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낚시꾼에서 바다낚시출조점 출조기획실장으로, 또 지금은 출조점 운영자가 되었네요.
이젠 제가 낚시객과 선사/낚시점의 입장을 양측면에서 충분히 고려, 여러 다양한 신선한 출조를
기획, 진행해 보고 그 결과를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자, 이 글을 적습니다.
제가 출조점을 운영하는 입장이 되어 자칫 홍보성 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되는 바도 있지만
그래도 제 글 안에는 여러분들 공통의 관심사 또는 흥미를 가질만한 내용도 많다 싶어
용기를 내어 제 글을 올립니다.
출조를 진행한 제 하루, 그저 일기처럼 편하게 적을 테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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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를 8월 29일에 올렸으니 2부 올리는데 거의 한달 가까이 걸렸네요.
기다린다는 분들도 많이 계셨는데...
개인적으로 공사다망한 관계로...
암튼 2부 올라갑니다. 그저 편하게 읽어보세요~~~
지난 번에 수심층 찾고 정신없이 갈치 올라오는 상상까지 했지요.
그 다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어부들처럼 쌍포로 갈치를 묶어놓고 낚아내면 이 갈치집어층이 깨지지 않겠지만
(쌍포채비를 아시나요? 긴 장대에 채비를 하는데 채비 1벌이 올라오는 순간
다른 채비 1벌이 바로 해당 유영층으로 내려가는 시스템입니다. 먹이가 늘 머물러 있으니
집어된 갈치들이 흩어지지 않는 형태로 일반인은 사용하기가 좀 어렵지요.)
채비 넣기가 무섭게 갈치가 올라오면 슬슬 지치고 게을러지는 제 성격에
잠시 딴 짓하다 보면 집어층이 깨지고 어느 순간 갈치 입질이 딱 끊깁니다.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채비 재투입까지의 잠깐 시간에 갈치가 흩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저기 갈치는 마구 올라오는데 나는???
한 30여분 갈치 유영층 찾다 보면 슬슬 짜증이 납니다.
자! 이 상황을 즐깁시다.
어짜피 어부 쌍포채비가 아닌 다음에야 갈치유영층은 깨지기 마련입니다.
짜증은 조과를 방해하는 최대의 적이지요.
즉, 대박조과를 좌우하는 것은 바다상황이 아니라 내 자신입니다.
유영층을 바꾸어 봅시다!
사실 남에게 물어 볼 필요도 없습니다.
이전에 찾았던 최초 유영층에서 아래로 5미터 정도만 더 내리고
최소 15분 최대 30분 정도 채비를 머물게 해 봅시다.
채비를 오르락 내리락하면 갈치 집어가 안되겠지요? 뚝심있게 기다립니다.
깔작거리는 입질은 무시.... 도끼질입질이 있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15분이 지났는데도 입질이 없어 영 불안하면 얼른 올려 미끼상태 확인하고
새 미끼로 갈아주세요. 싱싱한 새 미끼로 다시 유혹해 보죠...뭐...
30분이면 분명 도끼질 입질이 들어옵니다.
도끼질 입질 후 어느 바늘에 갈치가 달려 있는 지 확인하고
그 수심층에 전동릴 영점을 맞추고 다시 마구 잡아냅시다!
그런데 좌우측에서 잡히는 갈치는 죄다 커 보입니다.
난 꾸준히 풀치만 올라오고...
아! 또 짜증이 납니다.
이 상황도 즐겨봅시다!
은빛갈치는요... 조금 멀리서 특히 집어등 아래에서 보면 뿌옇게 퍼져 보이는 것이 정상입니다.
또 내가 안경을 끼고 있다면 갈치 은비늘이 나도 모르게 안경에 묻게 되어 퍼짐 현상이 나타납니다.
또, 전날 조황사진에서 봤던 갈치들이 다 4지급 이상이었기에 심리적으로 더 불편합니다.
왜 내가 잡는 건 다 풀치지? 하는 의문 때문에 남의 갈치가 더 커 보이죠.
장담컨대 그 분한데 물어보십시오. 큰갈치만 잡고 있는지...
그 분도 오늘 갈치 씨알이 너무 잘아서 불만이라고 말할 겁니다.
또, 본인은 잡은 갈치를 쿨러에 넣어 두었다가 집에서 보면 괜찮네 하는 생각 많이 하시게 됩니다.
조황에서 본 갈치들, 현란한 사진 찍기 기술에 좀 더 커 보이는 겁니다.
동요하지 마세요....
내가 잡는 갈치만 작은 것이 아닙니다. 작은 사이즈가 아니라 괜찮은 사이즈인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짜증내면 나만 손해인 것 아셔야 합니다.
큰 갈치 잡는 법 알려드려요?
내 채비에 몰려있는 작은 갈치 다 솎아내면 큰 갈치가 잡힙니다.
그래도 좀 알려져 있는 속설은...
