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살 만한 섬 - 가거도
가거도는 '아름다운 섬'이라 해 가가도(嘉佳島. 可佳島)라 불렀다.
그러다 '가히 살 만한 섬'이라 가거도可居島라 했다. 지명에는 '소흑산도'라 적혀 있다.
일제 어업수탈을 위해 대흑산도와 소흑산도를 어업전진기지로 관리하기 위해 구분한
이름을 지명사전에 등록했지 때문이다.(섬문화 답사기 신안편 132쪽 내용)
▲ 1물(12월 16일, 일요일)이라고 하지만 남해권은 서해와 달리 물심이 덜해 보통 3~5물을 선호하지요.
여러분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토착성 어류는 어느 정도 조류가 있어야 먹이 활동을 하는 생태적 본능습성이 있습니다.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려도 입질이 저조하며, 완만한 조류 때 활성도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래도 이왕 가는 것, 기대를 가지고 보슬비가 내리는 진도 서망항을 4시가 가까워진 시간에 벗어납니다.
눈이 내린다는 예보였지만, 날씨가 포근하니까 비로 변했습니다.
등걸잠으로 3시간 반을 보내는 동안, 배는 달려 태도와 가거도의 중간에 기착하며 여밭 위주로 채비를 내립니다.
해수온도가 활성도를 보여줄 13.5'c 이고, 바람도 잔잔한 북서풍, 따뜻한 영상의 기온으로 겨울 날씨 치고는 굿!..
회렵(會獵)의 시간, 3단 또는 5단~7단의 카드채비를 내리며 다양한 미끼를 꿴 채비들이 바다를 헤집고 들어갑니다.
뇌쇄적인 미끼들의 춤 동작에 아마도 우럭들의 입질 고민이 깊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ㅎㅎㅎ
수심 80~90m, 봉돌에 전해지는 감촉은 걸림이 없고 5m까지 높낮음의 돌밭으로 전형적인 여밭으로 느껴집니다.
토착 어종들이 살기엔 그만인 곳이란 판단하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이어가며 탐색을 합니다.
그런데 약 2시간을 흘려보지만 입질이 거의 없습니다. 촉촉이 내리는 빗속에 선상은 적막감이 돕니다.
▲ 선장님이 배를 가거도 가까이 이동시킵니다.
아까보다 수심이 90~103m(본인 전동릴 수심계)로 더 깊습니다. 넣자마자 잠잠하던 뱃전에 갑자기 함성 소리가
배 안에 가득합니다. 좌현부터 시작되는 입질들이 함성을 넘어 괴성으로 이어집니다.
왕열기에 원 + 투까지... 40~50cm 우럭들의 폭격기 입질이 거의 동시다발로 이어지고, 꺽꺽대는 전동릴 소음과
초릿대의 부러질듯한 순간의 큰 동작에 릴링하는 모두 다 가슴조이며 안절부절...
보통 40cm가 넘어 한 마리만 걸어도 묵직하고 심한 요분질의 앙탈감은 짜릿한 쾌감으로 이어집니다.
하얀 밤으로 달려 미지의 세계를 찾아 나선 모험자들에게는 이런 진한 손 맛은... 뭐라고 할까요..
늙고 지치고 피폐해져가는 우리들 모두에게 꼭 필요한 예방약이며, 치료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겨울철, 켜켜이 묵은 때를 가랑비에 세수를 하고 있는 가거도. 하얀 구름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있습니다.
자연이 만들어 낸 해식애의 신비한 경관... 숙연케 만드는 이 감동과 외경감에 하마터면 낚싯대를 놓칠 뻔했죠...^^
(가거도에는 신안군에서 가장 높은 639m의 독실산이 있다. 해안의 절벽이 많고 계곡 또한 깊다.
산이 낮고 섬 둘레가 긴 홍도가 여성적이라면 가거도는 남성적이라 불릴 만큼 앞바다는 거칠고 태풍을
제일 먼저 많이 맞는 섬이다. 또 한류와 난류의 교차지점으로 영양염류가 풍부하며 플랑크톤이 많아
모든 바다 생물이나 해조류가 살기엔 최적화된 곳이다.... 섬 문화 답사기 132~133쪽)
▲ 겨울 보슬비도 가랑비도 아닌 '술비'가 내리고 있는 가거도 앞바다. 이동하는 그 순간까지 참지 못합니다.
