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순례(魚地巡禮)...
성지순례란 말은 들어보셨겠지만 '어지순례'란 처음 들어 보시죠.^^
애타게 간절하게 기다리며 약 3개월 만에 떠나는 열기와 우럭을 병행한 바다낚시...
겨울철 우럭과 열기낚시의 보고인 진도로 고고씽!
쪽빛바다 속살을 더듬는 낚시도 좋지만, 그것보다 답답한 도회지를 탈출하여
탁 트인 수평선에 걸터앉아 하얀 포말 파도와 갈매기의 정겨운 듀엣
합창을 감상하며 물멍하는 힐링이 그간 너무 그리웠거든요.
어부지리 해상날씨를 매일 체크하며 좋은 날을 주시라고
용왕님께 간절히 빌었던 게 효험이 있었나요.
변화무쌍한 겨울 바다... 금요일도 일요일도 좀 그렇고...
떠나는 토요일만 가거도권이 장판같이 예보되네요.
앗싸!~
2월 11일 토요일
남서해 날씨 예보는 파고 1~2m, 구름 다소 낀 상태니까
약간 꼴랑대서 자동 고패질... Good!
물때는 12물(간조 08:36, 만조 14:10)
와우!~
두 물돌이 시간대를 다 만날 수 있는 기막힌 찬스니까 Very good!
아싸~싸!!~~
매년 이맘때면 심통님이 주관하는 이 어지순례길 버스 안은
모두 소풍을 떠나는 유년처럼 들떠있습니다.
준비한 한 잔 술에 통닭으로 분위기 업업!~~
그리고 잠시 후
시끄럽던 버스 안은 불이 꺼지면서 고단했던지 금세 적막이 흐릅니다.
♣♧♣
어디선가 거센 물살소리 가락에 맞춰 구성진 육자배기 소리꾼의 눈물배인
애잔한 진도아리랑이 귀에 유장하게 흐릅니다.
만경창파에~♪ 두둥~실 뜬배~ 어기여차~ ♬ 어야디어라~♩
노를 저어라!~
깜짝 놀라 창문너머 보니 버스는 울돌목을 건너고 있네요... ^^
밤새 먼 길 달려온 바다 마초들이 까만 밤에 진도 서망항에서 배에 승선합니다.
선실에 누워 긴 항해동안 취침 준비를 하는 순간,
허선장 님의 배는 튼튼한 옹골력으로 포효하는 표범처럼 바다를 힘차게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립니다.
덩달아 우리도 바다를 호령하던 그 옛날 로마의 해신(海神) 넵튠이 된 듯... ^^
설레는 기대감에 잠이 쉽게 들지 못합니다.
비가 내릴듯한 잠포록한 날씨속에 3시간을 달려온 가거도(可居島)는
북서에서 남동 방향을 장축으로 한 긴 모양의 섬입니다.
북쪽에 위치한 독실산(犢實山, 639m)이 구름모자를 쓰고 우릴 반깁니다.
물마루 경계 너머로 갓밝이 새날을 열며 구름사이로 얼굴 내미는 동살입니다.
새 아침을 두 손을 받아 안는 느낌이 참 좋구요.
채비 완결,~ 입수 신호를 기다리는 이 순간의 정숙감...
모두의 얼굴엔 심쿵, 심멎 등 어떤 단어도 모자랄 긴장감과 설렘이 가득가득..
블록에 엎드린 100m 육상선수 심정이랄까...^^
선장의 입수 신호 뿅!~ 동시에 주루룩~ 바다를 헤치며 줄이 풀려나갑니다.
바닥찍고 몇 1m 올려 대기상태..
가벼운 흥분감을 애써 감추려 먼 바다를 응시합니다...^^
잘 정돈된 컬러풀한 미끼라 열기들이 내 한테로만 줄을 탈것 같다는 생각에...
아나!~ 콩떡!~ ㅋㅋㅋ
결론적으로 배에서 꼴찌에 가까운 조황으로 마감한 녹슨 주야조사...
아!~ 옛날이여!~
정약전이 흑산도에 귀양살이 도중에 집필했던 3권 1책의 필사본인
'자산어보(玆山魚譜)'를 먹여주고 재워줬던 과부인 가거댁이
아니었으면 어보(魚譜)를 제대로 저술했을까?..
물론 이곳의 흑산도에서 나고 자란 청년이지만 총명하며 물고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창대'라는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더욱 어려웠을 터이고요.
솔직하고 따뜻한 성품의 가거댁에 반해 정약전은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고 살았던 그 가거댁이 바로 이 가거도 출신이었습니다.
거센 물살이 조류를 타고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흐릅니다.
갈매기와 가마우지가 자기들 영역에 침범한다고 배 위를 선회하며
까악!까악!~ 우리를 협박합니다...^^
여기 저기를 휘젓고 다녀도 잔씨알의 열기뿐...
우럭도 간간이 보여주는 정도로 아쉬운 어지순례길입니다.
시간은 벌써 10시 정도...
