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회사에서 보령의 거래처에 납품건이 있다고 합니다.
내가 토요일 배달해 준다고 하니 "아빠, 고맙습니다. 수고 좀 해주세요." 하며 용돈까지 건네줍니다. 앗싸! ^^
군산권의 지금쯤이면 바닷속 봄이 오질 않았겠나 싶어 가는 걸음이니 며칠전 선사에 미리 예약을 했습니다.
거래처에 양해 말씀드리며 토요일 밤 늦게 배달해도 좋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보령 거래처 사장님은 내 차의 뒷좌석 낚시 장비를 보더니 어디로 낚시를 가시냐고 묻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싱싱한 우럭회에 소주 한 잔 이야기가 나와서 "그럼 낚은 우럭 저녁에 올라오면서 몇 마리 드릴게요."
사장님은 손사래를 치다 말고 "정말요? 너무 고맙지요. 가족 모두 저녁에 옆집 횟집에서 기다려도 되겠네요..하하하 "
일요일 4물, 간조(08:43)와 만조(14:29)의 두 물참 시간대를 다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시원한 바다의 그림이 펼쳐지고 불도저처럼 처박아대며 앙탈하는 진한 손맛이 오버랩됩니다.
찜방에서 잠깐 눈 붙이고 새벽 3시에 도착한 군산항은 잔바람으로 파고도 높지 않은 흐린 날씨입니다.
해풍이 불어오는 바다를 보니 마음이 일순간 쇄탈해 집니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제품 출시 전 신제품이라며 우럭대와 4절 450 갈치대를 택배로 보내왔습니다.
작년엔가 동출시 달창난 내 우럭대를 보더니 "요즘 영악한 우럭들은 이런 낚싯대에 물어 주지 않아요."
하더니만, 뜻밖에 보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답례로 필드테스트도 할 겸...^^
* * *
희붐한 바다를 시간반을 나갔을까...
문선장님의 다정한 멘트가 햇귀를 받아 퍼지는 윤슬에 부드럽게 녹아들고 있습니다.
"오늘은 큰 이동 없이 내만권 어초와 여밭을 누빌테니 만반의 준비를 하십시오."
어초대는 수심 25m권에서 40m권, 높이는 3m~7m까지라고 합니다.
이런 어초낚시에서는 전장 240cm 중질 우럭대이니까 대략 1m 띄우고 공략하다가 여차하면 만세를 부르면
충분히 밑걸림을 피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격성을 유발하는 액션을 취하기 좋지요.
물색도 좋고 조류가 왕성하여 생동감 있게 흐르는 4물때, 22인승 배는 승선자 단 9명,
황제낚시라고 할 만큼 여유 있으니 물심따라 뒷 쪽으로 포인트 접근하기도 용이하겠지요.
어벙진 우럭들이 생미끼인 미꾸라지와 물심에 춤추는 오징어채 그리고 작년 8월에 잡은 더넘차고 토실한 작은
주꾸미 미끼까지 뷔페식으로 골라가며 호이(好餌)를 찾아 취이할 것이고...
그러니 놀라지 않게 섬세한 테크닉만 구사한다면 효과적으로 색출해 내는 것은 시간문제... 후훗..^^
* * *
어군을 찾아 문선장님은 열심히 어초를 누비고 다니지만, 근데 어째 기대완 달리 입질이 전혀 없습니다.
기대했던 간조때 물돌이 시간대도 배 전체에서 한 두 마리뿐, 전혀 반응이 없습니다.
이동하여 여밭에 배를 흘리지만, 이 역시도 깜팽이급 두서너마리만 얼굴을 보여줄 뿐.... 바로 방생합니다.
벌써 점심때...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문선장님의 표정은 그야말고 안절부절입니다..ㅎㅎㅎ
40m권 7m어초에 접근시키며 기술껏 타고 넘어 보는 이 순간도 입질 반응은 전혀~~~
이처럼 무소식의 원인이 뭘까...
봉돌의 차가움도 느껴지고하여 표층수온을 물어보니 아뿔싸... 6.9'c라고 하네요.
(흑도입니다. 섬이 검다고 해서 흑도라고 지었다네요)
우럭들은 4~6월 산란기가 되면 살던 곳보다 조금 얕은 수온이 약 10'c정도의 연안 암초지대로 이동합니다.
수컷은 약 28cm(2년), 암컷은 35cm(3년)가 되어야 성어로서 어미가 되는데, 이들은 이런 연안지역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 수컷은 생식기를 이용, 암컷의 생식공에 밀착하여 정자를 체내로 들여 보내지요.
체내로 들어온 정자는 약 한달간 체내에서 난소가 성숙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정을 하게 됩니다.
