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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조행[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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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낚시, 그것도 낚시예요?

특정 장르의 낚시를 좋아하는 모임에서 내게 묻는다.
내 개인의 답을 듣고자 하는 게 아니라
'갈치낚시는 낚시가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게다.
말투에서, 그들의 고급 취미가 갈치낚시와 동격으로 치부될까봐 하는 뉘앙스가 느껴진다.
조각 작품 같은 소품 하나 비용이 내 낚싯대 가격과 비슷하단다.


하하하 손맛이야 사실 뭐 그렇죠.
하지만 갈치도 하다보면 재밌어요. 재미 없다면 누가 하겠어요?
눈맛...낚는 맛이라고나 할까요.
오로지 손맛만이 낚시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모든 낚시는 다 나름대로 재미가 있지 않을까요... 하하하

(이 쉐이야, 나라면 네가 잡은 1미터 고등어하고 4지 갈치 하고 안 바꿔!)
매너라고 해야하나, 나의  참을성은 목구멍 근처까지 나온 이 말을 삼켜버리게 했다.


사실, 받침대를 쓰면서 다 물고 올라오기만을 기다리는 낚시이기에
손맛을 기대하긴 힘들다.
손맛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갈치낚시에 왜 이리 매료되는 사람이 많을까?


채비가 올라오기까지 몇 분,
투둑 거리며 초릿대가 물속에 잠기기를 반복한다.
한 마리 한 마리 더 물 때마다 찌릿한 전율이 온몸를 감전시킨다.
게다가 대물이 입질하는 순간, 낚싯대는 더욱 요동 친다.
과연 미끼 털림을 당한 건가 아니면 제대로 후킹 됐나?
긴장감의 연속이다.

전동릴 수심계가 '0'을 가리키고 채비를 손으로 당기기 시작하면
앙탈대는 갈치의 자태가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하나 두울 세엣...
현란한 은빛 세상이 내 눈 앞에 펼쳐진다.
쿨러에 쌓이는 푸근함에 한껏 고조되고
나중에 이걸 봤을 때 입 못 다물고 놀랄 가족의 얼굴이 그려진다.


하나 둘 하나 둘 눈맛이 최고조에 달하며, 차가운 밤바다 배 안이 열기로 가득찬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뿌듯한 느낌이다.
낚시를 다니면서 이런 기분 든 적이 있었던가?


갈치도 수온에 따라 어군이 움직인다.
계절로 보아 요즘이 끝물이란다.
예상과 달리 유종의미를 거두려는지 막바지 갈치 조황이 대단하다.

며칠 전, 해상 날씨 무지하게 좋은 날 갑자기 출조 스케줄을 잡았다.
올해 처음 가는 갈치낚시다.
'갈치는 적정한 파고가 있는 날에 조황이 좋아요' 하는 점주의 얘길 들었지만,
잘 안 잡히면 놀다오지 하는 생각으로 참여했다.

놀 시간 없었다. 다들 밥도 잘 안 먹는다. 회 타임조차 없었다.
그날은 잔잔한 바다에서 끊임없이 갈치가 올라오는 이상한 날이었다.
초보라 버벅대는 내겐 사진 찍을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사진 없다.
여유로움을 기대했던 내겐 재수없는(?) 지나친 대박의 날이었다.


그간 '전원 갈치 대박'이라는 조황 정보가 너무 과장이 아니냐는 의문 제기가 있었다.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그날 내 경험으로만 보면 결코 과장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조황정보에 늘 눈에 띄는 스티로폼 박스,
보통 (대장) 쿨러 채우고 난 조과인데 누가 몇 개 추가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잘 잡는 사람은 이런 거 몇 개를 추가로 가져가니...

참 현지에선 바닥에 얼음 채우고 갈치 담는 거를 권하지 않는다.
갈치만으로 채우고, 머리와 꼬리 부분의 빈 공간에 얼음 넣으라고 한다.
즉 보이는 것 부터 안 보이는 아래까지 다 갈치라는 얘기다.


추워지는 날씨, 언제 갑자기 갈치가 끝날지는 잘 모르겠지만
거의 마무리 시즌임에 분명하다.
올해 갈치낚시 다녀와서 찐한 눈맛과 푸근함을 맛 본 분들께 축하드린다.

낚시 취향은 각 개인이 조금씩 다르지만
그 어느 낚시든 그 나름대로 '맛'이 있으며
다 개개인의 소중한 취미 생활이란 것을 알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대상어종이 그 어느거든... 혹은 민물이든 바다든.


