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리 손맛에 감격한 날 / '낚시 왜 왔나' 후회한 날

by 어부지리 posted Oct 0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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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하는 장면이 마치 원양 참치잡이 현장의 사진 같습니다.
부시리는 힘이 얼마나 좋은지 지칠 때까지 기다리기도 뭐합니다.
주관적 생각이지만 부시리 손맛은 같은 크기의 농어*2 이상의 손맛처럼 느껴집니다.


아무 장비로나 낚시 가능하죠.
우럭장비로 해도 되고, 농어 장비도 좋고.
보통 때는 농어 장비가 좋지만, 미터급 부시리는 우럭대 사용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작은 메탈지그를 쓰니 우럭대도 휨새 좋은 연질대가 잘 어울릴 겁니다.

만약 묵혀두고있는 지그가 있다면 쓰세요
무거운 메탈지그, 좀 힘들어서 그렇지 그것도 잘 먹힐 겁니다.


씨알에 별 관계없이 엄청난 힘에 놀랍니다.
습관적으로 "뜰채 뜰채!" 하지 마세요
손맛은 환상적이나 조심만 하면 거의 들어뽕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올리다 바늘털이 당하면?
또 잡으면 되지요... 고기는 많거든요.

아... 농어대일 경우에는 조심조심 아주 조심
그러다 벅차다고 생각들면 그때가서 뜰채 찾으시길.
옆에 있는 남들도 다들 올리느라 바쁘다는 걸 알고 계세요^^


자원이 정말 풍부하네요.
하나의 메탈지그에 달린 두개의 바늘
이렇게 쌍걸이 되는 경우는 아마도 처음이지 않을까!
앞에 잿방어, 뒤에 방어
방어와 부시리는 구별하기 힘든데, 잿방어는 색이 많이 다릅니다.
참돔같은 분홍빛이 전체적으로 감도네요.

다시 보기 힘든 희귀한 장면입니다.


격비권에는 중치급 부시리가 많고 대물은 그리 흔치 않은 편입니다.
간혹 미터 크기에 가까운 부시리가 낚이고 있지만  그 빈도는 얼마 안 됩니다.
중치급 부시리 손맛을 즐기는데 는 굳이 헤비급 지깅 장비가 아니어도 괜찮지요.
일반적인 지깅보다 가벼운 채비와 장비를 쓴다 하여 라이트지깅이란 용어를 사용하는데,
우럭이나 농어를 잡던 일반 장비로 하면 됩니다.


메탈지그에 다양한 움직임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낚싯대를 들어올리면서 릴을
감는 동작이 메탈지그를 운용하는 기본적인 방법이며, 이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하나는 절도 있게 짧게 쳐올리며 낚싯대 끝에 작은 호를 그리는 동작을 빠르게 반복하는
‘숏저크’, 다른 하나는 대를 높이 들어올리는 ‘롱스트로크’입니다.

어렵게 쓰고 폼나게 표현하면 이렇게 되겠지만...
걍 고패질 해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태안에 이렇게 부시리가 마릿수로 낚이는 건 올해가 처음입니다.
내년엔 또 어떻게 변할런지.
지구온난화/해수온도 상승, 이 때문에 이렇게 새로운 현상이 생긴다니.
따지고보면 반가워해야 할 일도 아니네요.
하지만 멀리서나 맛 볼수 있었던 부시리의 최강 손맛,
관심있는 분은 이 기회에 함 맛보시길.

앞으로 매년 그럴거고 점점 더 북쪽으로 올라갈 거라고요?
아마 그럴 것 같네요. 해수온도의 지속적 상승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니.


일부 참치횟집에서는 이 부시리도 참치로 둔갑하여 등장한답니다.
사실 맛은 아주 좋습니다. 이웃나라에서는 '회 페스티발'에 등장하는
그들의 선호하는 횟감의 하나랍니다. -맛의달인 참고-

썰어놓은 뱃살을 보니 청새치뱃살과 아주 비슷하네요.
동네 마트 참치코너 가격을 보면 '눈다랑어 등살=청새치 뱃살'
배에서도 이 뱃살부터 싹 없어지네요.



귀항 후 신진도 포구에 앉아 여유롭게 바다를 바라봅니다.

만조 때 물이 많아져 사다리 대신 자동차를 이용해 내리는 센스.
이날 대체로 조황이 좋았는지 다들 즐거운 표정입니다.
날 저무는 바닷가는 지난 하루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을 차분하게도 해줍니다.
낭만의 바닷가,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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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에 앉아 멍하니 바다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마도 넘어가는 길.
제일 끝에 제 차가 주차해 있습니다.
차마 그쪽을 쳐다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자동차 바퀴가 안 보일 정도로 이미 침수된 차.
물은 정점을 지나 내려가고 있다지만...

그 사이 해는 져서 깜깜해지고, 홀로 남은 내 차에서 물을 퍼냅니다.
자동차 실내는 물이 넘어들어온 후 빠져 나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첨으로 알았습니다.
갯바위 두레박이 이렇게 쓰이는군요.

지나가는 분이 위로의 말을 합니다.
"하마터면 이 차는 떠내려갈 뻔 했어요. 바닷물에 들썩들썩 움직이던데요."


이제 대부분 정상화 됐지만
문 열 때마다 보이는 의자 밑 녹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또 페브리즈 한 통을 다 쓰고 그렇게 닦아냈건만, 바다의 냄새는.

보통 출조 후에는 금방 사진 정리를 하는데,
다녀와서도 한동안 이날 사진은 쳐다보기도 싫었습니다. 꼭 10일 전 일이네요.
이러다 이달 말에 나오는 잡지, 원고 제출을 계기로 뒤적여보게 됐습니다.

그때 물높이가 714cm였는데 마도 방향 제일 끝에 있던 제차는 60~70cm 침수.
신진도 주차시 물때 상황을 참고하세요.ㅜ.ㅜ
그런데 10월은 물때표를 보니 7미터 되는 날이 하루도 없네요...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