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해의 왈츠
봄의 향기가 시작되는 3월8일
진도에는 벌써 봄의 왈츠가 시작되었습니다.
전설에서나 존재하는 비경과 오묘한 초록빛 바닷물 그리고
아름다운 그 물빛 사람들...
아침 햇살에 눈부신 경해(鏡海)에서 한없이 자유로운 표정 및 정감들을
여기에 담아 봤습니다.
올 겨울은 유독 나에게 지독스런 고통을 안겨준 계절이라고 하겠습니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찾아와 온갖 횡포를 다 부리며 근 두달간을 기침과 잠긴 목소리로 보낸다는 것이
참 힘들었거든요.
감기의 원인은 공기 중에 떠돌거나 체내에 잠복하고 있는 각종 바이러스와 균들로 몸의 면역력이 약해지거나,
면역력만 가지고 이겨내기 힘들 정도로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 감기에 걸리게 된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면역력이 자꾸 약해지니 걱정이 태산입니다.
전에는 감기 기운이 비치면 집에서 푹 쉬면서 원래 담배는 하지 않으니 냉동고에서 꺼낸 우럭이나 열기로 얼큰한
찌개에 소주 두어잔 들이키고 잠을 푹 자면서 땀을 좀 흘리고 도라지나 생강차를 마시면 감쪽같이 쉽게 나았는데,
이젠 그런 신통법이 통하지 않습니다.
감기 치료에 대해 유명한 속담으로, "병원에 다녀 오면 7일 만에 낫고, 다녀오지 않으면 1주일 만에 낫는다."는
말이 있듯이 가급적이면 무차별적인 항생제, 항히스타민제 등의 약 처방이 두려워 민간요법으로 견디며 참고
왔는데, 이젠 나이기 들어 그 한계를 넘어선 모양입니다.
동네 단골 의사 양반이 좀 심한 내 증세를 보더니 엄포를 놓습니다.
"이 상태가 계속해서 지속 되면 감기는 나아지지 않게 되고 계속해서 지속이 될 경우 결막염, 중이염 등.. 또 다른
합병증을 수반 하게되며 여기에 폐렴 등으로 발전하여 생명 그 자체를 위협 할 수 있으니 알아서 하세요"
감기 전문가라는 이 양반의 엄포성 말에 지레 겁을 먹고 처방약 잔뜩 들고와서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
정말 약 때문인지 차도가 보입니다.
얼마전에 계획했던 열기낚시도 당일 전날 오후에 오한과 투통으로 도저히 불가능하여 펑크내고 말았습니다.
몸을 추수리며 3월8일날 태도 만재도 우럭낚시도 걱정을 하고 있었으나 호전된 느낌으로 출발을 결심하며 버스
출발지인 인천으로 떠납니다.
얼마만의 우럭낚시인지....
채비는 3단으로 만들었습니다.
태도와 만재도의 바닥환경은 여밭이 무척 거친 직벽수준의 지형으로 알고 있으니 바닥걸림이 심하겠다고
생각하고 또 침선도 4m에서 30m까지 이르는 관계를 염두에 두고 바늘이 걸리거나 뜯김이 비교적 적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만들었었지요.
전체 채비길이는 240cm인 내 우럭전용 낚싯대 길이보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280cm로 만들었습니다.
▶(봉돌)-----------------ㅇ8ㅇ--------------ㅇ8ㅇ--------------ㅇ8ㅇ--ㅇ(본줄 연결고리)
ㅣ←--------120cm-------→ㅣ←-----80cm----→ㅣ←-----80cm----→ㅣ----ㅇ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자작채비는 맨 하단부 단에서 매어진 바늘이 봉돌 아래로 한참 내려오게 되어 이러한
지형구조에서는 바늘이 먼저 걸리며 그 다음 봉돌이 닿는 느낌을 주게되어 채비손실이 많아지게 되겠지요.
위의 채비는 봉돌이 바늘 훨씬 아래 있게 됨으로 비닥에 닿는 신호를 먼저 주게되면서 채비를 순간 올리게 되어
바늘뜯김을 다소 방지하여 원활한 채비운용을 돕기 위함과 함께 포인트의 순간 입질을 받아내는
목적이라 하겠습니다.
***
주차장에는 정출준비에 바쁜 심통님이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제부터 시작된 꽃샘추위로 밤기온에 제법 쌀쌀할 것 같고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따뜻한 홍합탕이 좋을 것
같아 집에서 미리 끓여서 가져가 '길거리표 홍합탕'을 재차 끓이고 있습니다.
육수는 새우에 멸치 좀 넣고 다시마를 우려낸 육수로 홍합탕을 끓이니까 더 깊은 맛이 납니다.
모여든 사람들과 인사하며 나누는 이슬이 맛은 술시에 젖어들은 탓에 금방 몇병이 자빠집니다.
달리는 차 안은 2차로 회원 각자가 준비한 닭강정, 통닭, 해물파전, 족발, 신김치에 삶은 돼지고기, 곱창볶음
등으로 안주는 뷔페수준입니다.
