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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조행[민어]

2007.02.12 11:43

주말 낚시 여행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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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0263 추천 수 21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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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10채도 안돼 보이는 어느 고성의 포구




아마도 고성만의 어디겠지.
날씨가 잔뜩 흐려 동서남북 방향도 모르겠다.





빈약한 조과 탓이다. 대부분 내 조행기에는 고기 얘기(사진)가 적은 편이다.
조행기를 쓸 때마다 고기 얘기가 없어  글 쓴 나도 뻘쭘함을 느낀곤 했는데,
'조행'이란 말을 풀어서 '낚시여행'이란 단어를 쓰고보니 왠지 고기 얘기가 없어도 될 듯 싶어 보인다.

한 번도 안 가본 미지의 곳에 대한 여행은 늘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들뜬다.
낯선 풍광도 그러려니와 평소 접하지 못한 그 곳 고기 손맛과 입맛 때문이다.

먼 곳으로 여행할 때는 반드시 기본적인 것은 알고 가야 하는데
이번 여행할 때는 전혀 준비하지 않고 무작정 떠났다.

고성.통영권, 얼마나 유명한 곳인가! 현지꾼에게는 일상의 바다겠지만,
평소 사시사철 다양한 잡어들이 올라오는 조황 소식이 우리 북쪽에 사는 낚시 변방인에겐
정말 부러운 곳이 아니던가?

거긴 생각보다 금방 가는 곳이었다. 4시간 정도 걸렸으니 저번에 간 완도나 그 전에 간 고흥권보다도
많이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 전체 지도의 대각선 끝에 있어 멀다는 느낌에
선뜻 가볼 생각이 안나던 곳인데...
대전-통영 고속국도는 낚시도로라는 얘기가 새삼 생각난다.

새벽 2시 고성의 어느 포구는 적막 그 자체였다.
여느 포구와 달리 가로등 불빛 하나조차 없어서 좀 의아했다.
당연히 출항 준비에 부산한 포구의 새벽을 생각했었는데,
사람의 기척 전혀 없고 어디가 땅이고 바다인지 조차 구분이 안되는 암흑세상이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 무렵 배 하나가 불빛을 밝히고... 나를 제외한 우리 일행은 떠났다.

당혹스러웠다.
현지 낚시점 자문을 구하거나, 포구 방파제에 있는 현지꾼에게 물어보고 낚시하려했는데
사람은 커녕 낚시점도 없는 곳이라니.

캐스팅을 어느 방향으로 해야할 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도 안전이 제일 문제였다.
조그만 헤드 랜턴으로는 어디 움직일 곳 방향 찾기도 쉽지 않았다.
대안없이 방황하다가 일행이 모였던 간이낚시점*에 양해를 구하고
대기실로 들어갔다. 우리 일행이 떠나자마자 불꺼진 곳이다.
(*식당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민박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이 지역 출조객이 여러가지로 편의 도움받는 가정집 같은 곳)

몽돌 해안가, 새벽녘 해안가를 둘러보니 '낚시'하고는 거리가 먼 포구처럼 보인다.
낚시정보는 고사하고 이곳이 어디인지하는 정보도 얻기 힘들었다. 버스도 없단다.

055-114
"엽떼요 고성 터미날 가려고 하는데... 가까운 콜택시 회사요!"

통영은 낚시 도시인가 보다. 터미날 앞 택시기사분에게 출항지별 정보 좀 얻고(너무 잘 안다.)
중화동이란 곳을 점 찍고 떠났다.
통영에 포구는 참 많다.
가는 도중 '풍화'나 '삼덕'등  들어본 것 같기도 한 포구 이정표가 보인다.

중화라는 출항지는 번화가다. 많은 수의 낚시점과 편의 시설이 같이 있다
어딜 갈까? 망설이다가 한번쯤 넷상에서 들어 본 것같은 가게에 들렸다.
바글바글한 낚시점 분위기가 "이동네 제대로 왔습니다. 손맛 좀 보실겁니다."라는
무언의 암시와 이방인의 기대를 끌어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더구나 낚시와 사진이 취미라는 한 사람이 어제 조과라며 컴퓨터를 보여준다.
사진 속에는 씨알을 작지만 감성돔과 참돔이 어울려 있으며,
볼락과 망상어 거기다 주꾸미와 이름 모를 게도 한 쿨러에 있었다.
어제 조황 맞습니까? 라고 묻자 그는 당근 그렇단다
온갖 고초를 겪은 끝에, 고양시에서 출발한지 12시간 만에 찾은 출항지에서
지난 피로는 어디 갔는지 없어지고 갑자기 목소리가 커지고 말이 많아지는 내 자신을 느낀다.
하하하 다양하게 올라오네요. 요즘은 뭐든 맛있는 계절이죠. 통영은 역쉬 낚시 메카네요
이동네 꾼들이 부럼삼~~

기분좋게 2만원을 지불하고 5분거리의 좌대로 이동.
사람도 많고... 그런데 분위기는 썩.

먼저와서 낚시하던 분들 조과를 살펴봤다.
두리번 두리번대며 좀 손맛좀 보셨습니까?
잠잠.................

