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금해서 여기저기 두리번대야하는 아주 왕초보 수준은 아닙니다.
그러나 약 5년간에 걸친 총 출조 횟수가 그 정도이고,
또한 대부분의 출조는 첫 해에 있었으니,
제 갯바위 조력은 1년에 한두 번 연중 행사중에 그냥 갯바위 맛만 본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의 출조는 고수의 든든한 우산 아래에 편한 마음으로
대충 준비하고 출조 했었습니다.
준비 못한 게 있어도 빌려 쓰면 되고,
부수적인 편의 용품은 고수의 보조가방이 요술상자처럼 쏟아내 놓았으니...
라면 등의 부식과 조리를 위한 버너,코펠.
꽝을 대비한 통조림 등등
처음으로 나 홀로 출조를 했습니다.

사전에 준비할 수 없는 유일한 갯바위 낚시 물품들.
출조점의 기본 풍경입니다.
이렇게 출조점 마당에 밑밥이 널려져 있으면 그날은 낚시가는 날입니다.
점주의 권장에 따라 밑밥용 크릴 5개와 집어제 압맥 등을 섞어
맛있게 비벼낸 후 밑밥통에 담습니다.
낚시는 10 시간이 지난 후에 하게 되는데,
그때도 이 밑밥이 조금 덜 녹아서 현장에서 더 비비게 만들더군요.
오후 8시
기나긴 버스 여행의 장도에 오릅니다. 쿨쿨~~

새벽 3시 반,
남해 여수의 최 원도권인 삼부도에 도착합니다.
이 동네 배는 정말 빠릅니다.
화장실이나 관련 편의시설은 전혀 없고,
옆 난간이 낮은데도 안전 바도 없습니다.
철제 가이드는 갯바위 하선할 때 잡으라고 선두 부분에만 있고.
그저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데만 배 구조가 맞춰져 있습니다.
갯바위 접안 후 하선.
뱃머리를 돌린 후 서치라이트 불빛이 꺼지면 갯바위에 내린 꾼에겐 칠흑같은 암흑 세상이 찾아옵니다.
이때 제 1의 필수품은 모자에 부착하는 랜턴입니다.
몇개의 가방을 움직여야하는 두 손때문에 다른 종류의 랜턴은 무용지물이 됩니다.
한편 어디가 하늘이고 땅이고 바다고 분간이 안되는 암흑 천지는
낚싯대만 펴면 대물이 물 것 같은 희망를 생기게 하고,
어둠 속에서 채비 준비를 부지런히 하게 만듭니다.
한시라도 빨리 담그고 싶은 조급함까지 생깁니다.

멀리 웬 불빛
저는 방파제에 내렸습니다.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사연이 좀 있었습니다.
배에서 도시락 두개를 아침과 점심용으로 나누어 줍니다.
초저녁에 밥 먹고 버스로 장장 6시간을 달려오고, 또 1시간 반의 뱃길을 온 터라 허기도 지는데...
제일 마지막에 하선하기로 한 제 도시락이 없습니다. ㅋ-
10여분 위치에 있는 거문도에서 낚시하면 거기서 도시락을 구해 주겠노라고,
삼부도는 무인도라 구할 수 없으니...
아니 방파제라니? 이 먼곳까지 와서?
가이드 왈
"요즘 방파제에 벵에돔 조황이 좋아서 사람이 많아요. 오히려 잘 되신 겁니다!!"
도시락이 모자라는 것,
어디서 누가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굶고 할 수는 없는지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빨리 좀 잡아보겠다고 발광찌를 이용해 봅니다.

안개도 있고,
동쪽으로는 섬의 봉우리가 막고 있어서 내심 기대하던 일출은 볼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태양은 갑자기 환한 모습으로 한번에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6시 10분

날은 훤해지고,방파제를 둘러보니 제법 사람이 많습니다.
동편의 테트라포트에 대부분이 자리잡고
저는 방파제 서편의 석축에 자리 잡습니다.
테트라포트를 무지무지 싫어합니다.

거문도의 메인 섬이라 할수 있는 서도 방향의 등대 포인트
나중에 오늘은 여기가 유일한 포인트라는 걸 알게 됩니다.

농어용 미노우와 혹시 모를 회유 어종을 생각해 포퍼도 준비했고,
남해의 많은 지역이 갑오징어 포인트라 들어서 에기까지 준비해왔습니다만...

크릴(Krill)
종종 크릴새우라 부르는 이넘은 남극바다에서 사는 플랑크톤의 일종이랍니다.
새우하고는 사촌지간도 아니지만 모습이 비슷해 새우라고 불려집니다.
이 미끼용 크릴은 밑밥용에 비해 크기도 크고,
단단히 잘처리돼 바늘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고 오래 잘 붙어 있습니다.

