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행기에 선명을 실명으로 거론하게 된 점 양해바랍니다.
다행히도 이 글이 해당 또는 타 선사에게도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고
출조하는 조우님들도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늘 주말 출조만 가능하던 직장인이었기에 이래저래 출조를 미루다 보니
거의 3개월 가까이 우럭 출조를 못나가게 되었네요.
그러던 중 그동안 밀린 손맛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눈에 띄는 출조 공지가 있네요.
눈길을 사로잡은 몇가지 문구들을 나열해보면...
~~~ 흑산도권 ~~~
~~~ 어부들 포인트에 굿조황 ~~~
~~~ 흑산후크호는 흑산도 어업기지인 흑산면 다물도에서 운영되고 있는 선박 ~~~
~~~ 생업으로 우럭만을 잡아온 20척의 현지 어부들에 실시간 조황정보를 근본 ~~~
~~~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육지문명에 때가 묻지 않는 오지에서 감동할 만한 우럭 선상낚시 ~~~
~~~ 어부들과 함께하는 낚시 ~~~
~~~ 화끈한 손맛과 6짜 대우럭 올 히트에 기쁨을 맛볼 수가 있는 팩키지 ~~~
~~~ 실력이 검증된 프로 조사들만 엄선하여 승선 ~~~
~~~ 우럭활어는 맞춤식 가이드를 해준 어부에게 ~~~
~~~ 선장이 안내하는 우럭선어와 손님고기를 ~~~ 쿨러만큼 가져가게 ~~~
~~~ 호텔급 1,2층 선실에서 ~~~
~~~ 꿈에 그리던 몬스터피싱의 특급포인트 흑산도 공해상 ~~~
~~~ 국내최고 시설의 고속 낚시선으로 장거리를 빠르고 저렴하게 운행 ~~~
~~~ 흑산도권은 내만권 조황이 부진한 영등철에 확끈한 손맛을 선사하는 곳 ~~~
~~~ 물량 넘쳐 날 때는 특별한 이벤트로 고객만족 ~~~
~~~ 비용: 16만 (오징어 미끼제공 포함) ~~~
해당 선사 출조 공지(3월 12일, 26일자)에서 발췌한 문구들입니다.
이 문구들을 보고 전 이런 생각이 듭니다.
흠...
많지 않은 낚시 경력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녀볼 곳은 대충 다 다녀봤지만 흑산도권이라???
어부들 포인트 즉 어장에서 낚시를 한다???
연일 굿조황이라? 방문해본 해당 홈피엔 1인 100Kg를 잡았다 하고???
가만있자 100Kg면 우럭 3짜 기준 100~120마리 정도???
그래서 여기 어부지리에서 나름 이름있는 조사들 초대, 홍보할려고 그러나??? 웬 프로 초대???
육지문명에 때 묻지 않은 오지에서 낚시하면 가능할 수도???
아! 6짜 올히트면 대단한데???
호텔급 선실이라??? 최근 갈치배로 새로 건조되고 있는 그런 배들 수준인가???
고속낚시선이면 얼마나 빠를려나??? 암튼 빠르긴 빠르겠지??? 24~26노트 정도 나가나???
암튼 물량이 넘쳐날 때만 낚시 손님을 모신다니 파고나 다른 해상문제가 아니라면
손맛은 찐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네???
나로써는 출조선비 보통 12만원 정도면 부담없겠지만 16만원이라???
그래... 이 정도로 자신있다면 그 정도는 감수하지 뭐...
미끼로 오징어도 주네??? 괜찮네!
28일(수)이 해상조건 모두 괜찮으니 그 날로 예약하자!
같이 동행할 일행도 있고...
드디어 출조일...
평소 검증되지 않은 선사는 아무리 좋은 조황을 내고 있다 공지해도 믿지 않는 성격이지만
이번엔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50리터 갈치쿨러를 꺼내듭니다.
맘 속으로 지속적으로 다짐합니다.
하루 바닷바람 찐하게 맞고 몇 마리 우럭으로 찐하게 손맛만 보자! 손맛만...
묵혀있던 장비들 다 꺼내 준비해두고...
행여나 약속시간에 늦을까 조금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섭니다.
드디어 저녁 7시 20분 먼 출조길에 오릅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황당 시츄에이션!
