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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부지리 posted Sep 1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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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산업의 끝없는 발전으로 이제 1디카/집을 넘어서 1디카/인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카메라 기능을 내장한 휴대폰을 범주에 넣는다면 벌써 1디카/인 시대가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미가 없다면 취미생활은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낚시하는 게 재미없다면 수백만에 달한다는 낚시인구 통계가 나올 수 없었겠지요.
재미가 없다면 낚시가 아니듯,
사진찍기가 재미 없다면 디카 산업이 이렇게까지 커질 수는 없었겠지요.

낚시처럼 사진도 흥미롭습니다.
낚시+사진은 더욱 많은 재미를 느끼게 해줍니다.

사실 디카의 장점은 어느 취미와 기호와도 어울릴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자전거 동호인들의 필수품 중에 하나가 디카이고,
요즘은 등산가는 사람들의 많은 수가 디카를 가져갑니다.
여행동호회는 말할 것도 없음이려니와 제가 최근에 관심을 가진 열대어 동호회도 그렇습니다.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힘든 희귀 취미활동에선 더욱 디카가 필수품이 됐습니다.
스쿠버 동호회원 중에서 따로 모여 수중사진 모임이 생긴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블로그라는 1인 미디어가 점점 대중적으로 자리잡아간 것이 일조하기도 했죠.
블로그도 하나의 취미로 볼 수 있고, 이때 디카는 거의 필수장비처럼 여기에 사용됩니다.

유독 낚시 취미에서는 이 디카가 보기 힘든 편입니다.
최근 들어 조금씩 디카를 휴대하는 낚시꾼이 늘어가고 있지만 아직은 소수입니다.

여러 이유중 대표적인 하나가 낚시의 최대 목표인 대물과의 한판 손맛에서,
이 디카는 귀찮은 존재일 뿐이라는 선입감 때문이죠.
낚시하기도 바쁜데 웬 사진?
그냥 출조 관계자가 찍어주는 것 가져가면 되지.

사진은 기록이다, 빛의 예술이다 등등 사진을 정의하는 말은 많습니다.
예술이다 작품이다 하는 얘기는 그 어떤 전문가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영역이고.
제게 사진은 그저 추억으로 가는 통로일뿐입니다.
제게는 훗날에 지난 날의 기억을 되살려 향수에 젖고, 웃음 지을 수 있는
그런 매개체이면 충분합니다.

지금에와서 색 바랜 그 옛날 까까머리 시절의 흑백사진이 귀하게 느껴지 듯이
아주 먼 훗날 "그땐 그랬었지"하며 추억에 잠길 수 있고,
또는 계절이 한번 바뀐 몇 달 후 눈오는 날에
땀 뻘뻘 흘리면서 지난 여름 태양아래 낚시하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는 것이면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초고추장과 함께 입안으로 사라진 그때의 대물 손맛의 희열만큼,
훗날 두고두고 뭉클뭉클한 감동을 주는 것이 그 당시를 찍은 사진입니다.
옆 사람이 올린 대물의 손맛은 사진을 통해 훗날 내 대물로 바뀝니다.


그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사진에 관한 정보를 얻어왔습니다만,
거기에는 '작품사진'이라는 목적 아래 쓰여진 글들이 워낙 많습니다.
저같이 '생활사진'을 주 목적으로 하려는 사람에겐
필요없는 정보를 버리고 내게 맞는 내용을 얻는
취사선택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가끔(아주 가끔^^) 그동안 느껴왔던 낚시+디카에 대한 단상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이론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방법론을 쉽게 쓸 생각이고,
사진에 관해 막연한 호기심을 가진 분들에게는 어떤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