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꾸미 입질은 초릿대가 맨 먼저 말한다.>
언뜻 이해가 잘 안 되시겠지요? 왜 이런 타이틀을 붙였는지를 말씀드려 볼게요.
채비를 내려 바닥에 닿으면 바로 여유줄을 감고 그다음 텐션을 유지하며
주갑이 에기를 덮치는 것을 기다리는 방법은 아래 3가지로 공히 같으나
첫 번째, 로드를 또끼뜀 하듯이 5~10초 간격으로 조류를 타며 살짝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채비에 주갑이 올라탄 것인지를 감지하고 챔질하는 방법과
두 번째, 손목 스냅을 이용, 한 두번 로드를 짧게 착착 쳐가며 무게의 감도를 느끼는 맥낚시 방법.
세 번째, 수면 가까이 초릿대를 내리고 초릿대만 살짝 끌어가면서 초릿대 Tip이 움직이면서
휘어지는 것만으로 입질을 파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3가지 방법 중에 어느 스타일을 택하여 주갑낚시를 하시는지요?
아마도 대부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첫 번째 방법을 구사하고 계시는 듯합니다.
선상에서 보면 실제 그렇게 많이 하시고요.
오늘 저는 이 세 가지 스타일을 구사해가며 실전에서 주꾸미의 반응과 효율적인 조과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나름 테스트 해 본 것을 조심스럽게 올려봅니다.
역시나 첫 번째 보다 두 번째가, 두 번째 보다 세 번째가 빠른 반응과 함께 높은 조과가 보장되더군요.
나름 이유를 한 번 설명드려 볼까 합니다.
첫 번째는, 바닥에 내려진 채비를 들었다가 놓으며 5~10초 동안 오직 주꾸미나 갑오징어가 스스로
애자나 에기에 올라타기만을 기다리는 방법인데, 그것에만 의지한 동작은, 계속적인 반복만
필요하기에 집중력이 확실히 많이 떨어지게 됩니다.
아울러 이러한 방법은 올라타고 있다가 순간적이지만, 이물감으로 느껴지면 바로 도망가게 하는
시간적 여유를 주게 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활성도가 좋을 때나 쌍걸이를 노릴 때 이 방법도 유용하겠지요.
두 번째는, 에기가 살아 있으면서 비틀거리며 도망가는 액션을 주는 방법인데요.
주갑의 순간 반응을 유도하는 맥낚시의 장점이 되겠네요.
덮치는 순간은 무척 빠르게 달려들어 빨판으로 강하게 흡착하게 되니까 바로 무게감이 느껴지고
그 어신이 손목으로 전달되어 챔질이 즉시 가능한 타입이라 봅니다.
세 번째는, 솔직히 웬만한 분들은 진행하기 어려운 패턴이라 봅니다.
왜냐하면 계속해서 초릿대 끝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하는 고강도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소위 말해서 초릿대 Tip으로 채비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조종하는 방법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살짝 끌어보다가 미세한 무게감이 느껴지면서 초릿대가 휘어지면 맥 전달 전에 벌써 곧바로 챔질로
연결시키는, 어렵지만 해보시면 아주 단순한 동작으로 어느 타입보다 효과 만점입니다.
많은 조사님이 선호하는 명 선장님들이나 다수확을 내는 명조사님들이 바로
이 패턴으로 주구 창창 남들보다 두 배 가까이,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방법이라 보시면 틀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타고난 감각도 있는 분이라면 금상첨화죠...^^
그러나 무엇보다도 다시 말씀드리지만, 초릿대를 노려보는 몰입의 집중력과 적시 타이밍의 챔질,
그리고 이런 패턴에 있어서는 주갑낚시에 최적화된 국산 전용 낚싯대의 기능도 한몫합니다.
가격이 5~10만 원대의 8:2 비율의 강한 허리 힘으로 형광색 도료를 칠한 가시성 좋은 초릿대를 가진
이 정도의 스펙의 로드면 충분합니다.
물론 2~3개의 에기나 애자를 다는 복잡하고 무게감 있는 채비보다 에기 <하나에 봉돌 하나> 또는
<에기 하나에 애자 하나>의 채비 간결성도 꼭 필요하지요.
저도 가끔 그렇지만, 간결 채비로 낚다가 옆사람과 비교되는 입질이 있을 때, 나도 모르게 한 두개를
더 다는 경향이 있지요. 많이 달면 심리적 안정감은 생기게 되지만, 이때부터는 계속 익혀온 감도를
잃어버려 연신 허탕질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지요. 그리고 약간의 멘붕...^^
꼭 필요하다면 에기 하나 정도만 더 달면 금방 새 감도를 파악할 수 있고 안정이 되지만, 특히
주꾸미 낚시에 있어서 봉돌을 제외한 총 3개 이상 체결은 반드시 옆사람과의 줄엉킴이 생길 수 있고,
또 어신 감도를 현저히 낮추게 된다는 이유를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때에 따라 적정한 포인트로 이동하며 군집처를 발빠르게 찾아주는 것이 선장의 역량입니다.