배가 오는 뒷편으로 작은 규모의 고도가 있습니다.
이 고도와 큰섬인 서도 그리고 이 방파제가 연결된 동도가
거문도를 이루는 세개의 섬입니다.

오늘 주 대상어는 벵에돔
파래 새우 킬러로 알려진 벵에돔이기에 밑밥도 초록집어제를 섞습니다.
제 수준엔 주대상어 부대상어 이런 게 의미 없습니다만...
그저 아무거나 나와주면 반갑죠.

약 40명 정도가 당일 이 방파제에 있었는데
워낙 방파제가 길어 다들 띄어 띄엄 자리를 잡았습니다.(처음에는)

등대 포인트는 테트라포트와 석축이 만나는 지점에.
오늘 내 채비
1.5호 낚싯대에 3호 원줄 감긴 2500번 릴
1.75호 목줄에 3호 감성돔 바늘
2B 어신찌에 좁쌀 봉돌
찌매듭 없이 전유동으로...
뭔 생각이 있어어 이렇게 준비한게 아니라
가방속에 이것밖에 없어서...
입질이 없자 옆에 분들은 목줄을 낮은 호수로 교환하고
찌도 바꿔보고 하는데,
저는 소모품도 다양하지 않아서 대충 비슷한 채비로 걍...
낚싯대나 릴도 하나씩밖에 없어서 비상시에는 구경만하고 놀아야합니다만...
연중 행사용이기때문에 이 장비나 소품으로도 대충 할만합니다

이긍... 우럭이네... 그것도 시꺼먼스.
오전 7시
이때 올라오는 우럭은 반겨하지 않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들 저처럼 '아무거나' 좋아합니다.

찌 무게에도 휘청대는 낭창한 1.5호대 낚싯대
여기에 덜컥 대물이 걸리면 어떤 느낌일까??ㅎㅎ

발 밑은 새끼 자리돔이 바글바글
여기에 밑밥을 더 뿌리고 뜰채로 이걸 떠가는 사람도 있다합니다.
그런데 오늘 이 크기는 유난히 작아서
뜰채 그물 사이로 빠질 것 같다고 안한답니다.

치 감성돔이 올라오네요
방생~~

보통 팀 단위로 출조를 하게 되는데...
혼자 오니 좀 심심하기도 하고...
고기라도 잘 나오면 모르겠지만...

10시
하염없이 방파제를 걷습니다.
섬 연결 지역까지 15분이 걸리는 긴 방파제를...
걸어가면서 쉬엄 쉬엄 다른 분들의 조과를 살펴보니
마찬가지로 꽝 수준이더군요.

여객선이 들어 오는군요
거문도는 여수항에서 페리가 매일 2회 들어 옵니다.

여느 어촌과 같은 조용한 분위기의 동도 마을
어르신들만 이 지역 특산물인 마늘 등의 농산물을 말리고 있습니다.

바다가 있는 곳엔 언제나 있는 갯강구라는 갑각류
바퀴벌레와 비슷하지만
찌꺼기 처리를 하는 아주 유익한 넘이라지요.
미끼백과를 보면 이것도 훌륭한 미끼라는데...
선뜻 만질 수 있는 사람이 있으려나!

가게를 찾아야 할텐데...
여기까지 오니 힘이 다 빠집니다.
편한 신발에 복장이면 모를까?
갯바위 신발의 걸을때마다 나는 다닥 다닥 소리가 거슬리네요.

동도에서 바라 본 서도

왕복 1시간 정도 땀 삘삘 흘리고
캔커피 구해 왔습니다.
500원 짜리지만 돈으로 따질수 없는 사막의 청량제와 같습니다.
햇살이 벌써 엄청나게 따갑습니다.
11시

거문도의 동도와 서도사이의 바다는 섬과 방파제에 막혀
거대한 만과 같이 잔잔합니다.
저 가두리는 무얼 키우는지?

대상어든 아니든 오늘 방파제 최대 조과입니다.
그리 큰넘은 아니지만 50센티 정도
두 마리가 방파제 끝에서 나왔습니다.
방파제의 모든 사람들이 기웃대면서
조금씩 조금씩 자리를 옮기고 나중에는 요 부분에 거의 다 모여서 낚시하게됩니다.
그 후 한 마리도 안나왔습니다만...

이정도 크기의 벵에돔은 가끔 올라옵니다.
몇 센티급인지는
말 못합니다~~^^
(디카의 최대 접근거리에서 찍은거니 참고 바랍니다.)

