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은 시대에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바로 전송하기도 하고, 또 동영상은 유튜브에 올리는 소셜네트워크시대에
펜팔이란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의 역사적 유물(?)정도로 인식될 정도로 고리탑탑한 짓이지요.
그러나 손글씨로 한자한자 꼭꼭 눌러 쓴 정성의 편지는 아나로그적 감성에 있어서 지금도 가슴 훈훈한 정감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저는 가끔 맺힌 감정이나 오해가 있으면, 눈 딱 감고 문방구에 들려 상대방의 감성에 맞는 편지지와 봉투를 사서
전화 통화나 문자 메세지 대신 내 속마음이 담긴 손편지를 쓰곤 합니다.
펜을 잡고 있으면 편지지에 흘러 내리는 글들은 차분해지고 솔직해지며 설득력있게 잔잔히 전달됩니다.
이런 손편지를 쓴다는 것은 70년대의 학생잡지사나 또는 월간, 주간지의 펜팔란(Penpal欄) 특히 '선데이 서울'의 펜팔란을
통해 쌓은 내공의 영향일까요?...ㅎㅎㅎㅎ
특히 애독하던 독서신문의 독자투고란을 통해 기고를 하면 전국적으로 수백통의 편지가 답지하는데, 제 이름이 중성명(中性名)이라
그런지 여자에게서도 남자도 각자 펜팔을 원하는 편지가 옵니다.
그 중에 예쁜 이름과 아주 잘 쓴 글씨의 감성적인 여성만을 골라 전국에 골고루 편지를 보내면 거의 90% 이상이 답장이 왔습니다.
그리고 몇몇은 사진을 주고 받으며 만나보기도 했습니다.
부산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호적이 좀 늦은 관계로 24살에 입대했는데, 입대전에 부산 영도에 사시는 누님께 인사차 겸
교신(交信)하던 부산 모대학교에 재학중이라고 한 펜팔소녀를 만나기로 하여 보내준 사진을 가지고 통일호에 몸을 실었습니다.
부산역에 도착 무렵 안내방송이 흐릅니다. 시계탑 밑에서 도착 기차를 기다리고 있을 그 녀에 대한 첫만남에
이상야릇한 흥분감과 설레임에 입이 바짝바짝 타 들어가던 추억을 반추합니다.
그 옛날, 별밤시대 이성에 대한 수많은 설레임의 추억도 함께 울 어부지리 회원님들께서도 다 가지고 계시리라 봅니다....^^
출조 예약을 하고 나면 그 때부터 마치 펜팔의 편지를 기다리 듯, 아니면 첫만남을 날짜를 기디리 듯...
안절부절 흥분의 설레임이 시작합니다.
주간 날씨예보를 삼시 세끼 식사처럼 수시로 체크하면서
물때도 좋고 날씨도 좋으니 이번엔 아싸!~ 대박조짐이 보여...흐흐흐~~
이리저리 사두다 보니 4개나 되는 쿨러를 50리터로 가져갈까? 70리터 짜리로 가져갈까??~~
미끼는 오징어채보다 지난번 옆사람이 사용하며 줄태우던 미꾸라지를 토막내어 사용해 봐야지~~
채비는 판매채비보다 내가 만든 자작채비가 정성이 들어갔으니 더 입질이 좋을거야~~
드디어 밤 10시에 쿵쿵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남쪽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잠을 청하지만 잠이 올리 만무합니다.
낚싯대를 사정없이 곤두박질치며 줄줄이 물고 늘어지는 왕열기로 쿨러가 넘치는 순간,
50년 묵은 체증이...
삶의 여로에서 개차반 같은 놈들과의 대항하며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방에 다 날아갑니다.
출조때마다 이렇게 원하는 만큼 왕열기로 쿨러를 채울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우리나라 바다 3면중에 남쪽에서 나는 열기가 대체로 씨알면에서 굵습니다.
부산에서 서울, 경기에서 목포에서 심지어 여수에서 까지 손님들이 마량항이나 완도에 몰려 오시는 것을 보면
완도권의 열기가 확실히 개체수도 그렇고 씨알면에서도 좋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수권이나 완도권은 활성도를 높여주는 수온이 아직 더 내려가질 않아 냉수성인 열기의 낚시조황
편차가 물때에도 기인하겠으나 대체로 고르지 않고 매일 크게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듯 합니다.
