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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3 05:27

벌초를 다녀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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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2693 댓글 5


어머니 가신지 벌써 십수 년이 흘렀다.

길이 막힐까 봐 새벽을 달려 도착한 산소는 때마침 햇살이 번지는 아침이다.

주인을 잃어 이미 풀밭이 되어버린 천둥지기와 그 위쪽 자드락밭 사이

고불탕길을 도두밟으며 올라 가는 길은 예전같지 않고 숨이 차다.

이 좁은 산길도 인적이 드문 탓에 사방이 우긋하여 바지가 이슬에 흠뻑 젖는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같은 풀들이 산소를 뒤덮고 있다.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와서 마치 빗처럼 고이 빗어 넘겨진다. 

부쩌지를 못하시고 늘 오지랖 넓게 온 동네를 안방으로 여기신 어머니께서

나를 보시더니 벌떡 일어나셔서 나를 안아 주신다.

아... 어머니의 살내음...


빨래해서 막 입은 옷, 갓 나온 풋과일 향의 상큼한 새물내. 

그리고 부엌에서 생선 굽다 말고 버선발로 나오신 약간의 비릿하면서 고소한 내음이다. 

얼마나 그리운 고향의 냄새이던가....

메말랐던 내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촉촉해진다.

낫으로 천천히 풀을 베고, 좋아하시던 막걸리 한 잔 부어드렸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리워지는 내 삶의 원형인 모성.

그것은 내가 자라 온 바탕이며, 또한 험준한 객지에서 살아가는 바탕이기도 하다.

무조건적이며 숭고하고 온화한 들꽃 같은 사랑으로 품어주시던 마치 신 같은 존재.

神께서 모든 곳에,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어서 대신 그 역할 분담으로 어머니를

만드셨다고 한다.


Comment '5'
  • ?
    항상부자 2017.09.13 06:32
    조사님....
    일찍이 다녀 오셨내요.......저는 23일 출발해서...24일 까지강행군일정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는 완전 등산 수준입니다.....길도 없고...험하고....
    올라가는데만 1시간이상걸립니다.......나이들어 찾아온 관절 손님이 영 괴롭히내요..ㅎㅎ
    그래도 움직일수 있을때 까지는 꼭 찿아 뵐겁니다..
    뿌리없는 자손이 어디 있겠습니까......벌초시즌....차가 막힐까 벌서부터 걱정이돼내요....
    영월....삼척 도계....평창 대화..요렇게 다녀야 해요 ㅠㅠ 벌들 조심 하셔유......
  • profile
    晝夜釣思(주야조사) 2017.09.13 07:06

    맞습니다. 뿌리 없는 자손이 없지요. ^^
    잘 다녀오시고요. 특히 벌 조심하셔야 합니다.
    왕벌에 쏘이면 정말 큰 일 납니다. 만약에 쏘이면 재빨리 부위의 벌침을 손톱으로 빼지 마시고
    신용카드 모서리로 살살 긁어내시면 침이 잘 빠집니다.
    손톱으로 뽑다가 침이 부러지면 치료하기 어렵게 됩니다.
    몇 년 전에 친구랑 밤 주우러 갔다가 친구가 왕벌이 쏘여 혼수상태...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고 의식저하로 대소변, 땀구멍까지 다 열리고... 간 곳의 위치를 몰라 헤매고...

    어쩔줄 몰라 정말 혼이 났지요.
    혹여 모르니 만약을 대비해서 119에 신고할 가시는 곳의 장소를 한 번 인지하시고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 ?
    항상부자 2017.09.13 07:18
    넵!!
    참고하겠습니다.....좋은 하루 돼세요.....
  • profile
    이어도(강인병) 2017.09.13 13:40
    부모님을 모두 화장해서 이천 호국원에 모시고 있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이천으로 현장 발령 받아 가까우니 자주 찾을거라 생각했지만
    살아 생전에도 불효자라.. 지척에 있으면서도 자주 찾아뵙지를 못했네요
    주야조사님 글을 보니 아차 싶은게 뭔가 할일을 잊고 있다가 퍼뜩 생각이 들게하는
    전기쇼크같은 느낌입니다 ^^
    감사합니다 ^^
    주야조사님..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profile
    晝夜釣思(주야조사) 2017.09.14 04:42
    전기쇼크라...^^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 정도의 불효자라고 생각케 해 드렸으니 당연히 감사를 받아야겠네요....ㅎㅎㅎ
    이왕 생각나셨으니 얼른 다녀오세요.
    답답한 곳에 계시니 자식 그리운 맘 더하실 거에요.
    가셔서 이제는 우리가 안아드려야지요..^^
    늘 건강한 삶이 이어지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이어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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