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야조사님, 수요일 안흥으로 우럭낚시 가시지요."
똥글이님의 느닷없는 전화를 받고 "일단 알았어요. 콜..."
평일이라 아들 사장님(?)의 눈치를 살피며, 겨우 말을 꺼내 허락을 득합니다...
아~ 자존감..^^
안흥은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까지도 "우럭 낚시의 메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나의 우럭 낚시 친정[親庭]이기도 하고요.
십수 년 전, 서해안 고속도로가 나기전인데, 장장 4~5시간을 국도로 달려 30리터 쿨러를 단번에 채우던 시절이 있었지요.
멀리 나가봐야 한식경 거리인 가의도를 중심으로 정족도, 옹도, 병풍도, 목개도, 윗쪽으로 사자바위 쪽만 나가도
괜찮은 씨알로 착한 쿨러 조황을 올릴 수 있었답니다.
그런 안흥항의 일정이 잡히니 친정 가는 기분으로 설렘이 시작합니다.
무게감에 먼지 자욱한 옛 낚시대를 접고, 까만봉다리님이 주신 날렵하고 가벼운 낚싯대로 무장하고
떠나는 날, 차 안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납니다.
다정다감하고 배려심 많은 '금아'님과 일행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똥글이님과 함께 간단히
오늘의 축배를 듭니다.
간단히 눈을 붙이는 순간 차가 멈춥니다.
바람이 잔잔하고 하늘은 반청반담, 물때는 황금 물때인 3물.. 간조 07:42분, 만조 13시38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지요.
돼지고기 넉넉히 썰어 넣은 든든한 김치찌개로 체력을 보강하고, 출전에 대비하여 똥글이님이
좌석 추첨을 합니다.
저는 배 중간에 당첨...^^
화려한 불빛, 생동감 넘치는 새벽의 안흥항은 마치 과거의 '서해의 실크로드'시절을 방불케 하는
역동적인 모습으로 다시 탄생하는 듯해 보입니다.
우리가 탈 배입니다.
누가 그러더라구요. '똥침선 전문배'라고요....
고개가 갸우뚱거려집니다.
예전에 신진도 똥침선 전문배라고 한다면 은양호, 부길호, 바다1호
정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멀리 나가지 않고 사자바위와 가의도 부근 1m짜리 똥침선들을 타고
넘으며 솔찬히 빼먹던 그 시절...
그런 배로 생각하고 채비를 준비합니다.
그런데... 예전과 다른 색다른 느낌을 주더군요.
일단 2시간 정도 사위가 수평선뿐인 먼 바다를 나가는 모양입니다.
수심 50~70m까지, 똥침선은 1~2m 그대로인데, 여기저기 나오는 대물 우럭에 긴장한 조사님들의
손길이 바빠집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낚싯배는 없고, 간혹 통발 어선만 여유롭게 닻을 내리고 있는,
포인트 경쟁이라는 것 없이 기분 좋게 여유로운 낚시를 합니다.
젊고 아주 유능한 선장님은 부지런히 3~10분 거리의 징검다리 똥침선만 누비며, 포인트 접근에 있어서
배의 선후를 마치 카바레 춤꾼이 여자 돌리 듯 자유자재로 공략합니다...^^
물살을 휘저으며 초릿대가 부러질 듯, 여기저기 올라오는 40~50급 우럭들의 입질은 폭발력을 넘는 수준입니다.
경험이 많은 노련한 조사님, 특히 정놀부님과 금아님, 똥글이님의 천재적인 어획 본능, 내공이 단연 빛이 납니다.
무슨 자판기 커피 꺼내듯이...쌍걸이, 쓰리걸이 까지... ㅎㅎㅎ
***
여기서 잠깐, 저의 상식으로 태안 앞바다의 소위 말하는 똥침선에 대해 저의 견해를 피력코져 합니다.
1~2 m짜리 똥침선... 한마디로 침선 형체가 적으면서 큰 개체들이 많은 이유가 뭘까?
일단, 고려사(1134년 인종12년), 태종실록(태종12년,1412년)등에 보면,
안흥 앞바다는 물살이 세기로 유명하여, 수시로 침몰하는 배을 안전을 위해 안면도의 창기리를
운하식으로 안전 항해를 위한 굴착했다는 기록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무서운 곳이기도 합니다.
