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디카조행[민어]

2006.07.10 13:04

좀 지난 조행후기

profile
조회 수 8616 추천 수 38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때는 3월 중순
꽃 소식은 안들리고 꽃샘 추위만이 연일 드세다.
저녁 8시경 출발한 버스는 새벽 2시가 넘어서야 동해 중남부 임원항에 도착했다.
대구 지깅 가는 날
날씨는 주의보가 내릴 듯 말 듯 하단다.
자그마한 임원항 내에서도 강풍의 조짐이 느껴진다.



새벽의 불 꺼진 항구.
처음 와보는 곳.
깜깜한 어둠속의 임원항은 동서남북 방향감을 잃게하며, 미지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희미한 해안가 보안등의 불빛에 반사되는 잔 파도가
어둠속에서 단지 "바다는 이쪽이오"라고 말한다.

비릿한 포구의 내음
속이 울렁울렁 한 것 같은 느낌.

알갱이가 작아 안개 속 같은 기분인 가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춥긴하지만 방수 코팅된 낚시복으로 견딜만한 날씨.

출항, 나는 선두쪽에 등지고 기댄다.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가는 비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한 20분이나 나갔나.
거친 바다 속 오르 내리는 배의 충격에 정신이 없다.
이 시간, 가는 비 맞는 것도 누적되니 옷이 온통 젖었다.
안 까지 스며들지 않아서 그렇지.
30분이 더 지나자 후회와 한편으로 공포감이 몰려온다.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있으려나?



5미터 앞에 있는 조타실 앞쪽으로 가면 좀 나을 것 같은데, 한 발자욱을 뗄 수 없었다.
1초에 한번씩 꽈광 굉음을 내며 배는 올랐다 수면에 내려 부딪혔다.
결국 1시간 반을 그 자리에서 꼼작을 할 수 없었으며...
포인트 도착해서, 대구 잡으러 온 나의 눈은
이미 대구 사촌같이 허옇게 떳으리라.
질퍽한 배 바닥에 주저 앉아 난간을 붙들고 있으며
중립 기어를 넣은 배는 본격적인 멀미를 가져다준다.
꼴랑꼴랑 정도가 아니라, 뭐 붙잡지 않고는 서있을 수도 없는 환경.

그래도 우리의 프로페셔날 꾼들은 낚시 준비를 한다
뭐뭐 트위스트 노트가 최고라는 둥, 피셔맨노트가 낫다는 둥... 그러면서.

크아~~ 대구가 엄청 나온다.
왕대구 퍼레이드
지금 생각 하면 너무나 아쉬운 일이었지만
그 당시는 그걸 올리는 다른 사람을 쳐다 볼 일말의 여유조차 가질 수 없었다.

점점 혼미해지는 정신 속에 그저 시계만 가끔 쳐다볼 뿐 그리고 우웩우웩.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
이세상에 안되는 일은 없다.
너는 할 수 있다.
각종 격언을 떠오르기도 하면서 또 우웩우엑.



지금은 또 어떻게 추세가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보스 릴과 오시아지거가 지깅 전용릴인 것처럼 대세였고.
나는 지금 다시 출조 한더라도 이 릴을 사용하려 하는데.


대구 잡은 경험 있는 당시의 내 메탈지그

한 분이 내 낚시대에 쇼크리더 묶음을 하고 메탈지그 연결하고 바다에 던졌다.
100미터 이상 내려가야하니 한참 동안 풀어집니다.
붙들고만 있어요! 빨리요 빨리!
눼~~ NO~~

바닥에 내려가면 물어요 어서요...
........-.-

봐요 바닥닫기 전에 물었잖아요.
.........-.-우웩


그 분 왕대구 올린다. 내 낚싯대로.
나는 앉은 자세에서 눕기모드로 변경.
에고 언제 가나

그런데 파도가 더 심해졌다고 철수하면 어떻겠냐고 일행중 한분이 의견을 제시했다.
이미 주의보는 떨어졌다고 하면서

와와와 집에 갑시다!!!!!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밑밥을 너무나 많이 준 나는 더 심해진 너울조차 판단할 수 없었고,
입은 갈증에 메말라 붙은지 오래니.

방파제를 돌아 들어 잔잔한 물결 앞에 펼쳐지는 항구를 보았을 때
인사불성의 내 귀에는 신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자유! 해방!....만세!