서식층의 수온이 12'C가 되면 활성도가 좋아지고 이래서 흩어져 있던 열기들이 군집하게 되면 줄태우는 현상이
빈번해져 좋은 조황을 줄 수 있는데, 아직은 대략 14'C정도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평년에 비해 시즌이 이런 수온 영향으로 인하여 약 한달간이 늦는다는 선장님들의 의견도 들었습니다.
열기는 잡아 올리자 마자 바로 즉살시켜 피를 빼 주는 것이 좋습니다.
수심 깊은 곳에서 급하게 올라 온 열기들은 부레의 공기압 조절을 하지 못해 팽창함으로 인하여 장기 기능이 상실,
물칸에 넣어두어도 오래 살지 못합니다.
이 때부터 심한 스트레스와 함께 서서히 죽어가게 되고 이어 피가 굳어가며 선도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죽게되면 피가 응고 되어 잘 빠지지도 않습니다.
칼로 아가미 밑쪽으로 칼집을 넣어 피를 빼는 방법도 있겠으나 전문수준 아니면 피가 제대로 빠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위의 그림처럼 제가 애용하는 방법인데 가위로... 좀 뭐하긴 해도 그림처럼 잘라서 물속에 담가두면 피가 확실히 빠지게 됩니다.
모양새는 좀 그렇긴 해도 편리하고 간결하여 이 방법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겨울철이라 쿨러속 얼음은 쉬이 녹지않아 선도를 유지하기 아주 좋은 계절이지요.
다른 곳은 가보지 않아 잘 모르겠으나 마량항 같은 경우는 조각얼음차가 상시 대기하여 원하는 만큼 무료로(물론 출조비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되나..) 마음놓고 얼음을 사용할 수 있으니, 어획한 열기의 선도를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쿨러의 밑에 좀 많이 깔고 귀항(歸港)해서는 쿨러 상부에 더 깔아 주시면 냉장상태의 수송밥법으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겠지요.
.집에 가져 온 열기는 손질하실 때 꼭 날카로운 등지느러미를 그림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큰 가위로 먼저 자르고 손질하는 순서를 갖는 것이 아주 좋습니다.
손질하거나 말릴 때도 그렇지만 구이때나 매운탕 끓일때도, 먹을 때도 날카로운 가시에 상처를 입히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가급적이면 양 아가미 쪽의 날선 가시도 제거해 주시면 좋겠으나 이는 그냥 두셔도 무방합니다.
바늘은 반드시 완전히 벗겨내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비늘에 입안에서 맴돌 때 느껴지는 이물감으로 인하여 최고급 횟감의 식감까지 망칠 수 있지 않을까요?
열기 매운탕도 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회(膾)라고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활어회(活魚膾), 즉 살아있는 생선회를 말하고
일본 사람들이 선호하는 선어회(鮮魚膾)로 적당한 저온에서 며칠동안 숙성시킨 회를 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부경대학교 조영제 교수님의 '생선회 100배 즐기기' 책에서는 이 둘 중간에 '싱싱회'를 추가 시키셨는데,
우리 낚시인에게 반가운 소식이며, 우리가 낚아 온 우럭이며 열기를 위에서 언급한 내용대로 바로 즉살시켜 피를 빼고
얼음에 제대로 냉장만 잘 시켜 집에 가져오면 이보다 더 확실한 최고의 맛의 횟감은 없다고 자부하게 되었습니다.
싱싱회는 즉살시켜 피를 빼고 얼음에 냉장시켜 10시간 정도 숙성시킨 회로서 육질의 단단함은 활어회 수준의 식감을 나타내고
감칠맛은 활어회보다 10배 이상으로 좋아진다고 합니다.
이렇다면 우리가 낚은 우럭이나 열기를 집에 가져오는 시간 타이밍이 거의 10시간 전후가 되니까 그 때 회를 떠서 먹게 된다면
이게 바로 '싱싱회'가 되는 것입니다.
만약에 이 시간대의 횟감 육질이 푸석하고 씹임성이 떨어질 경우라면, 잡아오면서 쿨러의 보관 온도 상태가 적절한 저온을
유지시켜 주지 못하여 선도가 떨어져 일어나는 맛이라고 하겠습니다.
집에 가져오게 되면 밤이 깊어진 관계로 그날 밤에 드실 수 없다면 꽉 채운 얼음 그대로 물만 빼고 쿨러를 차거운 실외(차의 트렁크도 좋고)
나 베란다에 쿨러쪽 문을 약간 열어 둔 상태로 두시는 것도 얼음이 쉽게 녹지 않게 하는 방법이 되겠네요.
