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조행기

오전 11시 경
이 시간까지 입질 한번 못 받았습니다.
제가 손가락 세마디 크기(두께 말고 길이)의 볼락을 하나 올렸습니다.
물살이 쎄서 100호 추를 썻는데
봉돌이 워낙 무거워서 볼락이 달려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제 지인도 완전 꽝이었고.

바닥에 방치해 놓은 볼락 한마리를 옆 사람에게 얻었습니다.
그냥 달려 나온 내 볼락 한마리와 같이 들고가서 회 떠달라고 했는데.
피시식~~ 머뭇거리더니 떠 줍니다.


초고추장 종지에 담아 온 볼락 회
디카 오전 11시 2분 54초

지인 :
우~ 씨~
완전히 속았다
우럭과 광어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꾐에...
갯바위에선 감생이가 안 잡혀서 그렇지
먹을 만한 잡어들은 늘 나오는데...
이건 갯바위보다 더하면 더했지.

옆사람 :
아니~~ 먹어보란 말도 안해!
한마리씩이나 줬는데.
정말 매너 없네...아무래도 얘길 해야겠다
"이것도 인연인데 저도 한 잔 주시죠!"

나 :
아니 이거 뭐야
볼락 한마리 주더니만
꼽사리네
회 2점씩 나오는 볼락 두마리, 총 4점

아니 이 사람이 1점 집어 먹네
벼룩이 간을 빼라!!!

자 그럼 3점 남는데...
내가 2점 먹어도 되나 몰라!

참자! 내가 오자고 했으니 1점만 먹고 속이 안 좋다고 빠져주자.
"이거 마져 드세요. 전 라면 먹은게 좀 부대끼네용..."

회항 직전의 4시 경
지인은 드뎌 첫 입질의 감격을 맛봤고
5시 출항했으니 무려 출항 11시간만에
20센티의 까무잡잡한 우럭을 올린 개가입니다.
사실 웬만큼 조과가 됐을 때는 방생해도 좋을 만한 크기죠.

나 :
디게 작네, 어떻하나!
오전에 1점 맛본 건 볼락인데
아~~ 우럭회 못 먹었다는 후환이 두렵다.

제가 직접 바로 회뜨고
몇 시간동안 두껑 막아놓은 먹다 남은 소주 대령했습니다.


20cm 우럭에서 나온 회
디카 오후 4시 12분 24초

갓 잡은 우럭 맛좀 보세용
한수 하신 덕택에 저도 우럭맛 보게 되네요~~
축하 드려요
최대한 저 자세로 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