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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갈치 출몰 다음날 동해바다서 5회 연속 지진

지난 주 토요일(3월 4일), 포항에서 산갈치가 발견됐습니다. 갈치의 몸통에 붉은색의 머리 지느러미가 특징인데 길이가 무려 4m나 됩니다. 산갈치는 심해에서 살고 있어 아주 보기 어려운 물고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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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음날인 3월 5일, 강원도 동해바다에서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동해시 동북동쪽 54km부근 해역에서 규모 3.2의 지진이 발생한 뒤, 규모 2.0 이상의 여진이 4차례나 이어졌습니다. 해당 해역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 아닙니다. 2000년대 이후 규모 2.0이상 지진이 4번밖에 발생하지 않은 곳입니다.

'산갈치가 나타나면 지진이 난다'는 속설이 딱 맞아 떨어집니다.

해외 검색포털에서도 산갈치(oarfish)의 첫 번째 연관검색어는 지진(earthquake)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산갈치가 지진과 관련 있다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산갈치는 지진을 미리 피하기 위해 심해에서 얕은 바다로 도망쳐온 것일까요? 혹시 용왕의 명을 받고 사람들에게 지진을 알리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걸까요? 우선 산갈치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겠습니다.

● 갈치 아님! '청어'와 묘한 관계

산갈치는 '이악어목'(턱이 2개) '산갈치과'에 속하는 어종으로 우리나라에선 1종, 전 세계적으로도 2종밖에 없습니다. 갈치와 비슷하지만 다른 종입니다. 갈치는 ‘농어목’에 속합니다. 산갈치는 주로 심해에 사는 반면, 갈치는 깊은 곳에서 살다가 밤에는 표층으로 올라옵니다.

산갈치의 가장 큰 특징은 5m 넘게 자라는 거대한 몸집과 왕관을 연상시키는 붉은색 머리 지느러미입니다. 붉은색 지느러미가 5~6가닥 길게 뻗어있습니다. 왕관 같기도 하고 수염같기도 합니다. 워낙 생김새가 특이하여 예전부터 영물로 여겨 왔나봅니다.

"산갈치는 한 달 중 15일은 산에서, 나머지 15일은 바다에 살면서 산과 바다를 날아다닌다" 는 전설이 있습니다. 산갈치의 어원이 '山갈치'라는 설도 있습니다. 옛날사람들은 산갈치를 마치 용처럼 생각한 거 같습니다. 게다가 "산갈치가 한센병(나병)에 약효가 있다"는 속설이 돌면서 비싼 값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산갈치는 물 밖에서 살 수 있는 생리적인 기관도 없고, 산갈치를 먹고 한센병이 치료됐다는 보고도 없습니다.

하지만 옛 사람들도 존재를 알고 있던 걸로 미루어 볼때, 오래전부터 종종 모습을 드러냈던 모양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투라치'를 산갈치와 헷갈려하기도 합니다. 투라치는 1~2m 몸길이에 갈치처럼 생긴 물고기인데, 산갈치와 달리 머리에 붉은 지느러미가 없고 상대적으로 흔한 물고기입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박정호 박사는 “투라치는 120~130m 어선 그물에 걸리는 경우도 있어서 100m 부근에 사는 걸로 추정된다. 심해에 사는 산갈치와는 다른 어종이고, 어선에 잡히는 등 발견 횟수가 훨씬 많다”며 투라치는 우리 생각보다 흔한 물고기라는 걸 강조했습니다.

갈치나 투라치와 다른 ‘산갈치’는 흔히 보기 어려운 도도한 생물입니다. 이렇게 보기 힘들고 도도한 심해어가 왜 연안에 모습을 드러낸걸까? 정말 지진을 피하기 위해 올라온 건지 의문이듭니다.

답은 산갈치의 별명에 있었습니다. 산갈치는 해외에서는 ‘청어의 왕(king of the herings)’이라고 불립니다. 식용 물고기 '청어'를 잡을 때, 산갈치도 많이 발견된 모양입니다. 갈치랑도 관계 없다는 산갈치가 청어랑은 어떤 사이일까요.