얼마 후
낚시잡지에는 한 분이 기고한 조행기가 올라왔다.
"동해는 왕대구 자판기, 메탈지그 넣으면 나와요!"라는 제목으로

또 어디에는
동해 대구지깅 역사를 새로 쓰다!
2-4미터 파고의 악 조건에서 짧은 낚시 시간에 올린 왕대구 200여수
낚싯배 2대에 11명 출조하여 장원은 35수 올린 김대구씨,
최저는 멀미하면서 12수 올린 이명태씨.
아마 내 출조기록은 제외한 듯



낚시춘추의 당시 사진 스크랩


최근 주의보 전후로 낚시 예약을 했다가 급작스레 취소했습니다.
"이정도 파고면 괜찮은데요."
"아... 제가 멀미가 워낙 심해서요."

출조 주선한 분, 카풀 하실 분, 선박 및 출조점 관련한 분들께
죄송한 마음 전하며, 양해 구합니다.


대부분 처음 만난 사이인데,
초창기여서 그런지 조과는 자연스레 1/n 이더군요.
저도 쿨러꽉 해서 돌아왔습니다.
아마 요새는 그런 훌륭한 Rule 없어졌겠지요...
참 기억에 남는 출조였습니다. 2002년 3월 13일.

임원항에 대해서는
배에서 내리면 왼쪽에 꽤 큰 화장실이 있다는 것 말고는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만...^^



