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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조행[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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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여기 있는 사람의 시선을 바닥으로 향하게 할까요!
바다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파란 하늘, 쳐다보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시키지 않았는데도 그저 발 밑만 살펴보는 '잘 교육된 집단'.
몽산포에 가면 누구나 '잘 교육된 집단'에 속하게 됩니다.
눈팅만으로 분위기 파악하고 다들 잘 하게 되죠.

  
가끔씩 머금는 미소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둔한 발걸음과 달리 손은 분주하게 놀리고 있습니다.


태안군에서 배부하는 태안 관광가이드 책자를 보면
'태안 최고의 맛조개 체험터'라고 '몽대포구'가 소개돼 있습니다.

몽대포구는 몽산포해수욕장 바로 옆 포구로
현지 이정표는 몽산포항으로 되어 있습니다.
몽대보다는 몽산포가 더 알려져있다보니...


'맛의 달인'이 되기 위한 준비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막장화가 필요하고, 삽도 필수입니다.
케찹병도 꼭 지참해야 합니다.
미끼는 맛소금이니 다른 걸 고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맛조개 잡는데는 맛소금이 최고다' 하는데서 '맛대맛'이란 용어가 나왔다고 합니다^^

수천 원이면 살 수 있는 막장화는 대여료가 2천원이고
삽은 현지 판매가가 5천원입니다. 케찹병은 1천원

막장화는 동네 시장에서 몇 천원이면 살 수 있는 거고, 삽도 힘받는 전문작업용이 아니기에 저렴할 겁니다.
케찹병은 천원숍에서 몇 개 세트로 구할 수 있겠지요.
좀 튀고 싶은 분은 냉면집 겨자병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맛소금은 한 가족당 1.5~2kg 정도 준비.

얼마 안 드는데 현지 구매&렌탈 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냐구요?
뭐 그러셔도 되나, 현지점 도와준다는 차원에서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관광차원에서 빈 몸으로 들른 사람이 훨씬 더 많기에 기본적으로 무지 북적대거든요.

무엇보다도, 상품이 품절될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은 준비해 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당일은 장화 동났습니다. 장화 없으면 주요 포인트에 못 가고 언저리에서만 놀아야 되니.



손 댄 흔적 없는 아무 데서나 하면 됩니다.
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갯벌은 다 똑같아 보입니다.
우리 같은 외지인에게 명당을 고를 안목은 없지요.

군데군데 한 삽 한 삽 떠보다 보면 자연히 알아가게 되죠.


10살 귀염둥이의 시연입니다.

1. 한 삽 떠낸 구멍에 맛소금 넣기
2. 얼굴보일 때까지 기다리기
3. 껍질이 나오면 은근한 힘으로 잡아빼기(살을 잘 못 잡으면 끊어질 수 있음)
4. 옆구멍 맛조개까지 동시에 잡기(감으로 느껴야 함, 타이밍 놓치면 도로 들어가서 안 나옴)


그러나 가벼워 보이는 물통에서 미뤄짐작할 수 있듯이
생각만큼 작업 진도는 잘 안 나갑니다.

왜 그럴까요???


예사롭지 않아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보입니다.
바로 '맛의 달인'

이분의 노하우를 보고나서부터 판도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에서나 고참의 손길이 필요한가 봅니다.


이분의 작업 노하우는 두 가지입니다.
1.작업 전 철저한 수방공사  2.두더지잡기 게임식의 재빠른 동시 수확
- 낱마리 구멍은 아예 작업을 안 하고 옆으로 작업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 -


약 10개의 구멍에 소금을 뿌리고 그 사이 또 하나의 10개 구멍을 만듭니다.(1번사진)
새로 판 구멍에 소금을 뿌리면서 동시에 먼저 소금뿌린 구멍에서 수확을 합니다.(얼굴 보이기 시작하는 2번사진)
타임을 놓친 거나, 원래 늦게 나오는 놈은 포기 합니다.
한 판에 7~8개의 수확, 두 판을 동시에 하니 약 15개씩 조과가 늘어 갑니다.(3번사진)
삽질 조금 하고 한두 마리 잡고, 또 삽질하고... 이러면 안 된다는 거죠.