쿨러와 살림망을 살펴보니... 흑~~ 올 꽝이네.
시간이 아직 안됐나? 갸우뚱하면서 구석에 자리잡고 낚시 했다.

현지꾼은 거의 없다
마산에서 오고, 진주에서 오고 심지어 저 멀리 논산에서도 오고
나는 고양에서 온거니 그야말로 전국방방곡곡에서 찾아온 사람들이다.
모두들 편하게 손맛 볼 수 있다는 광고에 코꿰어서.
나는 지나다 들른 격이지만,
여기를 생각하고 멀리서 온 다른 사람들의 "과장광고의 도를 넘어 사기 수준의 조황정보"에 당했다고 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다녀와서 그 가게 당일 조황정보를 찾아봤다
욕지권, 갯바위, 욕지좌대 , 내만좌대 조황으론 조금 물때로 다소 저조한 조과를 보이네요,
그나마 욕지권, 노대좌대에선. 학꽁치가 좀있고, 이님들도 씨알이 잔잔합니다,
탈참 몇 수는 회맛으로 현장에서 사라지고 한마리만 보이네요,,,

내만좌대는 참돔과, 살감생이,그리고, 오늘도,광어가, 우럭,문어가 잡히고 게르치, 도다리도 몇분은
잡았습니다,그러나 많은 회원님 버글버글하는 망숭어회로 배를 채우시고 즐거운 낚시를 마감했지요,


이게 도대체 무슨 얘긴가?
욕지권은 엄청나게 큰 섬으로 부속섬과 여를 합쳐 남해동부권을 대표하는 포인트의 하나다.
욕지좌대는 그 섬쪽에 있을 것이고, 내만 좌대? 노대좌대?
내가 내린 좌대 이름은 뭔가?
어디서 뭐가 나왔다는 얘긴지 감이 안온다.
또 조황정보는 사진에 없는 고기도 많다는 뉘앙스도 풍긴다.

분명 올 꽝인데...

추측컨대 사진이 취미라는 관계자 한 사람이 여기저기 출항한 배에서 괜찮은 조과 사진 찍어 올린것이 분명하다.
이 중화 출항지에선 좌대외에도 여러 포인트로 많은 배가 출항하니.
코앞에 1,2백평 정도의 좌대 운영하면서 통영권을 대표하는 조황 사진을 올린 것이 틀림없다.
이쪽 상황을 모르는 사람에겐 거기가 거기고 조황정보에서 말한 고기들이
대충 그쪽에서 나온 느낌을 주니까.

그래서 전국에서 헷갈리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좌대에 오른지 얼마 안돼 "아니구나" 하며 조기 철수한다.
자주 움직이는 고등어나 전갱이 조황은 더욱 못 믿을 것 같다
저 멀리있는 남의 좌대 얘기를 자기 조황처럼 올리고
막상가서 없으면 ' 얘네들이 오늘 빠져 나갔나 보네..."라는 상투적일 말로 대신할테니
또 있다 "어젠 제법 나왔는데...

서해권 배낚시에서 조과 폼나 보이라고 가까이서 찍은 사진이나 쿨러내 고기를 박스 사과 배열법으로 찍은 건
여기저기 퍼져있어 포인트 조과가 검증 안되는 저 먼 낚시에 비하면
애교이자 너무나 사실적인 조황보고다. 적어도 그 배에서 나온 고기는 틀림없으니.


서해에서도 늘 보는 새끼잡어 몇 수면 오늘의 장원이요, 학공치가 교통사고에 한두 마리 올라오는
이름 모르고 헷갈리는 좌대의 오늘 조과다.
불가사리가 쌍걸이로 올라오고 바닥을 긁으면 또 불가사리 등꿰어 올라오는 이곳 포인트를 뒤로한채
다른 외지 분들과 동병상련 속에 귀가 길을 동행했다

갯바위팀의 철수 전까지 고성에 돌아가야하기에 통영을 들려 볼 수가 없었다.
많은 이동으로 허비한 시간이 너무 아쉬웠다. 이 게 통영 온 목적의 50%인데.
버스 타기 전 잠깐 시장 구경하고
버스와 택시 또 버스를 타고 집에 가면 집 떠난지 만 하루가 되겠지.

'대박 통영'이란 거짓 조황정보를 남발하는 상인의 삐끼 슬로건(?)은
타지 낚신꾼에겐 통영를 둘러보고 싶은 마음도 사라지게하는 반지역 행동임을 알고 있을까?
어느 문인의 여행기중 '동양의 나폴리 통영'이라는 문구를 시 홍보용으로
사용하는 담당자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


혹시 나처럼 이런 류의 낚시 여행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고성 어느 출항지에서 통영 포구까지는 내가 사는 고양에서 인천가는 것과 흡사했던 것 같다.
승용차로 바로 가면 30-4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다.
그런데 차가 없고 버스편 연결도 마땅치 않아,
고양시에서 서울 터미날가서 인천행 버스 탄 것과 마찬가지다.

