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꾸미바늘에 걸려나오는 꽃게가 점점 더 눈에 띄었기 때문이죠.
얼마나 많은 자원이 있길래 훌치기 같은 채비에 걸려나오나?
달콤한 상상을 했습니다.
활꽃게가 가득한 쿨러, 게다가 주꾸미와 갑오징어는 덤.
서해에선 생소한 장르입니다.
이 개인용 게그물을 준비했습니다.
펴면 폭은 40cm, 길이는 7-80cm 정도 됩니다.
20호 정도의 추와 원줄 연결용 고리가 일체로 돼있어 줄만 연결하면 됩니다.
빨간 양파망 같은 미끼망이 있고 이걸 묶을 줄이 붙어있고요.
양파망은 버리고 미끼를 이 줄에 꿰는 게 더 낫다고 합니다.
고등어, 삼치 등 생선 대가리를 미끼로 쓰니 확실히 이렇게 하는 게 편하더군요.
충항지인 홍원항은 전어축제 중입니다.
10월 10일까지 열리는데, 이 기간은 평소와 달리 주차가 좀 까다롭습니다.
꽃게는 모래밭을 좋아합니다.
따라서 당일 갑오징어 대신 주꾸미낚시 비중이 높다는 배를 타기로 했고요.
바로 여기가 요즘 주꾸미가 한창인 홍원항 대표 주꾸미밭입니다.
해안가 바로 앞부터 수백 미터 떨어진 곳까지 전부 쭈쭈쭈~~.
선비 6만원... 미끼도 발품만 팔면 되고.ㅎㅎ
꽃게와 주꾸미를 한 쿨러에같이 넣어도 되나? 고민도 좀 하고.
저렴한 내만권 배낚시에서 해물잡탕거리를 완벽히 장만할 수 있다면...
제대로 채비만 쓴다면 꽃게를 줄줄이 사탕처럼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작년 문어 자리에 꽃게가 대신 들어왔나? 생각도 해봤습니다.
아차 이걸 생각 못했네...
서해 게그물 배낚시, 이뤄질 수 없는 낚시였습니다.
가로 세로 그리 크지않은 그물망이었지만 서해의 강한 조류에는 낙하선처럼 작용했습니다.
30호 봉돌, 30호 두 개, 100호 봉돌... 다 소용 없었습니다.
5미터의 수심이든 10미터의 수심이든 바닥에서 다 떠내려갑니다.
아차 하는 순간에 옆사람과 걸리고,
'포기'라는 생각이 든 건 몇 분도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게그물 속엔 펄펄 뛰는 꽃게가 가득하고
다 담지 못해 작은 쿨러를 아쉬워 하는 내일의 내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빙그레 웃음이 나오는 걸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ㅠ.ㅠ
그러나... 이 방법은 할 만 합니다.
단체 모임 주꾸미낚시의 점심시간,
총무되는 분이 배 앞뒤로 한두 개를 달아두면 좋은 이벤트가 될 수도...
걸린 꽃게는 거의 달아나지 못하므로 30분 이상 놔두어도 좋습니다.
낚싯대는 필요 없습니다. 자새에 연결하고 배에 묶어두면 끝.
운 좋으면 싱싱한 꽃게찜으로 이색 간식 타임을 가질 수 있지요.
꽃게는 많은 것 같은데 낚시로는 그림의 떡이네요.
간조 물돌이 때 묶어둔 망으로 7~8마리 잡았습니다.
두 마리는 그물에서 떼다 집게에 물려 떨어뜨리고,
나머지는 갑오징어와 어울려 활꽃게찜으로...
어느 가을날 헛꿈을 꾸었습니다. 아주 아주 달콤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