이름 날리는 배를 탈 경우, 대체로 단골인 명조사님이 많이 탄다고 볼 수 있지요.
그들은 대체로 손이 빠르며, 바로 옆자리에서도 간결한 채비 구성과 바닥을 읽는 능력과 운용술로
두 배 이상을 어획하는 능력자들이니 옆에서 그 분들의 신기(神技)를 훔쳐보는 것도 나의 조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 18일(금요일. 11물) 11물 정도면 우리는 흔히 적정한 주꾸미 물때라고 볼 수 없는 날이죠.
오천항 독수리호를 탔습니다. 내만은 물색이 살아나는 물때라 물색이 좀 탁하지만,
1시간 여를 고속으로 달려 '화사도' 남동쪽 2마일 정도로 이동하였습니다.
수심이 20m권이고 사니질대로 밑걸림이 거의 없는 곳에 채비를 내렸지요.
물색도 깜짝 놀랄 정도로 염려했던 것보다 무척 맑습니다.
모든 배들이 홍원항 쪽에 몰려 있으나, 이 배는 홀로 포인트를 더듬어 나가며 오전내내 꾸준한 입질을
보이고 왕주꾸미와 함께 제법 많이 자란 갑오징어가 동시에 쌍걸이로 잘 낚입니다.
▲ 깊어가는 가을에 맞춰 주꾸미는 하루가 다르게 새끼 문어 수준까지 커가고 있습니다.
1년 생애로 부화, 성장, 교접, 자신의 DNA 확산이라는 원초적 본능에 충실해야 하는 주꾸미는 이 가을이
제대로 된 성장기라 정신없이 바쁘답니다.
그래서 어느 두족류보다 탐식성이 강하며 효율적인 소화기관을 갖고 있는 특성으로 신진대사가 빨라
그 성장 속도가 갑오징어와 마찬가지로 매우 빠른 것이라 봅니다.
▲ 갑오징어 역시 1년생으로 봄에 부화되면서 외투장(外套長)이 불과 5∼7mm에 불과한데, 약 1개월 지나면
성장 속도가 빨라 2~3cm에 이르며 가을쯤에는 외투장이 10cm 전후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낚시를 하다보면, 물론 지역별 먹이 환경에 따라 좀 더 큰 녀석들도 낚입니다.
다음해 봄까지는 대략 15m의 성체(成體)가 되어 산란을 하게 되며, 알을 낳고 난 후에는 불쌍하게 곧 죽게 된다고 합니다.
▲ 햇살의 매질이 강하게 시작될 즈음, 라면에 주꾸미와 갑오징어를 넣고 끓인 선상 특미가 나왔습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고 혀가 착착 감깁니다.
▲ 꼬들꼬들, 쫀득쪼득한 맛... 해물라면과의 환상적인 조합의 맛에 갯벌의 미세한 내음까지 느껴집니다.
간 해독에 좋고, 타우린 함량이 높아 피로 회복에 최고라는 주꾸미나 갑오징어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입니다.
▲ 대부분 10kg를 상회 하였으며 저 보다 많이 잡으신 분도 있습니다. 저는 11팩으로 약15kg 정도로 잡았습니다.
올들어 최고의 조황이라고 박선장님이 말씀하시네요....^^
▲ 귀항하는 오천항을 전경을 찍었습니다. 늦게까지 연장한 탓에 이미 오천항은 형형색색을 한 배들로
가득하네요. 마치 가을의 울굿불굿한 단풍처럼 말입니다.
▲ 오천항 초입 오른쪽 언덕에 보면 팔작지붕의 큰 누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지요?
저도 이 건축물이 늘 궁금했는데, 오늘 집으로 향하면서 잠시 들러보았습니다.
조선시대 서해의 해군사령부였다는 누각 '영보정(永保亭)'이라 합니다.
영보정은 다산 정약용이 “세상에서 호수, 바위, 정자, 누각의 뛰어난 경치를 논하는 사람들은
영보정(永保亭)을 으뜸으로 꼽는다”고 했고, 채팽윤은 “호서의 많은 산과 물들 중 영보정이
가장 뛰어나다”고 했을 만큼 경관이 뛰어나 선비들 극찬을 받았던 누각이라고 합니다.
낚시 다녀오시다가 잠시 짬을 내셔서 시원한 정자에 앉아 금빛바다의 오천항을 바라 보십시오.
석양빛 물들어 가는 앞바다의 전경이 너무 아름답기에 선조들의 극찬이 이해되실 것입니다.
나이가 드니까 감각이 떨어지고 체력도 딸리고 그렇습니다.
좋은 말씀을 닳을 정도로 숙지해서 부족한 부분을 메꾸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야조사님
늘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