여러분도 다 아시리라 믿습니다만, 우럭은 노래미처럼 알을 낳아 부화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몸속에서
부화시켜 산출(産出)하는 난태생으로 생식공을 통해 줄줄이 몸 밖으로 배출하지요.
잡아 보면 알이 노란 듯하면 부화가 되지 않을 때이고, 검으면 부화 중에 있는 것으로 압니다.
아직 서해는 저수온 관계로 좀 일러 연안에 들어오질 않은 이유인 듯합니다.
아마도 서해는 5월이 되어야만 서서히 해수온도 올라가고 이 시기에 이들의 이동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5월이 되어도 그간의 개체 남획으로 예전같이 어군의 밀도도 높지 않으리라 봅니다.
"주야조사님, 타네요 타!~ 속이 팍팍 타네요~ 아이고! 오늘은 완전 졌습니다..~~"
문선장님은 방송 멘트를 끝내면서 오늘은 죄송하오나 도저히 어쩔 수 없다면서 담에 기회 되면 밤이
될 때까지 모시겠다고 하며 철수를 알립니다. 그래도 고마운 멘트..^^
끝까지 혹시나 하며 낚싯대를 놓지 않고 열심히 했는데.. 완전 올꽝!~
아이고!~ 이를 어쩌나... 보령의 거래처 사장님께 큰소리 치며 약속한 횟감은......ㅠㅠㅠ
새로 출시되기 직전에 보내온 우럭대를 직접 필드테스트를 해 봤습니다.
고급스런 디자인에 55:45 정도의 연질 휨새로, 바닥을 미세하게 읽어내는 뛰어난 감도와 함께 경량화되어
장시간의 피로감을 줄여주는 우수한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어초라서 채비걸림이 많았는데, 시험 삼아 큰 챔질 시도에도 허릿심이 이를 충분히 소화시켜 주는
탄력성과 충격에 강한듯한 내구성이 아주 돋보였습니다.
이 정도의 제품이라면 우럭용 뿐만 아니라 대구 낚시도 충분히 사용해도 될 만큼 범용성을 염두에 둔
전천후 제품인 듯했습니다.
가이드나 릴시트도 후지 제품을 사용하여 녹이 스는 단점을 커버하고 릴의 부착 시 이탈을 방지하는
체결력을 강화시켰더군요. 아마도 제품의 품질에 비해 가격면에서도 가성비가 상당히 좋을 것 같습니다.
유월이 되면 산란을 마친 우럭들의 소굴, 홍어골에서 제대로 이 낚싯대의 진가를 발휘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마이다스>
* * *
지난번 조우(釣友)인 옹달님의 용사비등(龍蛇飛騰)한 수필집 한 구절이 생각나네요.
낚시는 무엇인가...'낚싯대로 물고기를 잡는 것... 너무 집착하면 고기를 잡는 낚시꾼일 뿐이다.
지혜롭든 어리석든 이름 석 자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가리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감싸 안는
바다의 넓고 깊은 지혜를 배우며 즐기는 것이라고....
하선하여 자존심이 발동, 어물전에 들러 시커먼 우럭이 아닌 좀 비싸지만 회색빛 우럭 네 마리 샀습니다.
맘은 좀 실뚱머룩하지만 약속은 했으니.... 늘 낚시 이야기만 나오면 앞뒤 가리지 않고 뒤퉁대는 자신...에효!^^
모양새를 내어 뜨면 혹여 아들 거래처 사장님이 눈치챌까봐 다른 것 필요없이 대충 회만 떠 달라고 했지요.
바로 전화를 하고 난 후 보령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기다리던 부부와 가족이 저를 환대해 줍니다.
"와! 큰놈들 낚으셨네요.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회까지 잘 뜨시고...&$%&#$%&"
"이 정도는 낚시꾼이면... 다 뜨~뜹니다~요~~흐흐흐흐~ 사장님, 맛있게 드십시오.."
아이고, 이런 거짓말을... 표정 관리가 안되네요..ㅎㅎ
같이 저녁을 먹고 가라는 간청을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하며 집으로 줄달음... ㅋㅋ
* * *
밤 늦게까지 쓰다 보니 두서 없는 글이 되었네요.
대단히 죄송하오며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아조 시원하게 꽝치심을 손벽치며...축하합니다....
약 올리며 출조 하실때부터 알아 봤습니다....ㅋㅋㅋ
우럭도 못잡고....막걸리도 못잡고.....그저 바람만 잡으셨네요....ㅎㅎ
23일 열기출조때 열기꽃과 막걸리꽃을 만발하게 피워보시게요...
주야조사님
다시한번.......
꽝조사 되심을 축하합니다....아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