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에 3자리 예약을 했다고 심통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한사랑님도 모시고 간다고 하여 동참하고 싶어졌습니다.
지난번 갔던 똥글이님과 안흥행 약속을 일단 양해를 구하고 바로 콜!~
가끔은 통화하지만, 한사랑님 안면대조 한지가 2년이 넘었던 것 같습니다.
계절은 어김없는 순환으로 가을의 문턱에 접어들었나 봅니다.
이른 새벽 공기가 상량한 느낌으로 얼굴에 와 닿습니다.
계양에서 한사랑님 픽업하고, 이런저런 그간 안부 나누면서 남항에 2시에 도착했는데
와우!~ 일요일 좋은 물때라 그런지 벌써 사람들의 파시로 인산인해입니다.
아는 지인도 많이 오시고요. 모두 인사 나누는데 심통님이 오뎅 포차로 이끕니다.
특유의 너스레로 "행님들, 씨원한 생명수 한 잔 해야쮸!."
이렇게 기분 좋은 날,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편안한 사람들과 새벽에 마시는 시원한 지천명주 생명수 두어 잔....
석 잔 술은 신선이 되고, 넉 잔 술은 해신(海神)이 되어, 오늘 바다를 평정한다고...ㅎㅎㅎ
소주 잔 건배를 외치며 단숨에 넘기는 짜릿한 목 넘김이 아주 좋습니다.
4시에 임검이 끝나고 이 배의 널널하고 깨끗한 휴식 공간에서 서몽(瑞夢)의 꿈을 꿉니다.
중간에 몇 번 깼지요. 한참을 이동하는 것 같습니다.
바람도 파도도 없는 먼 바다에서 채비를 담급니다.
첫 포인트에서 반응이 없어 두 번째 대략 15m 높이의 침선에서 쏟아지는 입질....
침선이 높지만, 바닥권에서 제법 큰 씨알이 올라온다 합니다.
채비를 1m 정도 올려 들고 있으니 바로 반응이 옵니다.
저는 4짜 정도...
옆 심통님의 전동릴이 끼어억!~ 대며 굉음을 냅니다. 초릿대 역시 부러질 듯 처박는 스릴...
상기된 표정에서 얼마나 큰 개우럭인지를 충분히 느끼게 합니다.
50이 넘는 시커먼 괴물 우럭입니다.
여기저기서 대물들이 쏟아집니다.
수정같이 맑고 파아란 하늘, 시푸른 바다의 잔잔한 물결 위에서 우린 창랑가(滄浪歌)를 불러 봅니다.
비교적 큰 침선에서 괜찮은 씨알들을 한참 동안 빼먹고.. 다른 포인트로 이동....
'2m권 똥침선'이라는 방송을 접하는 순간, '앗싸!~ 내가 안흥권에서 갈고닦은 똥침선 전문가!' 라는
생각에 언젠가 군산권에서 재미를 톡톡히 본 기억이 떠 오릅니다.
준비해 간 갈치꼬리로 3단 전체를 2마리씩 꿰어 무장하고 긴장 속 입 마른 헛기침으로 채비를 내립니다.
배가 조류를 타고 앞 뒤가 아닌 옆으로 흘러 줄이 앞으로 뻗습니다.
바늘에서 느껴지는 무언가에 살짝 걸리는 느낌과 동시에 우두둑!~~
배가 옆으로 흐르니 옆사람과 줄 엉킴은 없을 듯...
봉돌을 그대로 둔 채, 물심따라 줄을 약간 풀어주고 5초 정도 흘렀을까... 살짝 당기니까.. 뭔가 놀라
후두둑~~ 끌려 오는 느낌.. 그 무게감이 장난이 아닙니다.
"분명 세쌍걸이 일거야!~"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전동릴이 섰다 돌다를 반복하며 올려보니, 4짜와 5짜 중반 세쌍걸이.. 세상을 다 얻은 이 기쁨...ㅎㅎㅎ
모두의 축하를 받으며 사무장님의 카메라 세례를 받습니다.
배 전체에서 골고루 재미를 보고 있는 함성이 초가을 바다를 춤추게 합니다.

한사랑님의 숨은 파이팅이 살아나고...^^


( 선사에서 가져 온 사진이라 그대로 옮기다 보니 해당 선호(船號)가 찍혀 있네요. 이해 바랍니다.)
인천권은 우리가 보통 자원이 고갈되어 이런 큰 씨알들이 없을 줄 알았는데, 좀 먼 바다로 나가면 개체가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해 줍니다.
이 정도 낚은 마릿수와 씨알이라면 굳이 수도권에서 남쪽으로 그 먼길 달려갈 필요가 없지 않겠나 하는
생각으로 잃었던 인천권 황금 매력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사랑님 픽업해 드리고 집에 도착하니 7시 반 정도, 간단히 회를 썰고 매운탕 끓여 한 잔 쭈욱!~~
대충 정리하고 잠자리에 드니 수면제가 달리 필요 없네요.
함께 해주신 낚시인 여러분! 그리고 사무장님, 선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