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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바다내음 가득한 해수욕장 '어은돌'(상) 한적하고 조용한 휴식처답게 포구도 여유롭다.(하) | |
그 자태에 반해서 얼마나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던가? 모든 낚시 장르가 마찬가지겠지만, 출조 전의 가슴 벅찬 그 기다림, 그리고 떨림… 그 기다림 끝의 결과가 설령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또 다음 출조를 기다리는 게 우리 낚시인의 마음 아닐까?
선상낚시를 시작한 이후론 한 번도 다시 찾지 않았던 갯바위 낚시의 열정이 다시 불붙음을 느낄만한 뉴스였다. 감성돔에 대한 열정을 잊었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갈 생각을 했던 걸 보면 잠시 접어뒀던 것이었나 보다. ‘내 낚시의 고향… 잊을 수는 없는 거겠지^^*…’
부지런히 장비를 챙겨나가기 시작했다. 1순위는 역시 구명동의. 여름 내내 입었던 팽창식을 잠시 접어두고, 갯바위용을 꺼내 놓았다. 구멍찌, 수중찌, 목줄, 각종 소품 등을 담으려면 역시 갯바위용이 제격이다. 비상사태에서의 안전 확보는 다시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일 거고…
그 다음은 갯바위 장화. 각종 해초류가 자라 미끄러운 갯바위에서는 반드시 신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준비물이지만, 그래서 잘 안 지켜지기도 하는 대표적인 예인 것 같다. 안전에 관한한 방심은 절대 금물. 1호-530대와 뜰채, 밑밥통과 쏠채를 챙긴 후 준비를 마무리 했다.
얼굴에 와 닿는 만추(晩秋)의 서늘한 공기를 맞으면서 바람처럼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어은돌에 도착했다. 아침에 먹는 구수한 누룽지 향이 기억에 남아있는 곳.
밑밥으로 쓸 크릴을 미리 꺼내 놓아달라는 전화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얼어있는 크릴과 파우다를 싣고 그대로 출발. 불과 얼마 달리지 않아 내린 포인트는 전형적인 홈통지형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포인트. 오늘은 느낌이 좋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한 근거리 갯바위낚시 포인트(상) 적당한 씨알의 감섬돔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곳(중) 선상낚시와 갯바위낚시가 동시에 가능한 곳이다(하) | |
크릴이 녹기를 기다리기엔 마음이 너무 급했었나 보다. 감성돔의 유영층을 파악해 보려고 전유동(全遊動) 채비를 먼저 써보기로 했다. 찌 매듭없이 미끼를 천천히 내리면서 입질층을 파악하려는 시도.
B찌에 탐색형 수중찌를 달고 3m 1.2호 목줄에 G2 좁쌀 봉돌을 바늘로부터 50cm 지점에 하나만 채우고 채비를 마무리한 후 크릴을 끼우고 힘찬 캐스팅. 조류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채비를 끌고 온 후 천천히 하강을 시도했다.
바닥에 닿았음을 느끼는 순간, 중층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던 찌에 어신이 전해졌다. 밑밥도 없이 잠깐 탐색전을 펼쳐보려 했던 첫 캐스팅에서 입질이 전해지는 행운을 만나다니…
쏜살같이 물속으로 빨려드는 구멍찌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을 기다린 후 챔질. 쿡쿡 박아대는 모양이 감성돔이다. 1호 연질대가 멋지게 휘고 감성돔과의 한판 승부가 시작됐다.
씨알이 생각보다는 크지 않나?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역시 감성돔. 3짜 남짓… 뜰채로 마무리 하면서 다시 벅찬 기쁨을 느꼈다.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반가운 마음…
감성돔을 보고나니 마음이 더 급해진다. 발로 크릴을 부수고 파우다를 섞어 밑밥을 완성했다. 발밑으로 밀려드는 반탄조류에 밑밥을 실어 수면에 가득 떠있는 학공치를 묶어두고, 1호찌 반유동(半遊動) 채비로 전환했다.
찌 밑 수심은 6m로 맞추고 멀리 캐스팅. 채비가 정렬되길 기다려 천천히 갯바위 근처로 끌어들이면서 바닥층을 공략해 보기로 했다. 중층에 떠있는 잡어를 피해 바닥층 입질을 노리는 전형적인 방법.
다시 입질이다. 엥??? 밑밥에 살감성돔이 몰려들었나 보다. 동해에선 남정바리, 서해에선 비드미라고 부르는 어린 감성돔. 연달아 몇 마리를 잡아내자 이번엔 우럭과 노래미가 정신없이 달려든다. 거의 1타 1피 수준의 입질.
서해 감성돔의 추이를 보고자 예정했던 낚시였기에 밑밥이 떨어질 때 쯤, 다시 전유동 채비로 전환해서 갯바위에서 조금 먼 지역을 공략해 보기로 했다. 조류를 따라 천천히 흘러가던 찌에 다시 어신이 전해졌다.
물속에서 강한 저항을 하며 버티던 녀석을 천천히 달래어 끌어내자 이런… 숭어다. 잠시도 쉴 틈을 허락하지 않을 만큼 쏟아지는 입질에 내심 지쳐갈 때 쯤 받았던 큰 입질이라 감성돔을 기대했었는데… 하긴 숭어도 괜찮다. ^^*
마치 어종 박물관을 연상케 할 만큼 다양한 고기들의 손맛을 보고 이른 철수를 결정했다. 다른 포인트에 내렸던 손님들의 부력망엔 4짜가 넘는 씨알의 감성돔이 여러 마리 담겨 있었다.
바야흐로 서해 감성돔 가을 시즌의 오픈인 셈인가? 서리가 내리고 겨울의 문턱에 들어설 때 쯤 이면 아마도 그 절정을 맞을 것 같다. 계절별로 잊지 않고 찾아오는 어종에 초점을 맞춰 즐기는 낚시. 보구치, 주꾸미, 문어, 갑오징어에 이어 감성돔까지… 올 가을은 그 즐거움을 만끽했던 한 해로 기억되지 않을까?
11월 6일 어은돌에서 감성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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