원래는 이 시간이면 낚은 관능미에 육덕 넘치는 우럭회에
도회지 애환과 근심을 잊게 해주는 간단한 망우물로
단가행(短歌行)을 부를 시간인데... ㅠㅠ
소식이 없던 차...
뒤에서 누가 조용히 부르며 손짓하네요~
"주야형!~~"
바람 님 일행이 우럭 한 마리 떠 놓고 맹물 한 잔 건넵니다.
캬!~
對酒當歌(대주당가) 人生幾何(인생기하)
술을 마주하고 노래하세. 인생 그 얼마나 된다고...
겨울철 선상에서의 우럭회의 육질 맛은 가히 표현키 어려울 정도로
쫄깃한 식감, 별미 중에 별미라 입안에서 녹아버립니다.
급물살이 조금 느슨해지자 배들이 없는 틈을 이용,
허선장 님이 갑자기 속력을 내며 저 첨성대 등대 쪽으로 이동합니다.
아마도 느낌이 비포로 달려가는 모양입니다...^^
"자!~ 바닥에서 약 8m까지 급경사인 산맥 같은 곳이니 감아올리면서
바로 대처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바로 채비 걸립니다.~"
횡으로 배가 진입하는데 조류가 상당히 셉니다.
바늘이 바닥에 걸려 끙끙대는 사람, 이 순간에도 우럭 쌍걸이에 보너스까지
요란한 전동릴 윙!~~ 빨간 열기까지...
魚~漁~漁!!~
살풍경한 겨울 바다에 갑자기 활기가 돕니다.
내 옆의 명규씨(사진) 열기와 빵 좋은 개우럭까지 수면에 올리면서
뜰채!~ 뜰채!~~
제가 뜰채로 안착시켜줬더니 기뻐하며 안도합니다.
저도 바로 쿡쿡쿡!~~ 둔중한 입질..
중짜 우럭 두 마리와 왕열기를 동시에 낚아냅니다.
♣♧♣
청정해역의 가거도의 자연산 우럭...
쫄깃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 강직도 없이 감칠맛 나는
선상에서의 우럭회 맛은 우리 낚시인들만이 누리는 특권이죠.
설령 집에 가져온다 해도 얼음에 채웠으니 시간적으로 숙성된
선어가 되어 가족의 건강에도 굿굿!~~
멀리 가거도항 방파제가 보입니다.
1978년~2008년까지 1천 300억 원을 들여 완공한 방파제가 2020년 태풍
무이파로 완파, 다시 2,300억 원을 들여 소형 비행장 같은 케이슨이라는
3만 톤급 상자 모양의 구조물을 다시 설치하는 공사가 지금도
바지선과 크레인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니 현재 진행형입니다.
***
오늘은 내심 기대와 달리 전반적으로 부진한 조행이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아름다운 다도해 풍광 감상과 물멍의 시간으로
소중한 하루를 잘 보냈지요.
잡념과 삶의 시름을 잊기에 참 좋았던 바다여행이었습니다.
귀항하는 뱃길의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섬들...
지형이 갈매기처럼 생겼다 하여 갈매기섬이라 부르다가 두 섬이 나란히
있다 하여 '병도(竝島)'라고 불렀다 합니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 하여
관광객들이 많아 찾는 섬이라고 하네요.
우리 마초들은 모두 애년(艾年)이 지났지만 소박한 꿈과 희망의 현상소인
바다에만 오면 마음만은 다 싱그러운 소년들이 됩니다.
비단에 보석처럼 박힌 다도해의 수많은 섬들, 저마다의 이름을 가지고 억겁의
풍상을 견디어 온 온갖 형상의 몽환적 섬들이 힐링 찾아온 우리들을 응원하네요.
장장 14시간의 바다여행을 마치고 육지로 올라갈 진도 서망항...
엔진의 소음에 시달린 탓인지 육지가 너무 반갑네요.
목포나 진도로 바다낚시를 떠나서 돌아오는 길에 또 하나의 순례길처럼
꼭 들리는 목포 인동주 마을...
새 건물이 들어선 이후의 남도음식의 명가요 대표적인 맛집이라 하는데...
15년 다녀 본 결과 예전 같지가 않다는 평이 일행들의 지배적인 결론입니다.
가성비와 맛성비는... 다시 가고 싶지 않네요.
이젠 비추입니다.
****
오랜만에 조행기 올립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빌며
바다에 갈때마다 안전과 함께 만쿨의 기쁨도 누리시길 빕니다.
심통 님, 그리고 함께한 바다 마초 님들...
수고 많으셨어요..
꾸뻑!~
고맙습니다.
주인공이 된듯 설레는 가슴
억제할수가. 없습니다
진도 서망항 그리고 가거도의 풍광이
눈에 익어만 갑니다
진도 피싱랜드 허재균 선장님도
제가 잘 아시는 분이라 한결 정겹습니다
주야조사님
봄 향기따라 열기 꽃들이 피는 조행기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