수심 80~100m의 심해에서 자생하는 가거도 우럭은 그만큼 수압의 영향을 많이 받아 육질이 무척 단단하지요.
특히 심해(深海)어종의 특징인 지방 함량이 높아 쫄깃한 식감과 함께 고소한 맛이 배가됩니다.
이런 우럭을 심통님은 자기 것은 물론 몇 분께서 한 마리씩 내어 놓아 일행 중에 전문 칼잡이께 맡깁니다...^^
우리는 보통 '오감 만족'이란 표현을 잘 사용하지요.
눈으로 보는 시감(視感), 코로 맡는 취감(臭感), 귀로 듣는 청감(聽感), 혀로 느끼는 미감(味感) 그리고 피부로
느끼는 촉감(觸感)이 다 만족한 때 쓰는 말이지요.
하얀 속살, 달콤한 어향, 퍼덕이는 몸부림, 쫄깃한 육질, 차디찬 어육의 우럭회 오감에, 선상은 생명수와 함께
젓가락 전쟁을 벌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오감을 뛰어넘습니다.
(좌로부터 이어도님, 광주에서 온 박경일님, 뒤의 태공님, 심통님, 바람님)
▲ 비가 아닌 함박눈이 내렸으면 눈 덮힌 호걸스런 가거도 풍치와 이를 감상하는 정취를 더 많이 느꼈을텐데...
쌍걸이 우럭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소박한 조사님의 에너지가 온 바다를 호령합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라고 하지 않던가...
만족과 불만족의 경계를 넘어 해탈한 표정으로 우리들에게 또 하나의 선물을 주셨는데, 끝까지 이런
분위기의 멋진 분이셨습니다.
▲ 내 생애 가장 큰 녀석인 59cm 괴물 할매 우럭을 들고 인중샷을 때렸습니다...^^
그런데 보통 40m권 이하의 수심에서 올라온 우럭이나 열기를 보면 수압의 영향으로 위가 입 밖으로 도출되는데,
어떻게 된 것이 수심 100m권에서 올라온 이 녀석들은 전혀 위가 빠져나오질 않으니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이유가 뭘까? 궁금합니다. 혹여 이유를 아시는 분 안계신지요?
▲ 심통님과 일행께서 우럭회 좌판을 벌여놓고 재촉하기에 채비를 거치대에 꼽아 살짝 띄워놓고 몇 순배하는 사이...
우현 3번 내 낚싯대가 갑자기 곤두박질을 치며 난리가 났습니다.
나는 그것도 모른 채 뒤돌아 앉아 희희낙락 쪽쪽 뽈고 있는데.... ㅋㅋ
2번 정명규 아우가 "형~니~임!~~~ 빨리 빨리!~~~"
쏜살이 아니라 컵을 팽개치고 혼비백산.. 로켓 속도로 달려갔지요.
낚싯대를 거치대에서 빼는 순간. 몸이 앞으로 휘청!~~ "어~어!~~ 어잇!~~~" 폭격기 입질을 온몸으로 막습니다.
다리에 쥐가 날듯, 심장이 멎을 듯한 물고 늘어지는 격한 요분질과 몸부림...
흥분의 도가니 속에 팔이 경련을 일으킬 정도입니다.
서서히 전동릴을 달래며 수동으로 하다가 마침내 형체가 어렴풋이 보이는 2m 전...
물속에 비치는 우럭들은 물의 파장속에 족히 1m가 넘어 보일 듯... 이제부터 더 긴장됩니다.
사무장님이 뜰채로 떠서 간신히 올려 놓고.. 헉헉!~~ 많은 축하를 받습니다... 와우!~~
운용 능력에 따라 또는 늘 그러하듯 자리 배정에 따라 어느 정도 달라지는 조황이지만, 오늘은 침선이 아니고
여밭인 탓에 대부분 만족할 정도로 조황을 가지고 입항했습니다.
▲ 2시에 철수, 3시간 반의 항속 거리에 어느 정도 자고나니 다들 깹니다.
