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the Healing Sea!
힐링의 바다로 가자!~
대략 4개월 동안 바다의 애인(愛鱗)을 만나지 못했더니 영혼이 녹이 슬어 삶이 혼미해질 정도입니다.
겨울 시즌의 낚시는 '바다의 꽃'이라 불리는 열기낚시라 생각합니다.
완도권 급감하는 왕열기들의 개체를 보며 또 가득 알을 품고서 분화, 성숙된 유생들을 열린 산란공으로
쏟아내는 시기라 사실은 출조가 내키지 않아 참고 미루다가 끝날 무렵인 4월 29일(5물) 다녀왔습니다.
대략 한 번에 포란수 3만~5만 여개의 알을 가지는 열기(불볼락)는 난태생이기에 알을 좋아하는 천적들에게
잡아 먹히는 염려가 많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치어가 산출하는 이 시기만이라도 금어기간이나 조업(釣業)을 미룬다면 열기를 비롯,
볼락과 들의 개체수는 아마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날 것입니다.
씨알이 좋은 왕열기들을 찾아 40~60m권을 부지런히 찾아 헤매지만, 확실히 예전 같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그 며칠 전까지는 호조황이 유지되어 내심 기대를 했건만, 줄 타는 것은 어렵고 한 두 마리 입질하는
것으로 만족했으며, 전체 조과는 왕열기 23수에 잔챙이 10수 정도를 올렸습니다.
여수권 배들도 시즌이 끝나니까 이제 서서히 이곳을 떠나 여수로 이동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더군요.
고단하고 닫힌 답답한 삶이 엔도로핀이나 칸나비등의 행복한 호르몬이 팍팍~ 분비되는 열린 공간으로 가는 길목입니다.
밤새 달려 잠시 눈을 붙이는 이 휴식이 끝나면 마약과 같은 행복감으로 무겁던 팔다리가 가벼워지고
새 힘이 솟아나는 희열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잔잔한 파도에 물색도 좋은 당사도(唐寺島) 앞바다에서 포인트를 옮겨가며 공략하고 있습니다.
이 당사도는 도명(島名)에 관련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이곳은 배들이 들어오는 항구(港口)의 문(門)이라 해서 '항문도' 라고 지었답니다.
그러나 지명의 어감이 좋지 않자 '자지도'(者只島)라고 지었는데, 이 역시 문제가 되어 다시 개명,
오늘날까지 당사도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현지 주민들은 '자개도'라고도 부른다고 하네요.
암튼 푸른 절벽위에 하얀 등대는 색다른 이국적 느낌을 줍니다.
당사도에서 남동쪽으로 4마일 정도에 수십척의 중국 어선이 육지를 향해 포진하고 있습니다.
쌍걸이 어선이라고 채 선장은 말을 하는데, 분명 우리나라 해역인데도 어찌하여 오성기를 휘날리는 중국 어선이
버젓이 진을 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아마도 밤이 깊어지면 해경의 단속을 피해 이곳을 쌍걸이로 싹쓸이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제법 큼지막하고 먹음직스러운 붉은 쏨뱅이가 알을 가득 품고 올라왔습니다.
바늘을 깊이 삼켜 빼느라 애를 먹었는데, 이미 기절을 하여 살려줄 수가 없어 배를 훑어 산출을 시도했습니다.
앞쪽 등가시에 독이 있어 만약에 쏘이면 붓고 얼얼한 고생을 한참 하니 만질 때 조심해야 겠습니다.
횟감으로 치면 고급 어종에 속하며, 찰진 식감과 은은한 단맛은 쏨뱅이 매니아들에게 최고지요.
누가 뭐라고 해도, 설령 순사들이 단속을 한다해도 예전같이 무지막지하게 가져가지 않는 한 두 병의 생명수...
배가 이동하는 틈을 타서 열기와 쏨뱅이의 껍질 벗겨 얼음속에 뒀다가 꺼내어 회를 뜨고 초장에 버무렸지요.
배에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작은 페트병을 잘라서 잔으로 이용하는 또 다른 추억꺼리 낭만...
캬!~~ 목을 타고 넘어가는 짜릿한 망우물(忘憂物)은, 영국 수상 처질도 술이란 내게서 뺏어가는 것보다
내가 술에서 얻은 유익이 더 크다고 했는데.. 공감 공감....^^
첫째 잔은 예(禮)요, 둘째 잔은 정(情)이며, 셋째 잔은 사교(社交)라 하였으니, 사람을 사귀거나 낚는 것에
술만한 것이 어디 또 있을까...
환상적인 자연 조형물, 숨이 탁 멋을 정도로 아름다운 작은 섬 복생도(卜生島) 절경을 보면서 희열을 느낍니다.
절벽같은 우리네 삶에도 이런 자연을 통해 이토록 평화스럽고 편안한 안식을 얻을 수 있다는 깨달음...
눈은 청산에 있고 귀는 거문고에 있으니, 세상의 무슨 일이 내 마음에 이르리오,
가슴 가득한 호연지기를 아는 이 없으니, 한 곡의 미친 노래를 홀로 읊어 보노라...<고산 윤선도>
그림처럼 선사에서 출조한 2~3일 전까지 연타로 좋은 조황을 올렸기에 내심 기대..
그리고 설렘으로 채비나 미끼를 다시 점검하고 쿵쾅거리는 가슴으로 채비를 내렸건만... 그것은 옛이야기 같고...ㅎㅎㅎ
숨을 멎게하는 전전날의 대박 조황...
나도 만쿨 앞에서 엄지척하며 사진 한방 박아 친구들에게 카톡 날리려던 꿈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그래도 충분히 먹을 만큼 왕열기로 20 여수 했으니 꺾어진 시즌에 대만족...^^
우리 집사람 열기 회덮밥에, 며느리 두어 마리 구워줬더니, 월요일 밤의 열기.. 가족애 솔솔...
전날에 일찍 도착하여 배에서 내리신 올해 92세의 조옹(釣翁) 선배님을 뵙고 사진을 찍어 드렸습니다.
아!~~ 과연 나도 이 어르신처럼 이 연세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바다를 누빌 수 있을까...
제발,,,,~~ 꿈이 아닌 현실이 되기를 간구해봅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풍요로운 바다의 제왕이 되시옵소서...
함께해 주신 광주 이경철군 그리고 왕복 운전에 고생하신 잉어꾼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핸드폰으로 찍어서 사진의 해상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이해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