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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맘 먹고 7월초에 예약하여 지난 주 금요일에 하루 휴가내서 마누라랑 먼 바다에 다녀왔습니다. 이 날은 낚시인생에서 그리 흔치 않은 에피소드가 저에게 발생하였기에 올려봅니다...

1. 황당
목요일 퇴근하고 나서 다음날 대사를 치루기에 앞서 먼저 목욕재계하여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였습니다.
알람을 새벽 1시에 맞춰놓고는 1부터 숫자를 세고, 바다 모습을 상상하면서  잠을 청하였지만 눈만 멀뚱멀뚱... 왜이리 잠이 안오는지 한참 뒤척이다가 드디어 성공!!!
20분정도 눈 붙이고 나서 차라리 일찍 가서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여 집을 나선 것이 01:20...
제2 경인고속도로를 눈썹이 휘날리게 달려서 남항에 도착하니 정확히 02:00...
유선사가 아직 문을 열지 않아 차에서 기다렸다가 승선명부 작성하고 배에 올랐는데,
흐미~~~~ 꽉 차부렀네~~~~ 분명히 명부에 적을 때는 나 앞에 7명 밖에 없었는디~~~
제일 뒤 쪽에 좌우로 1자리씩 2자리가 남아 있길래 하는 수 없이 마누라랑 이산가족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마누라 옆에 계신 분이 “부부는 같이 있어야 한다”며 자리를 양보해주시네요... 이런 고마운 일이... 어쨓든 우리를 위해서이건 그 분 자신을 위해서이건 간에 고맙더라고요...
이후 낚시도구를 셋팅해놓고 막 조식으로 나온 누룽지를 먹으려는 찰나,
주방아주머니가 핸드폰을 받더니 저 이름을 부르시면서 사무실로 가보라고 하더라고요...
왠지 모르게 스쳐가는 불길한 예감이...............................
그래서 마누라 혼자 누룽지 먹으라고 하고 사무실에 가보니 예약에 문제가 있었답니다.
제가 1개월 전에 예약을 하면서 2인분 예약금 4만원까지 입금을 하였는데, 유선사측에서 확인차 전날에 일일이 전화를 하여 출조 여부를 확인하였답니다. 그런데 제 핸드폰을 2번 이나 전화를 하여 물어보니 어느 여자분이 받으면서 그런 일이 없다고 했더랍니다. 그래서  다른 분을 예약을 하였다면서 저보고 같은 사무실 소속 다른 배로 타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핸드폰을 보여주면서 전화번호도 안찍혔는데 언제 전화를 했냐면서 펄쩍펄쩍 뒤었죠... 할 수 없어서 제가 예약금의 2배를 주면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까, 사모님이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무조건 그대로 하겠다고 하고 뒤도 안돌아 보고 배에 다시 왔습니다...

2. 죄송
배에 올라와서 자초지종을 마누라에게 말하니까, 마누라가 하는 말 “자기, 얼마전에 핸드폰에 물들어가서 전화기 바꾸면서 끝번호 한 자리 바꿨잖아!!!” 그러지 뭡니까?
분명히 마누라랑 퇴근하면서 같이 바꿨는데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네... 치매???
그렇다고 다시 가기도 뭐해서 버티고 있으니까 배가 출항하더라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저도 잘한 것이 없었고, 또한 그날 조과를 생각할 때 이 잘못된 매듭은 제가 먼저 풀어야 할 것 같아서 선장실에 노크를 하고는 사과를 하니까 선장님이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3. 기쁨
선장님에게 사과한 뒤로 밀려오는 마음의 평안함...
이후에는 정말 좋았습니다.
2번째 포인트에서 넣자마자 40cm급 1마리, 이후에도 30cm급 3마리 더...
그러면서 마누라가 먼저 사과한 것을 빗대면서 하는 말이 “역시 사람은 마음을 곱게 써야 복이 들어오는 거야!”하더라고요...
이날 오전 조과로 마누라 5마리, 저 4마리... 마릿수로는 저의 판정패였습니다만, 크기로 따지면 저의 완벽한 승리였습니다...  
큰 놈 3마리를 회떠서 그때까지 한 마리도 못잡으신 옆조사님과 함께 잘 먹었습니다,..