더위와의 싸움에 지쳐갑니다.
이쯤되면 필수품 1호가 선크림
수건이든 뭐든 얼굴을 가리지 않고는 서있기 힘듭니다.

물속의 살림망
다양한 어종이 펄펄 살아 뛰놀고 있습니다.
(다행히 물속이라 잘 안보이지만~~)
몇 마리냐고 묻지 마세요. 크기도 궁금해 하지 마세요
"왕년에는 25 이하 사이즈 방생"이라는 캠페인을 많이 접했는데.
요즘은 아닌가봐요.
자원이 워낙 감소해서인지
어떠한 크기의 씨알이라도 대부분 감사히 꿀꺽하는 분위기입니다.

입질 받았을 때의 필수품 1호 - 뜰채
돔류는 30센티만 되도 강제집행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합니다.
과감히 들어뽕 하는 분도 혹 있을 수 있으나
재수 없으면 장비가 덜컥하는 수가 생깁니다.
이 경우 나머지 시간을 별하나 나하나 하며 놀아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사실 아무리 초보라도 그 정도의 크기도 올리는데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한번만 걸어보면 자연히 알게 됩니다.
오래전에
저 같은 초보분이 한마리 걸고 발밑에서 어찌할 줄 몰라 헤매는 걸
제가 뜰채 도우미 한 적 있습니다.
이때 올라온 것이 30이 채 안되는 벵에돔.
여하튼 뜰채는 항시 휴대 필수
40명 정도가 낚시한 오늘 방파제에서
뜰채가 사용된 경우는 딱 3번
두 번은 50센티정도 되어 보이는 탈출 참돔
또 한 번은 어느 분이 바다에 빠뜨린 소품 건지러.
뜰채 사용량=당일조과 입니다.

철수 준비를 하고
1시 20분

이 시간은 더위와 싸움시간이므로
며칠 머무르는 사람들은 다 텐트 속 그늘로 피신합니다.
어느 낚시나 마찬가지겠지만
한 여름 낚시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벌써 이러니...

아무리 빈작이라도 철수 전에는 최소 한 점 정도는 먹어줘야죠.
이래야 낚시온 느낌이 들고 마무리한 기분이 들죠.
텐트팀에 잠깐 얹혀서 벵에돔 회맛 좀 보고...

철수합니다.
10분 거리 소삼부도 옆 둥글섬은 이쁘네요.
이렇게 뒷편까지 나다닐 수 있는 섬을 좋아는데...
여기 내렸었으면...

야영용 텐트가 보이는데
이런 무인도에서 오래 있으려면 준비물이 만만치 않겠지요.

소삼부도 주섬을 돌아나오며
군데 군데 여가 계절답지 않은 푸른 하늘에 어울려
여기가 해상국립공원이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들게 합니다.

소삼부도 부속 검등여로
이 여는 날씨가 안좋으면 좀 위험할 듯
간출여는 아니라는데 아주 낮습니다.

쿨러 드는 모습을 유심히 보고 있었습니다.
요분만 드는 모습이 수상한데...
고기가 가득 들었나?
(아니랍니다. 마찬가지로 별 무 조과라더군요.)

마지막으로 대삼부도를 거쳐 논스톱으로 귀항길에 오릅니다.

귀항길 잔잔한 바다의 향취를 즐기는 어떤 분
이분도 낚시 몇 번의 초심자라시던데...
경험이 좀 된 분들은 다 취침중이죠.
고수들은 다도해의 푸른 바다
관심 없어해요. 하긴 늘 자주 접하는 곳이니... 뭐 그렇겠죠.

출항지는 고흥의 지죽이라는 작은 포구입니다.
근처에는 고흥 최대의 출항지인 도양(녹동)이 있습니다.

거문도는 거문고하고 관계 없습니다^^
지명에 관해서 여러 유래가 있으나,
많은 문인이 산다하여 거문(巨文)도가 됐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지도에서 보듯이 최남단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섬으로
위도상으로는 제주도의 추자군도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먼~~섬이죠.

먹는 이야기로 마무리.
외지에 낚시가서 허름한 도시락 경험한 분들 계실겁니다.
오늘 먹은 저렴하고 썰렁해 보이는 도시락 두개
그러나 그 안에 있는 반찬은 남도 맛고을 전통의 그것이기에
하나 하나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두 개에 서로 다른 반찬을 담는 센스도 있더군요.
귀가 중 먹는 저녁
순천 근처인 것 같은데
4 천원짜리 백반은 20여 가지의 곁들인 반찬으로...
게장과 홍어무침하며.
여긴 역시 맛 동네야!
이때가 집에서 나온지 거의 24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