나홀로 여행은 사전 지역 정보 취득이 조행 시 반드시 준비해야할 낚시 장비와 다름없다.


새벽녘에 준비해 간 볼락루어채비를 사용해 봤다.
밑걸림 확인하며 한동한 했음에도 입질 없는 걸로 보아 고기는 없었나 보다.
바다에 던졌던 건지 아니면 물 고인 주변 웅덩이에 던졌던 건지는 모르겠다.



단촐한 준비가 루어 낚시의 장점이다.
여기에 허리 가방 하나가 내 짐 전부였다.




통영에 왔다.
크고 작은 섬에 둘러싸인 잔잔한 바다.
태풍이 불어와도 이 곳은 영향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던지는 밑밥에 관심 갖는 건 갈매기뿐



넉넉하다못해 남아도는 밑밥은 누구 때문일까?
이런 좌대 낚시 경험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보통 낚시점에서 권하는 데로 받아 오게 되지.
철수 전 반의 반도 못다쓴 밑밥을 버리는 게 보통일 게다.
루어낚시를 한 내겐 이런 불합리만큼은 없었다.



철수하려다 물고기 사진 한방 찍었다.
명색이 낚시여행인데...
립스틱 바르면 어울릴 것 같은 긴 주둥이가 매력적인 학공치.



돌아오는 길에 아주 잠깐 어시장에 들렀다.
좌대에서 같이 철수한 조과 없는 타지 낚시꾼이 뭐라도 사가지고 가야 한다고 해서.
이분들의 차를 얻어탓으니.



볼락이 한마리에 1만원이고 5마리 단위씩 판다고.
큰 어시장에 나온 볼락 숫자 다 합해도 50마리는 안 넘을 것 같았다.
낚시할 땐 때때로 흔한 고기인데 시장에선 늘 비싼 대접을 받는 게 볼락이다.



2십여년 전 충무깁밥에 대한 향수(?)가 있는 나는 차 기다리는 동안의 짧은 여유 시간을 충무김밥 4인분 포장하는데 썻다.
음, 맛이 그냥 그렇다.
3500원이니 그때보다 값은 3.5배
별로 오르진 않은 거다
이 김밥 저 깁밥 하는 우리동네 충무김밥에 비해 양 3배 맛은 2배 정도쯤 될 것같다.
통영 가기 전 거기 김밥 맛은 이 곳의 10배쯤 될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홍합이 도착했다
작년 이맘 때 먹어보고 1년만이다.
올해는 유난히 산지 표시 홍합이 눈에 띈다.작년엔 무심코 먹었는데.
홍합이라 하기 뭐 할 정도로 울퉁불퉁 따개비가 많이 붙어있다.
그 따개비도 숨쉬는 게 보일 정도로 신선함이 보인다.
원도권 홍합이어서 그런가.  
물 환경에 따라 고기 맛도 좀 다르다던데, 이 홍합도 분명 사는 곳에 따라 맛의 차이가 있나보다.



엊그젠 난생 처음으로 참다랑어를 먹어봤다(맛봤다)
참치회를 무척 좋아하는 나는 그간 먹은 참치 중에는 알게 모르게 참다랑어 회가 분명 있었을 줄 믿고 있었고,
횟집에서 주는 여러가지 참치 부위중에는 늘 참다랑어를 포함한 여러 다랑어 종류의 회가 섞여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 집 메뉴는 '일반 참치회' '특참치회' '특특참치회', '주방장의선택' 이렇게 4종류다.
"참다랑어 한두 점은 포함돼 있겠지!" 같이 간 사람에게 무심코 한 말에
아..글쎄 여기 주방장이 한마디 거든다.
"특특"에도 참다랑어는 안들어가고,
어디 가서든 그냥 참치회 시켜 먹든 사람은 참다랑어 절대 먹었을리 없다고.

술병이 몇 개 비어가던 중에 우리 일행 한 사람당 1점을 서비스로 준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참다랑어라고 하면서.
그 맛...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 게 포함돼 비싼 거라면 시키고 싶지 않다.
난 참치매냐는 아닌가 보다



방금 돌아왔지만 다시금 낚시 가고픈 생각 들게 만드는 바다 풍경.



정확한 용어는 잘 모르겠지만 '뗏마'라고 불리는 무동력선 낚시다.
이 조그만 배에 경운기 엔진 얹은 걸 '택택이'라고 부르고.
둘 다 선장없이 아무나 낚시하는 개인이 몰고 다닐 수 있다.
통영권에는 이런 자-유 낚시 하는 곳도 많다.
왠지 봄날에는 한번쯤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아주 평온한 풍경 낚시다.

뻥 조황 한번 경험했다고 '안티 그 지역'이 되는 건 너무 민감하다는 생각이다.
그런 생각으로 낚시 다닌다면  다닐 곳 점점 없어지고 결국엔 동,서 남해 출조지
모두 다가 괘씸한 지역으로 될 거다.
그냥 정보 부재이자 준비 소흘로 생각하고 잊자. 그게 편하다.

한편 뻥조황정보가 어디나 만연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입 안이 좀 깔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