뒷날 저녁에 여유있게 싱싱회 수준은 아니더라도 횟감으로는 충분히 사용하셔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시간이 난다면 밤 늦게라도 손질하여 횟감부분은 저온 냉장고에 마른 수건으로 잘 닦아 포장하여 잘 보관해 두면 2일~4일간 숙성,
아무탈 없이 선어회로 드실 수 있습니다.
우리가 겨울철 낚아 온 열기는 지금쯤이면 알을 품기 시작합니다.
알을 품기 시작하면 생선은 영양분을 몸안에 농축시키게 되어 씹는 맛과 미각을 모두 충족, 최고의 맛을 보여줍니다.
또 완전 자연산에다가 비교적 심해 고기로 활동량이 많아 체내에 축적된 지방이 적어 육질이 단단하며
단백한 맛을 증가 시켜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가급적이면 싱싱회는 회의 크기를 활어회 때 보다 좀 굵게 썰어 내 놓는 것이 식감을 좋게하는 방법일 수 있겠습니다.
(그림보다는 적게 썰어야 겠지요...ㅎㅎㅎ)
사진은 퍼 온 사진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손질하여 말려 둘 경우는 그림과 같이 열기의 크기에 따라 칼집을 몸통에 비스듬히 2~3번 정도 넣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굵은 소금으로 소금간을 하는데, 저는 물간을 선호합니다.
손질한 열기를 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가 좀 빠지게 한 다음, 너무 짜게 하지말고 적당량의 물과 소금을 풀어 그 간물에
약 30분간 담궈뒀다가 다시 건져 바깥이나 바람이 통하는 찬 베란다에 3일~5일간 정도 말리시면 꾸들꾸들 해 지지요.
말랑말랑 해지면 모두 랩으로 감거나 아니면 진공포장으로 냉동실에 보관해 두시면 되겠습니다.
영하 20'C인 전용 냉동고가 있어 보관한다면 장시간 보관에 별 문제가 없으나 냉장고 혼용의 냉동실에 보관한다면
가급적 문을 자주 열었다 닫아다 하면서 생기는 결로로 인하여 포장안에 얼음이 생길 수 있으니
이 때는 신문지로 감아 호일로 한번 떠 싸서 보관하시면 선도에 있어서 도움이 되겠습니다.
열기 건조 방법에 대해 재미있고 알기쉽게 잘 올려주신 윤따봉님의 사진을 감옥소에 갈 각오를 하며
허락없이 임의로 Z Fishing에서 훔쳐 이 곳에 올려봅니다. ㅎㅎㅎ
술을 사라고 하면 거시기 +하여 얼마든지 살테니 제발 고발은 하지말아 주셔요.... ^^
열기의 배나 등을 그림과 같이 타서 말리는 방법도 참고 하십시오.
이렇게 납작하게 타서 말리면 양념구이나 열기찜 하기가 아주 좋습니다.
바싹 말리면 우럭젓국처럼 열기젓국의 재료로서도 아주 훌륭합니다.
싱글라인 코리아에서 중초보님들을 위한 정보를 열심히 생산해 내어 제공하는 열사(熱士) 탁PD님이 주신 자작 열기채비입니다.
정성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정교하게 잘 만들어져 있기에 옆사람들과 채비걸림이 많아 손실이 쉬운 열기낚시에
쓰기가 아까워서 안쓰고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다음에 혹여 널널한 배를 탈 경우 제대로 한번 사용해 봐야겠습니다.
***
모든 것에는 제철이 있습니다.
음식의 재료도 제철에 나는 것이 영양이나 맛에서 단연 우세합니다.
바아흐로 토실토실하게 살이 찐 왕열기 시즌입니다.
추운 겨울, 즐낚 및 안락하시고 잡아오신 열기에 대한 손질방법이나 횟감에 대한 정보가 유익하게
이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1월 31일(설날에)
주야조사 씀.
부지런도 하십니다.
설날 저녁에 모니터 앞에 앉아서 어부지리 회원님을 위한 애정이 듬뿍 담긴
열기 손질방법을 자세히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8 번째 사진 (" riawogur119님의 블로그에서 퍼 온 사진입니다.") 에는
낚시로 잡아서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으나 ~~
선상에서 바로 회를 썰었을 때 처럼 꼭 같지는 않아 보이나 신선함이
활어회처럼 선명해 보입니다.
이제는 낚시로 잡은 고기 손질 및 보관 방법에 자신감이 생기다 보니
내가 먹기 위하여 집으로 가지고 오고 싶어 집니다.
나누어 먹는 기쁨과 내가 먹는 즐거움속에서 고민이 생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