4. 우울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점심먹고 나서는 저는 한 마리도 못잡고 마누라만 달랑 울애기 1마리 잡고 말았습니다...
또다시 아홉수의 악몽에 시달린 하루였습니다...
점심먹고는 포만감에, 잠 못잔 것에, 날이 더워서 집중이 안되더라고요...

5. 반성
낚시를 끝내고 남항에 입항하여 배에서 막 내리는데, 아침에 다투었던 사모님이 미리 나오셔서 “ 낚시 재밌게 잘 하셨나요?”하시더라고요...
반가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에 다시 사모님에게 사과드리니 벌써 선장님으로부터 들으셨다고 하시더군요...
다시 한번 사장님과 사모님께 사과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했습니다...


2달 정도 낚시를 못가게 되어서 섭섭하지만, 대물을 잡는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Comment '7'
  • ?
    감성킬러 2009.08.04 10:45
    기억에 오래 남을 출조를 다녀 오셨네요. ^^*
    물먹은 휴대폰이 문제의 원인이었네요. 그 사실을 아예 잊으신 락피쉬님께서...ㅋㅋ
    선사가 융통성을 발휘했나 봅니다.
    자칫 서로 기분 상할 수 있는 상황을 잘 넘기셨네요.
    사과와 포용, 즐낙으로 연결되는 과정이 참 보기 좋습니다.
    입항 후의 정경도 따뜻하구요. ^^*
    승진시험 준비 하셔야 되나요? 아무쪼록 좋은 결과 있으시길 응원합니다.
  • ?
    락피쉬 2009.08.04 13:56
    포청천같은 감성킬러님의 날카롭고 지혜로운 평가에 감사드립니다...
    여러번 좋으신 말씀을 해주셔서 자꾸 빚지는 느낌이 드는데,
    언제나 갚을 수 있을런지...
  • ?
    감성킬러 2009.08.04 18:10
    빚이라뇨?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입니다.
    선상에서 만나게 되면 이슬이나 한 잔 주십시요.
    두 달 동안은 두문불출 하시겠네요.
    어부지리 바다엔 자주 나오셔서 잠시 머리 식히십시요. ^^*
  • ?
    락피쉬 2009.08.05 09:32
    감성킬러님이 워낙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신출귀몰하게 다니셔서 만나뵙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위치추적기를 설치하여 위성으로 감시할까요?
    하지만 어부지리를 통하여 맺어진 연결의 끈이 닿으면 언젠가는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조우할 수 있겠죠...
  • ?
    감성킬러 2009.08.05 14:31
    허걱!!! 위치추적기 '씩'이나...ㅋㅋㅋ 제가 너무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나 봅니다.
    요즘은 그러지도 못하는데요.
    굳이 정하지 않더라도 언젠간 만나뵙겠지요? 대한민국 선상이 무지 좁더라구요.
    더운 여름 건강 조심하시고, 쉬엄쉬엄 시험 준비 하시길...^^*
  • profile
    민평기 2009.08.05 15:16
    락피쉬님 시험 잘 되셨나가 더 궁금합니다.
    가화만사성, 수신제가치국(?)...이라고 환경이 신나야지
    더 재밌어지는 게 낚시라고 하는데...(???)
    즐거운 낚시 되시길 바라고... 반갑습니다.
  • ?
    락피쉬 2009.08.06 12:50
    시험이 9월말이나 10월 중순에 있어 그 동안에는 머리 식히고 싶을 때 어부지리에 드나들어 사람이나 낚으려고 합니다...
    우럭잡는 것만 재미가 있는 줄 알았더니만 사람낚는 재미도 쏠쏠하더군요...
    (특히나 제일 잘 잡히는 분... 누군지 아시겠죠? 과연 국민우럭이라고 불러도 되겠더라고요...)
    어부지리를 알기 전에는 그 재미를 미처 몰랐습니다.
    낚시의 맛(손, 입, 눈)에 몇 개를 더 추가해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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