅋㅋ "
하하하하하~~
우린 모두 배꼽을 잡으며 한사랑님의 초릿대를 모두 응시합니다..
만약에 입질이 온다면 이건 획기적인 먹잇감으로 토픽에 낼 심산입니다.
이유인 즉, 오징어채를 굳이 생채로 가져가 남은 것을 버리지 않고
안주로 겸해 사용하면 우럭좋고 술꾼들 좋고 술 드시지 못하는 분들껜 간식으로도 좋고...ㅎㅎㅎㅎ
정말로 다음에 활성도 좋은 날, 삶은 미끼로 한번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헤이김님이 한마디 건넵니다.
삶은 미끼 가져 오실때부터 오늘 조황이 꽝이라는 것을 알았다고...ㅎㅎㅎㅎ
또 새벽부터 소주병이 깨진 난조도 꽝조황을 예견했다고....ㅎㅎㅎ
한사랑님의 멋쩍은 표정에 우리도 거들며 얼마나 웃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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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월도 섬 옆에 바짝 붙어 채비를 담굽니다.
배 전체에 3~4마리 작은 우럭들이 얼굴을 내 비칩니다.
물색이 황금의 2물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탁합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900cm가까운 간만의 차 때문에 뻘물의 영향이 아직 많이 남아았습니다.
물론 해수온도 3'c정도 되니 여밭낚시는 좀 이르다는 판단이지만 그래도 혹시나 집 나온 우럭이나
광어를 생각하며 모두 열심히 여밭을 흝습니다.
솔직히 저도 오랜 선상경험이지만 바닥 해수온이 10'c이하로 떨어지면 활성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이럴때는 돌틈이나 바위가 있어 숨을 곳이 많은 섬의 양지바른 곳에는 해가뜨면 수온이 올라가니까
그런대로의 씨알까지 합세하여 우리를 즐겁게 해 주는 외연도나 대길산도처럼 30~40m직벽의
그런 구조는 인천권에는 없는 모양입니다.
있다해도 가을처럼 활발한 취이활동을 하지않고 그래도 긴 겨울을 나가위해 체내에 비축된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비하며 때로는 소극적, 때로는 적극적인 공격성을 띄며 먹이활동을 합니다.
적당한 물때와 너무 조용한 바다상황이 아닌 약간의 파도로 긴장감이 없어진 그런때는 좀 공격적인
입질을 보이는데 이때도 여밭보다 어침에서 가능한 일이죠.
그래서 겨울엔 어제와 오늘의 하루 사이에 조황의 편차가 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시면 맞을 것 같습니다.
배는 열심히 이동하며 입질을 찾습니다.
이정도 열심히 하는 선장이라면 입질이 되살아나는 시기엔 초보자님들도 쏠쏠한 재미를 보여 줄 것 같습니다.
콜롬보님과 저는 일찌감치 채비를 접고 형님들을 위한 요상한 술(?)과 不老酒의 복분자술 그리고 이슬이를
섞어 마셔봤더니 희안한 향과 맛으로 변합니다.
주위의 분들 불러서 함께 주향의 만찬을 펼칩니다.
오늘은 정말 모두 마음을 비우고 왔기에 비록 씹힘성이 좋고 감칠 맛나는 겨울 우럭회가 없더라도
술과 가져온 안주로 권주하며 삶의 의욕이 분출되는 활력소를 느끼고 있습니다.
자연속에 동화되고 다양한 생명체들과 교감하며 신이 주신 자연속의 예술품들을 만나는 이 신선한 놀음..
우리들에게 있어서 낚시는 바로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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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기가 오르니 몸이 나른합니다.
가스난로가 있는 따뜻한 선실에서 몸을 녹이고자 누웠더니 스르르 잠이 옵니다.
아!~~
인간의 언어로는 뭐라고 딱 부러지게 표현할 수 없는 이 나름의 고유함...
그리운 내 어머니 품안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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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정말 정성껏 선부께서 만들어 주신 차림입니다.
따끈한 금방 지은 밥에 내가 좋아하는 햄과 다른 튀김까지 직접 기름에 튀깁니다.
꼬막에 마른 오징어채 무침, 조촐하지만 진수성찬, 가슴으로 만든 밥상입니다.
돼지고기 넣은 얼큰한 김치찌게는 선상에서의 별미를 느끼게 해 줍니다.
계속해서 옮겨다니며 포인트를 제공하지만 다문 입질은 어쩔 수 없습니다.
끝까지 열심있게 하지만 끝내는 우리가 귀항하자고 졸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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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반에 철수하고 인사 나누며 만석부두 입구 대흥식당의 최선정 여사님이 운영하는 횟집겸
식당에 들렀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뵙기에 반가움은 더합니다.
수족관에 허우적거리지만 그래도 씽씽한 놈으로 골라 회맛은 보고가야지요..
우럭 3마리 복쳤습니다.
헤어지가가 모두 아쉽습니다.
한사랑님이 은근히 저를 보며 운전해 달라는 표정입니다.
제가 눈치 100단인 것 아시죠?
먼저 주꾸미를 삶아 써비스로 올라와 있기에 군침이 돕니다.
잔에 한잔 부어 드렀더니 바로 홀짝!~~ 입니다.
헤이김은 뒤질세라 기다리기 무섭게 자기 손으로 부어 마십니다...ㅎㅎㅎ
콜롬보님과 저는 딱 1잔 반씩 마시면서....
노스탤지어 빛바랜 손수건처럼 소중한 우리들의 우정 그리고 인연을 다음에 또 가지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일찍 집에 간다고 하니 콜롬보,저, 한사랑님의 집에서 모두 전화가 빗발칩니다.
몇마리 잡았냐고.. 언제쯤 집에 도착하냐고...ㅎㅎㅎ
3만원의 바다행복...
한주간의 충전된 기분으로 내일의 한 주 출발이 무척 가벼워질 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주야조사 드림..
어떻게 살렸어요??
역시 피부비뇨기과 원장님 답게 죽은 것 살려주시는 기술이 탁월하십니다..ㅎㅎㅎ
역시.. 명의(名醫) 한사랑님 밖엔 없다니깐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