미끼를 생미끼로 공략하라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 이 방법은 산란철에 사용하라고 들었고요,
큰 갈치 집어되면 작은 갈치는 찝적대지 않는다네요.
그리고 새벽 3-4시 전후로 큰갈치들 입질이 왕성해지니 체력 비축 잘하라고 들었습니다.
들은 대로 조과물에만 너무 집중 안하고 낚시 잘 즐기고 계시지요?
야식도 드시고... 갈치회도 좀 드시고... 허리도 좀 펴 보시고...
참, 이 정도면 갈치 쿨러도 많이 차 올랐겠네요?
몇 마리나 되나요? 갈치 잡느라 모르셨죠?
갈치는 싱싱하게 쿨러에 잘 보관되어 있나요?
혹시 잡은 갈치를 쿨러에 대충 구겨 담은 것 아닌가요?
이 상황도 즐길 수 있습니다.
자! 갈치를 쿨러에 넣는 법입니다.
처음에 얼음은 쿨러 절반 정도를 담으세요.
포인트 도착 후 바닷물을 길어 얼음이 잠길 정도까지 붓습니다.
갈치가 잡히면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10마리 정도를 한방향으로 넣고
(갈치머리 꺾어 넣는 건 다들 아시지요?)
다음 10마리는 다른 방향으로 넣습니다.
결국 갈치머리 부분은 양뱡향을 보게 되고 그 부분은 얼음 녹은 물에 잠기게 됩니다.
꺾은 머리로 새어나온 피가 자연스럽게 그 물에 쫙 빠지게 됩니다.
살부분도 더욱 탱탱해집니다.
이 정도면 갈치나부랭이가 아니라 소중한 다이아갈치가 되는 겁니다.
새벽 1-2시 쿨러에 대충 7부 능선을 넘고 있으면 최소 120-150마리는 되었을 겁니다.
자! 새벽 3-4시경 큰갈치 입질은 대비해 좀 쉬었다 갑시다.
뭐 하고 쉴까요?
잠시 30분 가량 쉰다 생각하고...
눈 붙인다고 선실로 들어가시면 못일어나십니다.
가벼운 운동과 시원한 음료수, 커피로 휴식을 취하세요.
이 상황도 재미있게 즐겨봅시다.
갈치꼬시기 놀이는 어떨까요?
바다 속에는 갈치가 내 미끼를 물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겠지요?
이거이 먹어도 되는건지 안되는건지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로드 맨 긑 부분을 툭 쳐 보세요.
그 진동이 합사줄을 타고 내려가 기둥줄로 바늘줄로 전달되어 미끼도 파르르 떨리게 됩니다.
미끼가 도망가려는 액션이 연출되겠지요?
갈치 입장에서는 미끼가 도망가려하니 고민할 여유가 없어질 겁니다.
그 순간 도끼질 입질이 시작되면 온 몸이 짜릿해질 겁니다.
후킹이 되었으니 서너바퀴 릴을 돌려놓고 다음 입질을 기다립니다.
기다리다가 로드를 아까처럼 또 툭 치면 안됩니다.
바늘에 설걸린 갈치라면 그 진동에 바늘이 빠질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그 갈치의 요동에 모든 미끼가 더 크게 나풀거릴 겁니다.
시간도 많으니 생미끼를 준비해 놓을까요?
그간 잡아놓은 고등어, 만세기가 있다면 지금 포를 뜨세요.
막바지 전투에 이 생미끼를 이용해 큰 갈치를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마지막으로 쿨러 맨 위가 큰 갈치로 채워지고 조황사진이 잘 나오지요!
선사 홍보를 위해 이렇게 도와주는 겁니다. ( ^.^// )
참, 생미끼의 사용은 입질 타이밍이 꽁치 보다 많이 걸립니다.
마지막 전투도 조바심없이 느긋하게 기다리세요.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되었네요.
나름 만족하시지요?
밤새도록 보이지 않는 물 속 갈치들과 신경전 펼쳤으니 많이 피곤하실 겁니다.
빨리 정리하고 선실에서 항에 돌아갈 때까지 좀 쉬세요.
돌아오는 길에 밤샘 전투장면 동료들과 리플레이하다보면 버스에서 떡실신합니다.
잠시라도 쉬어두세요....
하루밤 갈치낚시가 끝났네요.
낚시는 조과물을 통해 즐거운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 상황 상황에 맞게 대응해 내가 아는 지식 다 동원해 대상 어종과 싸우는 것입니다.
그 날 전투를 통해 내가 많이 이겼으면 뿌듯함에 더 즐거울거고
내가 많이 져 조과물이 형편없다면 더 공부하고 나올테니 다시 한판붙자 하면 되잖아요?
그런 것이 낚시의 즐거움 아닐까요?
그 날 그 날 그 상황에 맞게 대응해 가는 과정이 전 너무 즐겁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갈치와 하룻밤을 보내시나요?
정말 즐거우셨기길 바랍니다.
이번 글은 글쓰는 내내 저도 참 즐거웠습니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낚시, 이게 제 일입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