막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오늘 새벽 흑산후크호 홍도침선으로 출조! 올 꽝 조황!
기 공지된 것은 흑산도 어장... 오지 낚시였잖아???
이 시기(영등철)에 홍도침선이 웬 말???
그래서 오늘 출조 포인트는 가거초로 향한다네요.
가거초에 우럭들 다 빠졌다는 정보를 들은 지가 한달이 지났는데...
이게 아닌데... 어찌되었든 출조 약속은 했으니 일단 가자!
차는 일산을 출발하여 중동을 거쳐 안산으로... 그리고 목포 마리나요트부두 도착! 새벽 2시!
승선명부 작성을 마치고 배는 잔잔한 바다로 미끄러집니다.
잠깐 흑산후크호르 소개합니다.
일단 선장님 겸 선주이시고 흑산도 다물도 어촌계 관계자분이 맞는 것 같네요.
하지만 배 운영은 선상낚시에 경험이 없다 보이고요.
성격은 점잖게 보이긴 하네요.
사무장님, 알바하시는 건가요? 제가 알고 있는 사무장의 역할 전혀 못하시네요.
뱃전에 서서 감시만 하시나요??? 줄이 엉켜도 멀뚱멀뚱... 왜 배에 타셨는지???
배는 같은 갈치배로 개조된 9.77톤 배 보다 작은 것 같고 좌우 통로가 아주 좁네요.
안전파이프가 낮아 파도가 거세면 안전에 문제가 생길 듯 합니다.
미리 공지한 내용! 호텔급 선실? 절대 아닙니다.
보통 선실에 머리 보호를 위해선지 천장과 모서리에 쿠션처리해 놓았네요.
20명이 눕기 좀 부족한 듯 보이고요...
신조배도 아닌 것 같네요.
깔끔한 인상은 전혀 없어요. 실망...
선실에 누워 있는데 갑자기 낚시보조가방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채비를 준비하지 않은 것 같아요. 바늘도 그렇고...
선사에서 지급한다던 오징어미끼도 안준다 그러고...
미끼야 주변에서 좀 얻어쓰고 웜 종류 사용하면 되겠지만...
이긍... 낚시 나오면서 채비와 바늘도 준비 안하나???
안그래도 이 문제 저 문제 꼬이는데 낚시 기본 준비물도 준비가 안되었으니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잠을 자도 자도 끝이 없게 배는 계속 항해합니다.
배가 쾌속질주한다는 느낌 전혀 없습니다.
가거초 도착, 오전 9시 30분!
이게 뭡니까? 새벽 2시 30분 출조하였으니까 무려 7시간 항해...
정속 17노트로 운행했어도 이보다는 빨리 도착했을텐데...
왜 쾌속선이라 공지하셨는지? 기분이 본격적으로 나빠집니다.
암튼 첫 수를 담겨봅니다.
잠시 후 낚시 보조 가방에서 간신히 건진 4단채비가 한방에 터져 나갑니다.
가거산맥에 능성이 마다 죄다 그물이 깔려 있다네요.
장난하나???
생업으로 우럭만을 잡아온 20척의 현지 어부들에 실시간 조황정보를 근본으로 한다며???
다행인건 한켠에서는 쓰리걸이, 포걸이를 만들어 냅니다.
채비를 옆에서 하나 빌려 봅니다.
이젠 무조건 띄워서 낚시해야지....
바닥을 느끼면 바로 2미터를 감아주고 또...
잔잔한 입질! 깜팽이...
옆에 분에게 채비값이라 너스레를 떨며 가가초 첫 수를 감사의 표시로 드립니다.
낱마리로 뜨문뜨문 우럭이 얼굴을 보입니다.
제게도 4짜급 한 마리, 3짜급 두 마리, 다시 깜팽이 한 마리...
그리고 강력한 입질...
오랜 시간 내가 기다려왔던 그 손맛입니다.
느낌 상 5짜 우럭일 것 같네요.
올려보니 역시 간신히 5짜! 선장님의 와!!! 하는 탄성이 나오네요.
그 순간 제 느낌! (선장님 우럭 5짜 처음 보세요? 뭘 그 정도로 놀라시나? 6짜 올히트 장담하신 분이?)
