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의 바다, 시화방조제에서 밤을 잊다

by 어부지리 posted Jul 07,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1
서해 중부권에도 1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바다는 많다. 다만 간조때라면 드넓은 갯벌이 바닷물을 대신해 우리를 반겨준다.(강화도)
벌써 7월, 장마인지 아닌지도 모르게 시간이 흘러왔다. 비가 더 올지 아니면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는 건지 기상청도 감을 못 잡나 보다. 비교적 잔잔한 서해 여름 바다, 이따금 강한 바람이 불긴 하지만 그리 오래 지속되진 않는다. 여름 시즌이 시작된 건 맞나보다.

갑자기 바다가 생각나면 찾아볼 수 있는 곳, 그런 곳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1시간 이내에 달려갈 수 있는 바다 근처에라도 살면 얼마나 신날까.

동해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7번 국도변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10분쯤 달리다 보면 한 쪽은 백두대간의 산세가 수려하고, 다른 한 쪽은 푸르디 푸른 깊은 바다가 시선을 끄는 곳. 그래서 여름 휴가철이면 늘 자동차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곳이 되나 보다.

서해에도 있다. 동해의 탁트인 해안 같지는 않더라도 바다 본연의 느낌이 가득한 곳이. 꾸불꾸불한 해안선이 복잡하긴 하지만 한편으로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는 바다다. 비록 대물 낚시는 할 수 없지만 바다가 가진 향기를 품고 나오는 작은 고기는 많다.

북쪽 강화도부터 요리조리 남쪽으로 나있는 도로들. 해안도로라 불릴 만큼 잘 정비된 곳은 아니지만 찾아보면 정취가 묻어나는 길들이 이어진다. 요즘 내비게이션은 이런 길도 잘 찾아준다.



앞에 바다가 펼쳐진다면 뒤는 중요치 않다. 쌩쌩 자동차가 달리는 시화방조제 중간에 있는 자그마한 오이도 선착장.
재미삼아 하는 투망에 '조이불망'이니 뭐니 하는 얘기는...
재미있고 흥겨운 가족 나들이 풍경일 뿐이다.
시화방조제, 경기도 시흥과 안산에 걸친 수도권 최대의 방조제다. 비록 수십 년간 환경 문제로 시끄러웠던 곳이지만 담수화를 포기한 지 꽤 되었다. 이미 해수호로 운영된지 거의 7,8년이 지나서 바다라 할 수 있다. 물때를 잘 맞춘다면 드넓은 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

방조제 중간에 배를 탈 수 있는 오이도 포구가 있고, 남쪽의 대부도에는 서해 섬을 오가는 여객선이 있는 방아머리 선착장이 있다. 주차 문제만 해결 된다면 방조제를 여유롭게 거닐 수 있는 중부권 명소가 될 텐데, 이점은 정말 아쉽다.

밤의 시화방조제는 낮과 다른 모습이다. 이제 막 낚시에 입문한 초보부터 고참 낚시인까지 즐겨 찾는 낚시터로 변한다. 낮과 분위기가 다른 그 주된 이유 한 가지는 당연히 주차 문제다. 밤엔 개구리주차가 묵인된 까닭에 방조제 중간에 차를 세울 수 있다.

주차된 차의 99%는 낚시인이 타고온 거다. 혹시 처음이라서 포인트를 모른다면 차가 제일 많이 주차된 곳에 차를 세우고 분위기를 살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낚시인의 헤드랜턴이 빛나는 걸 쉽게 발견할 거다.

물론 처음 가는 사람이 홀로 가는 건 반대한다. 곳곳에 미끄러운 바위가 있어서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트래킹화나 갯바위 신발이 필요하다. 물때에 따른 포인트 형성도 천차만별임을 알고 가야 한다. 따라서 처음에는 경험자 따라가는 게 가장 좋다.


낮과 밤의 분위기가 전혀 다른 시화방조제 풍경. 너무나 널리 알려져 주말 밤이면 포인트 잡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시화방조제는 손맛터다. 가끔 대물이 올라오는 대박을 터트리긴 한다. 광어도 종종 낚이긴 하지만 주종은 방생급 우럭이다.

중부권에서 루어낚시를 손쉽게 입문하는데 이곳보다 나은 곳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물때와 포인트 잘 맞는 날이면 두 자릿수 우럭은 기본인 곳이다.

무엇보다도 바닥감을 익히는데 아주 그만이다. 나풀대는 가벼운 웜으로 밑걸림 피하면 여지없이 무는 곳도 있다. 조금 무거운 지그헤드 쓰면 포인트까지 캐스팅하긴 쉬우나 밑걸림이 심해져 낚시 자체가 불가능한 포인트도 있다.

여러가지 경험을 통해 감을 익혀 나갈 수 있는 곳이니, 가히 바다루어 신병훈련소라 할 만한 곳이다.

10Km가 넘는 방조제 전 구간이 낚시터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가야 한다. 방조제 중간 부분에 위치한 가리섬 부근이 제일 활발한 편이다.

올해도 조금 지나면 열대야 얘기가 나올 것이고 매스컴에선 한강변에 돗자리 깔고 밤을 지새는 풍경도 여지없이 보일 것이다.

그동안 대물 낚시에만 전념한 사람이라면 가벼운 루어대와 웜 한 봉지 들고 가까운 바다로 나가 새로운 맛을 찾아봄은 어떨까.

발품을 조금 더 판다면 시화 말고도 더 훌륭한(?) 포인트가 중부권에 있음은 물론이다.

잡고 놓아주는 잔챙이 손맛낚시가 주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이 세상에 재미없는 낚시는 없다'라는 늘 하는 얘기로 글을 맺는다.


Articles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