● 산갈치 뱃속에 정답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산갈치가 지진과 관련 있는지 끊임없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산갈치 발견과 지진을 단순히 연결시키기에는 과학적으로 무리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지진이 1년에 평균 34번이나 발생하는데다, 산갈치가 발견되고 금방 지진이 일어날 때도 있지만, 한참뒤에야 지진이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진 발생지와 산갈치 발견지역이 멀리 떨어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산갈치와 지진을 연결시킬만한 과학적인 근거가 도무지 없다는 겁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3년까지 20여 년 동안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산갈치가 발견된 건 10번뿐입니다. 포항에서 4번, 영덕에서 2번 그리고 강릉, 동해, 울진, 부산에서 한번 씩 발견됐습니다. 그 이후로 1~2년에 한번 씩 해안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발견 시점이 묘합니다. 동해안에서 발견된 10번 모두 추운 계절인 12월에서 3월 사이에 발견됐습니다. 1월에 4번, 2월에 4번, 12월과 3월엔 1번씩 발견됐습니다. 산갈치는 겨울철에 주로 나타난다는 얘기입니다. 이번에도 아직은 추운 3월 초순에 산갈치가 발견됐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10년 겨울 경북 영덕에서 발견된 3.6m 크기의 산갈치를 연구실로 가져왔습니다. 그리곤 산갈치의 뱃속을 들여다 봤습니다. 그런데 산갈치의 몸속엔 ‘난바다곤쟁이’가 가득 했습니다. 난바다곤쟁이는 새우처럼 생긴 아주 작은 갑각류입니다. 3.6m나 되는 몸의 절반이 난바다곤쟁이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산갈치가 난바다곤쟁이 떼를 잡아먹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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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난바다곤쟁이는 ‘청어’의 먹이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어 떼가 난바다 곤쟁이들을 먹기 위해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드디어 청어와 산갈치의 연결고리가 드러났습니다. 산갈치가 청어의 왕이라 불리는 이유, 즉 청어가 있는 곳에 산갈치가 있는 이유는 두 물고기가 '같은 먹이'를 먹기 때문입니다.

먹이를 중심으로 연구해보니, 왜 추운계절에 발견된 건지도 이해가 갑니다. 산갈치는 평소 400m 이하에 서식합니다. 이정도로 깊은 수심은 한여름에도 수온이 0~2℃ 밖에 되지 않습니다. 산갈치는 평소 차가운 물에서 서식하는 물고기인 것입니다. 따라서 해수면 온도가 10~20℃로 뜨거운 여름철에는 산갈치가 난바다곤쟁이를 먹기 위해 해수면 가까이 올라올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겨울철에는 해수면 온도가 0℃ 안팎까지 내려갑니다. 즉 겨울철은 해수면부터 깊은 심해까지 산갈치가 활동하기 좋은 '차가운 바다'로 바뀌는 겁니다.

온도가 적절하니 난바다곤쟁이를 먹기 위해 어디든 갈수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주로 12~3월에 산갈치가 모습을 드러냈던 겁니다. 지진이 발생하는 시기가 아니라 추운 시기에 맞춰 산갈치는 우리나라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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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연구에서도 "산갈치는 계절적 용승(Seasonal upwelling)에 의해 어류가 연안으로 몰려드는 2월과 7월에 발견되어 강한 계절성을 보인다"고 밝혀졌습니다. (The Oarfish, in the Weastern Caribbean. Carribbean Journal of Sciencem Juan and Schmitter, 2008) 산갈치의 출현은 먹이가 풍부한 계절과 관련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주인 3월 4일, 포항에서 발견된 산갈치도 밥을 먹으러 왔다가 비명횡사한 게 아닌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 불길한 물고기 아냐…오히려 '황금 어장'의 징조

산갈치는 지진을 피해 심해에서 연안으로 올라온 게 아니라, 먹이를 찾으러 해수면까지 왔다가 강한 파도 때문에 연안까지 휩쓸려 왔다는 게 학자들의 주된 견해입니다. 연구를 진행한 국립수산과학원의 이해원 박사도 "산갈치가 나타난 건 주변해역이 플랑크톤등과 같은 먹이생물과 이를 먹이로 하는 어종들 모여 황금어장이 형성되는 신호"라며 산갈치의 출현은 어업인에겐 좋은 징조라 밝혔습니다.

물론 확률은 희박하지만 산갈치가 지진에 민감한 생물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산갈치가 나타났다고해서 언제 어디서 지진이 발생할 지는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이번 3월 4일도 포항에서 산갈치가 발견됐지만, 사실 지진이 발생한 것은 강원도 부근 바다였거든요. 지진을 알리기 위해 찾아왔다면 참 고마울 텐데, 속마음을 알 길이 없습니다.

경주 강진 이후, 지진 대응 체계의 문제점들이 드러나면서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산갈치가 지진 전조생물이라는 오해는 안하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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