주거나 받거니 넘치는 주향속에 정이 넘치고 그간 쌓인 태공의 사나이들이 열심히 판관사령부(判官使令部)를
만들고 있습니다.
차는 속도를 줄이면서 몸을 좌우로 흔드는 것이 목적지의 지자로 길에 접어든 모양입니다.
몸을 일으키며 창밖을 봅니다.
보배로운 섬, 진도는 제주와 거제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큰 섬입니다.
꽃게는 전국최고의 산지이며, 사람을 웃고 울리게 한다는 맛과향이 돋특한 붉은 빛 60도의 홍주(紅酒)를 비롯하여,
이순신 장군의 명랑대첩(鳴梁大捷), 주인을 잘 섬기는 진돗개의 명산지로 유명한 곳이지요.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민요라 하면 단연 진도아리랑일 것입니다.
즉흥적인 노랫말과 애절한 사랑, 삶과 죽음 등의 민중적 정서를 담고 있으며,
우리 정서가 가장 밀착된 예술성은 우리 삶을 모두 용해시킨 원천적 자아상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여인들이 주로 부르다 보니 여인들의 노래, 즉 ‘부요(婦謠)’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나는 어렸을 때 부터 아버지의 동편제 판소리에 익숙한 터 이지만 함께 부르며 애환을 달래시던 서편제의 대표곡인
이 진도아리랑을 서편제 영화를 보면서 돌아가신 내 아버지 생각에 나는 토하듯이 따라 부르며 눈물을 삼키던
기억이 납니다.
서편제 영화 사설 한 대목인 “소리따라 흐르는 떠돌이 인생, 첩첩이 쌓인 한을 풀어나 보세”는 아버지 유봉이
보여주는 소리에 대한 갈망, 소리 완성을 위해 딸의 두 눈까지 담보하는 절대적인, 어찌보면 섬뜩할 정도로 무서운
구도적 삶이었지요.
내달이면 서편제의 애절스런 진도아리랑을 듣고 싶어 친구들이란 촬영지였던 청산도로 갑니다.
각설하고,
선착장에 우릴 반겨주시는 한사람이 있었습니다.
피싱메카 해풍님이십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포옹하며 그 간의 안부를 여쭙니다.
늘 보면 표정에서 풍기는 넉넉함과 편안함에 먼 길 달려온 우리 마음까지 여유로워집니다.
***
배는 2시간반을 달려 포인트에 도착합니다.
7시가 되기전이라 바다는 아직 어둠이 깔려 있습니다.
저만치 어둠속에 어렴풋이 보이는 섬이 만재도라고 합니다.
오늘은 만재도와 태도를 중심으로 여밭 및 어초, 침선을 탈 것이라고 합니다.
채비준비를 하고 입수 신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조금이고 날씨는 약간 구름이 낀 반청반담의 날이며 바람은 거의 불지 않고 물색도 아주 양호합니다.
최상의 물때이고 최고의 날씨속에 물고 흔들며 늘어질 우럭들을 생각하며
빨리 채비를 넣고 싶은 조급함에 애간장이 탑니다.
드디어 입수신호가 떨어집니다.
수심이 약 30m전후의 여밭인데 무척 거칩니다. 여밭이 마치 산맥처럼 늘어져 있고 직벽 가까운 고저폭이
경우에 따라서는 10m정도로 차이가 납니다.
아직까지는 별 입질이 없지만, 이 유별난 포인트 만큼은 경험에 비추어 큰 우럭들의 소굴로 생각되어 가슴이
쿵쾅대며 설레이기 시작합니다.
온 신경을 초릿대에 모으고 방아쇠에 힘을 넣고서는 순간의 입질 오기만 학수고대합니다.
여기 저기서 채비 손실이 생깁니다.
그에 비해 내가 만든 채비는 봉돌이 바늘보다 한참 아래(맨 아래 바늘은 봉돌보다 약 80cm 위에 있음) 있기에
봉돌이 주는 신호에 따라 바로 로드를 들어 올리거나 줄을 감는 방법으로 대처하니까 바늘 손실이 확실히
적어집니다.
드디어 입질이 옵니다.
물고 늘어지는 앙탈이 대물로 느껴집니다. 40cm가 조금 넘는 놈인데 힘이 장사입니다.
아가미를 있는 힘을 다해 벌리고 몸의 가시를 세워 반항하며 나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바늘은 24호가 적당하며 주꾸미와 오징어채를 번갈아 가면서 기호에 맞는 입맛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지형이 까다로워 배 전체로 보아 바늘손실이 많이 일어납니다.
입질이 없으면 상대적으로 채비손실이 많은 법이지요.
배는 이동을 합니다.
만재도 가까이 침선입니다.
80m수심에 침선 높이가 30m라 합니다.
모 배가 예전 이 침선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고 해풍님이 전해 줍니다.
아~~ 기대가 엄청 커집니다.
여밭에 아직 저수온으로 들어 있질 않으면 이 거대한 침선에 모두 우글거리며 다 모여 있지 않을까????