그 당시 배들은 100% 목선(木船)이었고, 길이가 길어봐야 배 가장자리 틀을 고정할 수 있는 나무가
10~20m라서 배의 길이도 이에 따라 10~20m 정도의 이상을 만들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노를 젓는 배나 또는 바람을 이용하는 돛단배들로, 태안 앞바다의 조석 간만의 차가 심하고
조류가 빨라 아주 옛날부터 선박들의 침몰이 잦은 난행량(難行梁)으로 <신중동국여지승람:조선조
중종25년 간행>의 기록을 보면 대섬, 마도일대인 안흥량에서 침몰한 조운선(漕運船) 피해 현황이(조선
태조~세조, 60년간) 선박 200여척이 수장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 비단 호남권 조공의 곡물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고급 고려청자는 전남 강진에서
생산된 것으로 왕족 및
지배계층이 많은 개경(개성의 고려때 이름)으로 향하다가 이곳의 벽을 넘지 못하고 침몰되었거나,
오랜 역사가 있는 '서해의 실크로드 안흥항'에서 가장 가까운 직선거리의 중국의 산둥반도를 가기 위해
보급품을 받고 입출항하다 변을 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래 저래 상선, 조운선, 무역선들이 이 난행량에서 침몰한 배들로 확실치 않지만, 대략 1,000척이 넘는 배들이
수장되어 뻘속에 박혀 있어 지금의 똥침선이 된것으로 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동안 목선이 썩지 않고 어느 정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까닭은 서해안의 뻘층이 잘 발달되어
그렇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다 지질은 갯뻘이 많아 침식작용보다는 퇴적작용이 활발하여 모든 오염원을 잘 정화시켜 주는
까닭으로 상상키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많은 생명체들을 품고 있고, 잘 성장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잘 되어 있지요.
더구나 해안선 구조가 복잡한 리아스식 해안으로 토착성 어종들의 은신처도 한몫 하는 것도 그
이유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첫 마수걸이 50이 살짝 넘는 개우럭입니다.
이런 싸이즈가 타고 넘는 똥침선에서 자주 출몰한다니....
우럭 선상낚시의 백미는 당연, 쫄깃한 회에 목젓을 타고 넘는 이슬이의 황홀감...^^
일행들께서 내어 놓은 횟감으로 금아님이 깨끗하게 손질. 그리고 못 잡은 분을 위한 두 분의 아낌없이 나눔까지...
하선하여 횟집에서 물회를 만든다고 합니다...
오늘따라 배가 느리게 가는지..ㅎㅎㅎ
귀항(歸港)길에 이런 저런 이야기로 하루의 회포를 풉니다.
오늘 하루 우리들의 건강한 웃음이 바다에 꽃으로 피어, 그간 쌓인 피로를 말끔히 씻어 줍니다.
좌로부터 금아님, 똥글이님, 저...
정족도가 해무로 쌓여 아름다운 한폭의 동양화가 되어 우리를 감탄케 합니다.
안흥항의 연속 2경간 아치교인 인도교를 한창 공사중에 있습니다.
하늘로 비상하는 갈매기를 형상화한 이 다리는 사람만 걸어 다닐 수 있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중간에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공간이 있는데,,, 그 곳에서 낚싯대 던지면... ㅋㅋ
벌써 낚시객들의 쓰레기가 걱정입니다.
드디어 탄생한 자연산 우럭 물회...
뜨악!~~ 탄성 탄성...
단숨에 2그릇 산뜻하게 비웠습니다..
남해 특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굵고 좋은 조황, 만족하며 또 날을 받았습니다..^^
수고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바다를 마주보고 심호흡을 하면 꾼들은 일상의 끝이, 언제나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는가 싶습니다.
저도 오늘 갈치낚시를 다녀와 피로의 무게를 그대로 컴앞에 마주하니 반가운 얼굴과 사연이 가슴으로 다가옵니다.
"이곳은 녹차의 연두빛이 짙푸른 녹음으로 깊어가고, 아침 안개가 차밭을 휘감으며 한없이 희미한 무릉도원을 연출합니다. 이제 예당의 간이역은 한적하게 작아지고, 저수지가에 늘어선 벗꽃들은 무심히 무심히..... 져버렸고, 그리움으로 하얋게 퇴색해 버린 단발머리의 소녀는 오늘도 합장하며, 그곳에서 서성이는데......
"한번의 마주친 인연은 전생 억겹의 시간의 끝이라는데.......무심한 주야님은 그렇듯 스쳐가 버리고.....
아~아 어쩌란 말이냐,
추신: 진정 남자라면 책임을 져야하는거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