좌로부터 닉이 태공과 라키로 사용하는 분, 나와 함께 떠난 정명규씨.. 구면이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낚시라는 매개로 만난 우리...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지 않습니까..
같은 취미로 한 배를(?)탄 우리는 만나는 즉시부터 사회에서 느끼는 소격감은 저 산에 흰구름처럼 사라지는
맑음이지요.. 우리들 만이 갖는 멋진 신의 한 수가 아닐까요.
▲ 도서출판 보누스(저자 김준, 발행인 겸 사장 박윤태)의 야심작으로 펴낸「섬 문화 답사기」는 한국의 3,300여 개 섬
가운데 460여 개 유인도를 저자 김준께서 20여 년에 걸쳐 낱낱이 누비며 기록한 답사기이자 인문학적 보고서라 합니다.
저도 섬에서 10년간 자란 이유로 내막을 잘 압니다만, 고독과 고립의 공간인 섬에서 모질고 끈덕지게 살아가는 섬사람
들의 치열한 생존의 역사와 일상들이 읽는 동안 추억을 반추하니 심장에서 뜨거운 기운이 밀려왔습니다.
박윤태 사장님은 우리와 같은 낚시인(서해를 날다)으로 저에게 참고가 되라고 위의 책을 보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특히 이번에 다녀온 가거도는 ‘신안’ 편에 속하는데 무려 1,004개의 섬을 거느린 ‘섬들의 왕국’이라 부를 수 있는 신안 지역
한 부속섬입니다. 평상시 그냥 알고만 있는 섬들의 새로운 가치를 일깨워주며, 각기의 섬이 지닌 기원까지 탐색한 자료집
으로서의 아주 알찬 도서입니다.
여러분께서 보고 계시는 이 '어부지리' 오른쪽 맨 밑에 보시면 -개업인사/행사안내- 난이 나옵니다.
81쪽을 열어보시면 <섬 문화 답사기> 책 안내가 나오지요. 고향이 섬이거나 기타 낚시인으로 섬에 관한 정보가 자세히
정돈되어 있으니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 * *
이날은 일만회의 정출날이었습니다.
몇 분이 초대되어 함께 떠났지요.
진도로 떠나면서 차내에서 대접받은 특별 안주며, 생명수에 송구할 정도로 감사를 느꼈습니다.
춥다고 새참에 끓인 뜨끈뜨끈한 오뎅탕에 감동하며, 회원님들 덕분에 즐겁고 행복한 여행을 잘 마쳤습니다.
덕분에 잘 먹었고요.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쾌적한 버스로 안전하게 왕복 운행해 주신 중동낚시 신태희 부장님께도 고맙다는 말씀 올립니다.
보통 리무진하면 28인승으로 의자간의 간격이 좀 좁으나 우리가 탄 차는 25인승으로 널널해 아주
먼거리 여행에 편한하고 쾌적한 느낌을 줬습니다. 써비스도 만점...^^
혹여 이용하고픈 단체가 있으면 010-4102-8671 신태일 부장께 연락해 보십시오.
써비스 좋고 편안하고 안락한 버스였기에 안내만 드릴 뿐.. 다른 오해 없으시길...^^
끝까지 읽어 주신 존경하는 여러분! 고맙습니다.
참,
눈이 내린다는 예보에 눈을 맞으며 낚시하고픈 소년같은 마음으로 비옷을 준비하지 않고 갔습니다.
그런데 눈이 아닌 비가 내려 난감해졌습니다. 현지에서 일회용 비옷도 깜박 잊고 못 사고...
비를 맞고 해야만 할 것 같다고 고민하던 그 때, 새 비옷을 입으라고 건네줍니다.
자신은 어느 정도 방수가 된다는 낚시복을 입고 비를 맞으며 낚시를 하던 이어도님,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다음에 이 은혜 꼭 갚을게요... 덕분에 감기 걸리지 않았답니다.. 꾸뻑!~~
그 유명한 가거도 우럭 낚시 꼭 가게 만드시네요.
박학다식하시고 인품 고상하신 '주'님의 글 언제나 감동하며 읽습니다.
건강,안전하시며 어복 가득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