52m에 설정, 들고 있으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배는 뒷쪽으로 흘어 들어가니 선두에 있는 나로서는
눈이 뒷쪽의 어신에 집중합니다.
목이 타며 헛기침이 돕니다,
침선은 순간기회를 포착해야 하기에 몰을 마실 기회를 미룹니다.
그러나 조용히 배는 흐릅니다.
만약에 이들이 머리위를 흐르는 먹이를 발견했다면 이들과 우리는 색다른 명랑대전을 벌였을 것인데...
이들이 모두 긴장모드로 탐색전에 돌입했나 하여 다시금 우회하여 포인트 진입으로 성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배에 전체적으로 전혀 반응은 보여주질 않습니다.
이 곳에 빠꼼이 이신 선장님도 어떤 이유인지 전혀 모를 정도로 예상을 완전 뒤덮고 있어 참 이상타 하십니다.
태도쪽으로 이동하여 침선과 여밭을 흝어 보지만 이 역시 바다는 입을 굳게 닫고 있습니다.
이쯤하여 준비한 안주거리가 남이 있어 먹걸리와 소주로 회원님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익살스러운 심통님, 장단에 가세하는 선상님과 낚시꾼님이 권주하며 즐거운 파티를 열어갑니다.
잡은 우럭들을 각자 다 꺼내어 주면서 회를 뜹니다.
좀 아쉬운 정도의 양이지만 기가막힌 예술성 솜씨로 낚시꾼님이 회를 뜨고 있습니다.
아~ 바닷물이 차서 그런지 어회는 쫄깃하며 고소하고 담백한 맛으로 입안을 香으로 마비시킵니다.
차디찬 이슬이를 목넘김하면 티고 내려가는 시원한 느낌 또한 표현키 어려울 정도로 기기 막힙니다.
근 20일만의 금주에서 벗어나는 이 해방의 느낌.....
주는 대로 마셨습니다.
주향이 온 몸으로 퍼지면서 기분은 묘한 뽕(?)속으로 빨려 들어 갑니다.
간간히 올라오는 우럭들은 옷을 벗고 술총을 든 대기병들 입으로 바로 전달됩니다.
배 위는 낚싯대를 놓고 모여 조잘대며 모두 술잔으로 사람낚시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취적비취어(取適非取魚)라는 말이 있습니다.
낚시질 하는 참 뜻은 고기를 잡는데 있질 않고, 세상 생각을 잊고자 하는 데에 있다는 뜻으로 풀이 하는데,
오늘은 이 말이 딱 들어 맞는 날입니다.
진정한 낚시인은 하늘의 뜻에 따르고 낚는 것을 줄기되 알맞게 취하며 정도에 만족하는
호연지기 사람이라고 합니다.
4시가 좀 넘어 배는 서망항(西望港)에 도착하여 귀로에 들어섭니다.
조황의 아쉬운 마음은 바다에 다 버리고 다들 즐겁게 하루를 보냈다는 마음으로 해풍님과 가벼운 인사를 나눕니다.
목포의 인동주마을에서 인동주를 나누며 저녁을 먹고 피곤한 하루를 마감합니다.
군산휴게소에서 용지님을 내려 드리고 버스를 출발합니다.
그런데 큰 볼일을 보고 온 아무개님이 화장실에서 핸드폰을 두고와 핸드폰이 없다고 합니다.
용지님께 전화하여 다시 차를 돌려 가 본 결과 핸드폰은 화장실에 없다고 하고...
군산휴게소 사무실에 전화하니 전화는 받지 않는다고 하고...
이를 어쩌나...
총책인 심통님이 여기저기 전화를 하며 애를 쓰고 있는 사이....
아무개님이.... ㅋㅋㅋㅋ
겸연쩍게 배시시 웃으며 심통님께 무언가 귀에 대고 말을하여 모두 깔깔대고 웃습니다.
내용인 즉, 버스 의자 속 깊숙한 곳으로 핸드폰이 진동으로 들어가 있더라나요...ㅎㅎㅎㅎ
다음 휴게소에서 박카스 한병씩을 사서 돌리며.. 하시는 말씀...
"여러분도 차에서 핸드폰 관리 잘 하세요...." ㅎㅎㅎ
잘 마셨습니다...^^
그리고 함께하신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주야조사 씀 14-3-8
<낙서장>에 오랜만에 손맛 실컷 보시라고 응원까지 했는데, 입맛만 실컷 보시고, 또 사람만 잔뜩 낚아(?) 오신 모양입니다.ㅋㅋ
주야조사님의 바다행(行)을 막았던 감기란 놈....
이젠 민간요법은 그만 쓰시고 꼭 병원에 다녀오세요. 요즘 감기는 저처럼 발라당 까져서 옛 방식은 먹히질 않습니다.ㅎ
얼음 PET병 위에 깔아 놓은 우럭 회는 정말 예술이네요.
영등철의 찬 수온에 냉기가 더해져서...상상한 해도 이가 시릴 정도로 시원한 맛일 것 같습니다.
오랜만의 바다 나들이~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