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낚시 탐사였고, 사진 날짜를 보니 올 4월 29일이더군요.
농어낚시는 낚시인이나 선장이나 한 가지 욕심이 있습니다.
그해 첫 농어를 빨리 낚아보고픈 생각이죠.
올해는 첫농어가 출조 한두 주 후인 5월 중순에 나왔으니 조과는 말 하나마나 꽝이었습니다.
피싱카페호 격비권 농어 2008 시즌 탐사를 참가했습니다.
다른 참가자가 누구인지는 몰랐고, '고기가 움직이기 시작했으려나?' 하는 의구심과
'작년엔 4월에 첫농어가 나왔으니 기대할 만 하다' 하는 무덤덤한 기분으로 갔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첫농어의 기대는 한껏 부풀어 있었지요.
막상 가 보니 탐사 참가인은 저와 낯익은 한 분, 그리고 부부와 딸의 3명 한가족이었습니다.
좀 의아했습니다. 바다 환경이 별로인 데서 첫 농어를 구경할 생각이면
최대한 열심히 캐스팅하는 든든한 정예꾼으로 구성해야 확률이 높을 텐데 말입니다.
격비도와 석도 부근을 두루두루 다녀왔지만 조과없이 철수했습니다.
올해는 좀 이른가 보다 생각하고 바람 잘 쐬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겨우내 굶주렸던 바다향기가 좋았지요.
선상이 한가로운 이유는...
한 분은 휠체어에 앉아서 고패질 낚시를 했고
다른 한 분은 옆에서 가끔 캐스팅했습니다.
이분의 주 관심사는 휠체어 앉은 분 도우미 역할 하는 것이였습니다.
출항 할 때부터 준비가 남다른 가족이었습니다.
방석과 담요 등 남들이 보면 지나치다 할 양의 방한 용품과 큰 가방.
방한용품은 하루종일 선실에도 못 들어가고 움직이 못하는 환경에 있는 분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큰 가방에는 배 전체 인원을 고려한 음식이 담겨져 있었고요.
아마도 다른 승선 인원에게 불편을 끼친다고 생각해서 인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하며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에서 낚시 하는 즐거운 한가족이었습니다.
배에서 낚시하는 내내 따뜻하고 헌신적인 가족애가 느껴져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낚시를 좋아했던 가족이 불의의 사고를 당했고...
그분의 향수를 일깨워 주려 하는 두 모녀의 열정.
사전에 선장님은 저를 포함해 낚시를 열심히 할 2명만을 부르고,
여유로운 공간은 이분들을 초대해서 할애할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든 다른 이유든, 주변엔 나보다 더 어려운 분들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위의 경우는 구세군. 세밑 온정 그런거와는 전혀 다른 경우의 얘기입니다.
그래도 한 해를 마감하는 날에 윗 사진을 보니 그때 생각이 아련히 떠오르고,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는군요.그래서 한 줄 적어 봅니다.
오늘은 마지막 날임에도 왠지 평소보다 더 차분한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