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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조행[민어]

2008.04.18 10:01

100일만에 찾은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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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8454 추천 수 19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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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심리란 참 묘합니다.
한 주가 멀다하고 다닐 땐 날궂은 주말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는데,
아예 못 다닌다고 마음먹으니 기상 예보 클릭도 안 하게 되더군요.

한 수 걸면 이런 멋진 기분이 든다는 것도 한동안 잊고 지냈었지...


특별한 곳의 특별한 어종.
울산에서 정동쪽으로 70Km 정도 온 곳이니 일본해와 맞닿는 곳이겠지요
지도를 보면 '한일공동해역'이란 표시가 되어 있는데, 그곳 같습니다.

심해낚시란 표현을 아무데나 쓰곤 하는데,
150미터, 여기 정도 수심은 돼야 사전적 의미의 심해와 어울린다는 느낌이 듭니다^^
1년 전, 출항지는 달랐지만 이미 한 번 경험한 심해낚시.


참우럭의 생활 영역은 아주 작게 형성돼 있나 봅니다.
몇 걸이를 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순간 바로 옆사람은 입질조차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버스를 타면 쳐박혀 푹 자려고 하다가,
넷 상에서만 글로만 접하던 반가운 분을 만났습니다.

박형수님... 배 후미 바로 옆자리에서 둘이서 하루종일 자리탓과 재수 얘기로 투덜투덜.
당일은 선두자리에 비해서 안 좋은 조황이었지요.


옆에서 서넛 걸이 올리는 거 구경할 틈도 없습니다.
'나도 빨리 걸어야지' 하는 생각뿐
새끼 우럭 한 마리 걸고 올리더라도 그 타임은 쉬어야 하는 게 심해참우럭낚시
그래서 이런 시간제(?) 낚시는 입질이 와도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닙니다.


이정도 올리면 성공작 아닌가.
심해참우럭낚시, 아직 안 가본 분이라면 이건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사 조황사진이 10여 명이 올린 조과의 거의 전부라고...

몇 시간의 헛 손질 후, 한두 번 찾아온 기회에 확실히 올려야 한다고.
이런 기회마져 안 온다거나 그 기회에 채비엉킴 생기면 빈쿨러가 된다는 사실.
대부분 쿨러 가득한 조과가 한두 번의 다걸이 찬스 때 올린 거라는 사실.

하루종일 빈 채비로 씨름하다가
한두 번의 수확만으로 대박이라는 생각이 드는 묘한 낚시다.



전동릴이 혹사 할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빈 채비를 올릴 때 보이는 낚싯대 휨새로 보아
입질 없이 감아올릴 때도 1킬로가 훨씬 넘는 부하가 걸리는 것 같습니다.
흔히 접하기 힘든,수심 150미터의 물저항 때문이지요.

그럼 배터리도 마찬가지라는 얘기인데...
낚시 도중 4.5A 배터리를 포기할 때가 됐습니다.
전압이 약해 풀스피드레버를 쓰기 벅차고 회전이 눈에 띄게 둔해져서,
배 전원으로 교체했지만 불안정한 게 한눈에 느껴집니다.

그간 옆에서 배 전원을 쓰던 분도 중간 중간 저전압으로 인한 트러블이 잦았습니다.
배에 탄 전 인원에게 동시에 강한 구동력이 필요한 환경이라면,
이걸 받쳐줄 파워는 어느 배에도 없을 것입니다.
확률적으로 평균 소모 전력에 배전원이 맞춰져 있을 테니 말입니다.

오늘과 같은 환경이라면 며칠 간다는 대용량 배터리도
하루 정도만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 와중에 제 전동릴은 '코드24' 에러를 내며 멈추기도 합니다.
(나중에 설명서를 보니 에러코드 24는 과전압이라는...)


비가 끊임없이 오는데도 흐뭇한 미소가 떠날 줄 모릅니다.
스케줄이 우연히 저하고 맞아서 그런건지, 자주 뵙는 분입니다.
늘 수준급의 조과를 올리는 분,
비법은 있다는데...

고기를 걸든 빈채비로 회수하든
한 타임도 놓치지 않습니다.
확률게임에서는 빈도를 최대로 하는 게 맞죠...
복권 여러장 사는 게 유리하듯.

비법 중 하나는 '재빠른 손놀림'이 확실한 거 같습니다.


홍감펭
현지꾼에겐 별 볼일없는 어종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서해꾼에겐 익숙지않은 별스런 고기이고 입맛도 아주 만족.
다만 참우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작은 체형의 고기라서... 손맛은?


멀리 동해-1 가스전이 보이네요.
동해남부 먼바다의  유일한 해상 구조물,
여기서 철수를 한다니 2시간 정도면 귀항 할 수 있겠지요.


튼실한 참우럭의 자태를 표현하려 한 방 찍어봤습니다.
참, 누가 언제부터 참우럭이라 부르기 시작했을까?
우리가 늘 만나는 서해 우럭이 참우럭이고
얘는 왕우럭 정도로 불렀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우럭의 메카인 서해에 있으니, 조피볼락을 참우럭 대접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이 누루시볼락은 거대한 몸체와 어울리는 왕우럭 정도로 부르고...


추에 160호라고 쓰면 부담스러울 거라는 생각이었을까?
600그램이라 표기하면 너무 숫자가 커보인다고 판단했을까?
그래서 생산자는 호나 그램 표기 대신에 0.6K라는 킬로그램 단위를 선택했나 봅니다.
배 안에 비치되어 공동으로 쓰는 추,
침선.어초 포인트가 아니기에 손실은 아주 적습니다.

  
낚시하는 내내 비도 오고해서 배에서 회맛을 볼 수 없었습니다.
비는 귀항 후에도 그치지 않았고.
포구 귀퉁이 빈 천막에서 한 점씩 하면서 낚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오랜만에 회떠서 그런지 폼이 안 납니다.
뱃살쪽 잔가시 없애는 방법도 잊어버려서.

그 부분 회는,
애들은 조심하라고 깻잎 위에 올려 놓았지요.
어떻게 썰어야 제대로 하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