첫 수 담그고 나서 요때까지가 대충 1시간입니다.
이후로는 1시간 30분 동안 하릴없이 채비와 바늘만 계속 털립니다.
선장님은 가거초에 깔린 그물만 탓하고 있고...
디른 팀 일행분들이 지치셨나요? 포인트를 가거도로 옮기자 하네요.
(거기가면 물색이 흙탕물 수준일텐데... 사리 지난 지 며칠되었다고...)
고기는 못잡아도 바닥 지형 그리면서 그물 피해 다니는 이 낚시도 그런대로 재미있는데...
아쉽지만 포인트 이동 결정에 따릅니다.
1시간 이동한다네요.(실제로는 1시간 30분 이동)
이 순간 세상에 이런 일이... 낚시 시작한 이후 처음 듣는 황당한 선장님 멘트가 나옵니다.
“라면하고 가스버너 준비해 두었으니 끓여 드세요”
이게 뭔소리여???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우리 팀은 그냥 안먹고 맙니다.
정말 다행인건 그 전에 잡아놓은 몇 마리 우럭으로 허기진 속을 좀 달래 놓았다는 거...
1시간 30분 이동하니 또 잠이 옵니다.
새벽 나절 무려 7시간을 잤는데 또 잠이 들다니...
가거도 앞바다입니다.
갯바위 포인트 앞 여에 배를 대네요.
물은 쫙쫙 흐르고... 채비는 여지없이 엉키고... 물색은 흙탕물이고...
두어번 넣었을까 선장님 멘트 나옵니다.
“물색이 흙탕물이면 고기 안나와요. 철수합시다.”
여기 그거 모르는 낚시꾼있나?
선장은 여기 흙탕물일 것이라는 생각하지 못했나?
정말 성의없네!!!
뻔한 조황에 회항합니다.
다시 장장 5시간 30분 이동...
쾌속 낚시선이라메... 잘해야 15노트 정도로 세월아 네월아 하며 들어옵니다.
짜증은 극에 달하고 있는데 선장장에 배를 접안하지 못하고 헤맵니다.
오! 마이! 갓!!!!
하늘 보며 도를 닦습니다.
그래도 손맛봤잖아... 몇 개월만에 본 손맛이니... 이걸로 아이들과 마눌님과 맛있게 먹자...
서울로 올라오는 고속도로끼지 속 썩이네요.
올라오는 내내 안개가 자욱...
그저 쳐다보는 내 눈도 뻐근한데...
운전하는 이 친구는 오죽할까 생각에 미안해집니다.
새벽 1시 30분 드디어 집에 도착합니다.
우선 고기 손질 다 끝내고 이슬이 한모금에 우럭회 몇 점 입에 넣어봅니다.
가거초 우럭이라 그런가 찰지고 꼬득꼬득 씹히는 맛이 일품이네요.
오늘은 그저 이걸로 감사한 하루라 여기며 잠에 듭니다.
그랗게 많이 잤는데 또 잠이 오네요.
이상 허접 조행기를 마칩니다.
흑산후크호 공지는 분명 사기였습니다.
정말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하려고 한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공지가 의도된 사기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통상 선사에서 공지하는 내용보다 조금 더 구체적이었던 것 같으니까요.
제 바램은요...
선사는 공지하실 때 조금 더 부풀리는 것, 자극적인 단어 좀 피해주시고요...
우리네 낚시꾼들도 조황 보다는 낚시를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그래야 이런 공지가 없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신 분들이 달아주는 댓글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거론한 흑산후크호에 대한 비난성 글은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시다시피 이런 글 올라오면 여론몰이식 마녀사냥이 되잖아요.
흑산후크호는 이제 막 선상낚시를 시작한 배입니다.
포인트와 서비스 등 많이 찾고 배우고 개선하셔서 좋은 선사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 맘에 여러분들도 좋은 의견 댓글로 더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상 해피피싱코리아 해피전령사 해피짱 김석태였습니다.
장문의 글, 관심 가져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흑산후크호는 아니었지만 생애 최고의 고생, 고행을 했던 기억이....
행양과학기지 구경한 댓가로~~~~~~ㅋㅋㅋ
감정 표출을 안 하신 것이 감명 깊군요.
건승하시고, 즐낚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