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네.
용혜원
빛 고운 낙엽들이 늘어놓은 세상
푸념을 다 듣지 못했는데
발뒤꿈치를 들고 뒤돌아 보지도 않고
가을이 가네
가을이 가네
내 가슴에 찾아 온 고독을
잔주름 가득한 벗을 만나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함께 나누려는데
가을이 가네
가을이 가네
세파에 찌든 가슴을 펴려고
여행을 막 떠나려는데
야속하게 기다려 주지 않고
가을이 가네
가을이 가네
내 인생도 떠나야만 하기에
사랑에 흠뻑 빠져 들고픈데
잘 다듬은 사랑이 익어가는데
가을이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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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산야가 형형색색 색동옷으로 갈아입고 우리를
반겨 줍니다.
북한산에도 태풍의 간접 영향인지 바람이 드셉니다.
곱게 물들었건만, 단풍이 바람에 낙엽 되어
사정없이 쓸려 구석으로 몰려갑니다.
벤치에 앉아 보고 있노라니 애틋함이 밀려옵니다.
자신을 뒤돌아 보게 하는 순한 계절.
봄.여름.가을.겨울이 있듯이
우리도 소년.청년.장년.노년이 인생의 사계절인 셈이죠.
결실과 성숙의 계절인 이 가을은...
장년에 비유해도 어긋나질 않을 것이니
내 살아온 인생을 점검하라는 황색 신호등이라 봅니다.
산도 좋고, 바다도 좋고, 아니면 농익은 창(窓)을 열고...
그림으로 펼쳐진 저 찬란함과 풍성함을 빈 내 가슴에
가득가득 담아 두십시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시월에(十月愛),
세속 온갖 번뇌와 땅위의 질곡으로부터 잠시 벗어나는
시월애(時越愛)로 달달하고 따스한 가을을 맞아보시지요.
월요일 시작에 앞서...
주야조사
春情에 들뜬 마음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깊어가는 秋夜에 체하신 건 아니겠지요
'잘 다듬어 익어 간 깊은 사랑'
창문에 달빛 스며들면
만
끽
하시길
온 몸이 부서질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