참, 마지막 사진은 일반적으로 무심코 하게되는  막무가내식 맛소금 뿌려 넣기 장면입니다.
이러면 맛소금 값이 맛조개 값보다 더 들겁니다.
구멍에만 집중해서 뿌려야 되죠.


가끔 골뱅이가 눈에 띄기도 합니다.
요런 것도 보면 재빨리 챙겨두는 센스.

혹시 맛 잡다가 바지락이 생각나면 주변을 둘러보세요.
갈쿠리 든 사람이 보이면 그 옆에 가서 하면 됩니다.
바지락은 그냥 줍는 거니, 꿈틀꿈틀 생동감나는 맛조개보다는 재미없습니다.


밭 일구는 것만큼 고된 작업 현장입니다.
그러나 묘하게도 쉴 생각이 안 납니다.

적당히 잡고 커피나 간식타임을 준비하는 '도우미정신' 가진 분이 절실합니다.
막상 현지에 가보면 이게 잘 안 됩니다.

한 번 파면 반드시 수확이 생기는 '중독요소'가 맛잡이에 있거든요.


맛잡이 규모도 크고 사람도 많습니다만
필요한 것을 모두 갖춰놓은 곳은 드뭅니다. 이 가게 한 곳밖에 없다는 느낌마저 드네요.

꽃삽, 호미 등 작은 도구는 바지락용이니 맛만 잡는다면 필요 없습니다.

가게엔 이런 쇠꼬챙이도 팝니다.(마지막 사진)
끝이 화살촉처럼 생겨서 구멍에 찌른 후 맛조개를 올리는 데 씁니다.
맛소금이 필요치 않다는 데에 관심이 가서 사용해봤습니다.

철사 하나에 4천원이란 돈도 돈이지만 이걸 사용하면 거의 맛조개가 죽습니다.
맛조개는 바닷물에 잠겨두면 해감을 토해내는데, 이게 안 되니 비추입니다.
맛소금을 사용하는 오리지날 조법이 제격이지요.


낚시에만 집중하다 보면 요즘이 주꾸미철이란 것을 모르고 지내게 됩니다.
주꾸미 낚시철은 가을이지만 주 철은 봄과 가을의 두 번이지요.
봄엔 낚시가 안 되는 대신 어로활동에 많이 올라옵니다.
몽산포는 태안 주꾸미 주요항(태안 관광안내 책자에 언급)이고 이때 주꾸미는 알이 꽉 차 유별난 맛입니다.

이제 자연 소라방은 추억속 어구로 가는 듯.
혹시 주꾸미들은 소라방이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좋아할지도.


가장 맛있는 어류 알 콘테스트가 열린다면,
주꾸미알은 무난히 결승전에 나갈 수 있을 듯.

물을 부족하게 맞추고, 표면을 조금 꼬득꼬득하게 지은 햅쌀밥에 비유하고 싶네요.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알맛'은 계절 별미죠.
요즘은 가격이 좀 나가기에 실컷 먹기에는 주머니가 부담스러운게 단점.

해수면 최저치가 47cm인 사릿날인데 3시간 반가량 작업이 가능했습니다.
미루어 짐작컨대 100cm 정도일 때까지 맛잡이는 가능해 보입니다.
그러나, 간조가 그 정도인 날이라면 작업시간이 거의 없어 '맛출'의 의미가 없을 것 같고요.
적어도 최저치가 100cm 한참 밑으로 떨어지는 사리물때가 적기처럼 보입니다.

출조 계획 잡았는데 바다엔 폭풍 불고 있고,
꼭 떠나서 바다생물 옆에 놓고 한 잔 걸치고 싶다면,
조우든 가족이든 한번 몽산포를 얘길 꺼내보세요.

단 거기 바닷가 분위기상 개인출조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더욱이 주말이고 또 '놀토'라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