내가 즐겨하는 낚시만이 '진정한 낚시'라는 생각은 편견이 아닐까.
나는 '진정한 낚시'가 뭘 말하는지, 거기의 '진정한' 이란 뜻조차도 감을 못 잡는 사람이다.


명색이 디카조행인데, 사진이 없어 허전하다.
포구 풍경 사진 몇 장 찍었는데, 나중에 그거라도 곁들여야겠다는 생각이다.



여수 먼바다 갈치낚시의 한 축인 돌산의 작금항
선착장이 동네 길가와 붙어있다. 건물 뒤가 바로 바다다.

이제 막 넘어가는 오후 햇살이 12월 같지 않게 따스하게 내려 쬔다.
배마다 출항 시간이 달라 선착장은 한가하기 그지없다.
어차피 해질녘까지만 포인트에 들어가면 되는 낚시이니...



갈치낚시에 대형쿨러는 기본이다.
낚시용 쿨러 외에 초대형 피크닉 쿨러도 종종 눈에 띈다.
선박 측에서 준비한 스티로폼 박스도...

스티로폼 박스라는 게 막상 보니 상당히 길다.
이것도 여러 종류가 있는 듯.



갈치낚시에 많이 쓰이는 장비. 고출력 전동릴과 3미터대의 인터라인 낚싯대.
한 배에 500MT가 이렇게 많이 보이는 경우는 처음이다.
엔화의 가치 때문에 (널리 쓰는)선상바다낚시 장비 최초로 100만원 대를 돌파한 제품이다.-.-ㅋ

우럭대와 보급형 전동릴이라도 안 될 건 없다.(당일 내 사용 장비)
하지만 고수들은 이구동성 일관된 의견이다. 효율성에서 (약간?) 차이가 있다고.

그래도 일반 보급형 전동릴은 무난해 보이는데, 내것 같은 국산 전동릴은 비추다.
갈치낚시는 (초)슬로우 릴링이 필수다.
기본적으로 채비에 일정 부하가 걸리는데,
내 장비는 저출력의 슬로우 릴링이 안 된다.

(액셀 눈금 기준) 1단에선 빈 채비가 안 올라온다. 2단에선 1마리만 물면 서있다.
3단에선... 위잉하며 고속으로 올라온다.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시간이 지나자 어느덧 석양이 온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스크류가 발생하는 물결 외에는 온통 장판같은 바다다.
이런 날은 조황이 별로라던데...



그러나 예상 밖의 전쟁터와 같은 폭발적인 입질이 시작됐다.
빈 채비 올리는 경우는 없다.
어느 크기의 씨알이 올라오느냐만이 관심사다.
좀 지겹다는 배부른 느낌마져 들기도 했다.

지금 입질 수심이 2-30미터라는 얘기가 들린다.
한번은 혹시 다른 고기 없나 하는 마음으로 바닥권인 60미터대까지 내려봤다.
그런데 거기서도 갈치가 물어재낀다.ㅋ--

꽁치 썰어 엉망된 손으로 디카 꺼내기가 망설여진다.
대충 흔들리며 한 장 찍으며 사진 포기 마음 먹는다.



그런데 카메라를 다시 쥘 일이 생겼다.
벵에돔 한 수. 낚은 건 아니고 그냥 주웠다.

출조가기 전에 때때로 온갖 고기들이 배 주변에 온다는 얘길 들었다.
무거운 5미터 뜰채를 가져간 보람, 요 한 마리에서 찾았다.
여타 물고기들은 너무 빠르고 오징어는 가까이 있는 듯 보이는데도 뜰채가 안 닿는다.



아침 7시 30분의 작금항.
여명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시각이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철수했다고 한다.



스티로폼 박스가 모자라 비닐에 담아온 분도 있더군.
올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다녀온 여수 먼바다 갈치낚시.
밤새 지겹도록 보아온 터라 빨리 덮고 출발하고 싶은 심정마저...



마릿수가 아무리 많아도 간단히 장만할 수 있고,
굵은 소금 툭툭 뿌려 굽기만 하면 되는 갈치구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 이 맛에,
하하하 하며 신기해 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며,
지난밤 남해 먼바다에 불밝힌 열광 속의 밤배 풍경을 떠올려 본다.

그때 거기의 다른 분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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