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4시55분 출항한 배가 쉬지않고 달렸습니다.
장장 11시30분까지
지칠대로 지쳐서 11시35분경 첫입수를 시켰는데 그것도 잠깐
선장이 삑삑거립니다.
해경이 떴다면서 모두 선실로 들어가라고 명령합니다.
선실에 갇힌 채 30분을 숨죽이며 보냈습니다.
12시 조금 넘어 다시 낚시 시작
12시30분쯤 되자 철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더니
12시40분에 배는 전속력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그 배 선장이 원래부터 신경이 날카로운 양반인지
아니면 그날따라 그런건지 저는 모릅니다만
반말 비스무리하게 지껄이는 명령투도 맘에 안들었지만
이렇게 40분 낚시할 걸,
그 비싼돈 받아가며 스무 명을 농락하는 행태가 정말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선장인데
풀이 잔뜩 죽은 모습으로 뿔뿔이 흩어져 선실과 배밑창으로 다시 겨들어 갈 뿐
누구 하나 나서서 뭐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 짧은 시간인데도 여러마리의 우럭과 아이 머리통만한 대구
서너마리를 꺼낸 베대랑도 있었지만
절반은 허당이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구요.
남항에 도착하니 저녁 6시45분
배밑창에서 12시간을 뒤비졌다 나온 게
허망하기도 하고 한심스럽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뭐 앞으로 당연히 그 선사를 이용할 일은 더 없겠지만
불친절과 뚱한 표정들이 몸에 밴 선장과 사무장, 그리고 낚시점 사람들의 모습을 봤을 때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런 식으로 살아온 게 틀림없습니다.
손님에게 즐거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손톱만큼이라도 보였다면
이런 글을 쓰는 제가 오히려 문제가 있습니다.
글을 쓰는 이유는
즐거움은 커녕 스트레스와 심지어 트라우마까지 안기는 그런 배의 기억을
잊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