3호 태풍 '에위니아'가 우리나라를 지나갑니다.
오늘과 내일은 특별히 안전에 주의해야겠지요.
모든 가정에 별 피해 없이 지나길 바라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62 농삼이낚시, 열받아 쓰다만 조행기 이때까지는 좋았는데... 저가의 미노우 '짝퉁 가마우지' '농어구신' 등 다시 한번 비추입니다. 입질이 예민할 때는 색깔보다도 액션이 훌륭한 넘이 잘 물어요. 저가 미노우는 비실 비실 멍텅구리같이 움직이고 고가... file 어부지리 2006.08.26 9226 533
161 겨울 우럭 구경하러... 새벽에는 낚시복보다 오리털 점퍼가 더 좋을 것 같은 초겨울 날씨 속에 차가워진 수온만큼 더욱 맛이 오른 우러기를 구경하려고... 주의보와 주의보사이의 반짝 하루날을 잡아 안흥에 다녀왔습니다. 수온이 10도에 ... 어부지리 2004.12.09 10705 455
160 열대어 장날 탐방기(이동 후 제자리 못찾는 글) 저는 오픈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네요. 출입제한선 밖에서 대기중 무슨 문방구 이벤트, 금붕어 건지기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시간 됐나봅니다. 수조 밖부터 인파가 모이기 시작. 보기 드문 고대 생물같은 넘이 ... 어부지리 2006.05.23 9720 416
159 The 조행기 http://user.chollian.net/~paris68/mid1/021.mid출조 전날 오후 지인 : 내 원 참! 날이 갈수록 감생이 잡기 힘들어서... 왕년에는 말이쥐... 추자나 가거도 장박 한번 가면 쿨러가 넘쳐서 현지에서 스티로폼 박스 ... file 어부지리 2005.10.06 9698 415
158 겨울 저수지 http://myhome.hitel.net/~veniveni/data/deeppurpleapril.wma 낯선 곳에 가던 발길을 멈추어봅니다. 시골 동네의 공동창고인듯한 건물이 강추위속에 을씨년스러워 보입니다. 한해를 마감한 한가한 전통적인 우리네 ... file 어부지리 2006.01.09 9595 407
157 낚시=인생 (冊) [책을 읽고] 도서명 :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 수 십년 간 낚시광인 어느 심리학자의 에세이적 어쩌구 저쩌구 하는 서평과 함께... 뭔가 감이 팍팍오는 책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책... file 어부지리 2006.02.25 10689 403
156 가오리 손 맛 요즘 인터넷에서 '낚시'를 검색을 해보면 '나도 낚였다' '허걱 또 낚시'라는 단어를 종종 보게됩니다. 우리네 낚시하고는 상관없는 원치않는 글을 제목만 보고 클릭했을때 하는 말입니다. 제목 : 톱스타 이영에 장둥... file 어부지리 2006.02.14 11573 393
» 좀 지난 조행후기 때는 3월 중순 꽃 소식은 안들리고 꽃샘 추위만이 연일 드세다. 저녁 8시경 출발한 버스는 새벽 2시가 넘어서야 동해 중남부 임원항에 도착했다. 대구 지깅 가는 날 날씨는 주의보가 내릴 듯 말 듯 하단다. 자그마한... file 어부지리 2006.07.10 8616 388
154 그날 그곳에...(짜투리사진 1) 어제까지 있었던 풍랑주의보 탓인가. 신진도항에는 기상예보 보다 심한 바람이 불고 있다. 삼삼오오 선착장에 모인 우럭배낚시 동호회(싱글라인코리아:회장 성인제) 회원들이 최근 대박 조황으로 주목받고 있는 바로... 어부지리 2004.10.21 9856 383
153 갈치낚시 (舊조행기 리바이벌) 요즘 낚시 얘기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게 갈치가 됐네요. 올해 저는 가보지 못했습니다. 스케줄도 아직... 이 조행기 올린 날짜를 보니 딱 1년 전이네요. 최근엔 채비도 더 효율적으로 개선된 듯합니다. 예전 글 뒤져... file 어부지리 2007.08.27 11418 381
152 소청도 인천 연안부두 한 두 사람씩 모이기 시작한다. 소청도행 백령아일랜드호 지역이 지역이다보니 군인 반 민간인 반이란 말이 실감난다. 선상 후미에서 수면제 대신 한 잔씩 소청도에 도착 바로 점심 식사 널직한 배를 ... file 어부지리 2005.07.26 11182 381
151 연어병치 "희안하네, 고기이름은 몰라도 손맛 만은 끝내줍니다!" 12월 4일 조금 영서지방까지 흩뿌리는 겨울비가 출항지인 영동지방에는 소강상태였습니다. 기상도 잔잔... 동해바다가 이렇게 호수 같은 건 첨 보네요.... 찌... 어부지리 2004.12.13 10901 367
150 열대어 Diary 1(이동 후 제자리 못찾는 글) ☆ 재미난 수족관 탐방기 (Update Jun. 16 2006) 여기는 마두역 근처의 제일 큰 가게 저는 전철로 한 두 정류장 떨어진 곳에 살고 있지만 한 번도 못가봤습니다. 우리집 근처에도 이와 비슷한 가로푸와 로데마트같은 ... file 어부지리 2006.05.23 17748 365
149 인천 농어 찾아서... http://user.chollian.net/~wsb92/theme31/theme31-2.asf명절 잘 보내셨나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선갑도 농어루어 낚시를 간단히 조행기 형식으로 써 보았습니다. ===============================================... file 블루 2005.09.19 10893 356
148 탕수농어 올들어 처음으로 농어출조를 했었습니다. 홈페이지 옮길 생각을 갖고 있던터라 사진만 모아 놓고, "나중에 한꺼번에 정리 해야지" 휴~~ 이번주에 또 비온다는 기상 예보 아쉬움에 지나간 사진을 뒤적뒤적 들쳐보니 ... file 어부지리 2005.07.08 10002 348
147 갑오징어 왜이래. 오천항... 푸념 톰이나 부르스가 나오는 블록버스터가 CGV나 롯데시네마가 아닌 어느 소규모 영화관에서만 개봉한다면? 표를 사기 위한 행렬에 근처가 마비될 지경이 되겠지. 정리 안된 극장 내부에 무질서 속에서도 인산인해를 이... file 어부지리 2007.11.07 11499 345
146 먹물 어떻게 보면 귀엽기도 한놈이... 세상에 단하나밖에 없는 청바지 갑오징어 페인팅 청바지(옷감에 묻은 먹물은 거의 안지워진답니다) 먹물 세례 끝난후 휴식하는... 딥블루 산오징어회 하고는 전혀 틀린 맛 진한 산뜻... 어부지리 2004.10.08 8983 334
145 하늘보며 잠만 잠 http://user.chollian.net/~paris68/mid1/011.mid같은 동네 일산반도낚시의 우럭출조 갔습니다. 집앞에서 차를 타고 자다보면 도착하고, 낚시하고 자다보면 집 앞에 와있는 편한 스케줄입니다. 파고 0.5~1.0미터의 ... file 어부지리 2005.09.30 8996 333
144 2006 캐리비안 베이 (Sep. 3) 매표소부터 나올 때까지의 10시간... 어부지리 2006.05.23 9607 332
143 겨울 침선낚시 동네 반도낚시점의 새벽 1시 날씨가 많이 풀렸다지만 그래도 밤이 되니 상당히 춥습니다. 침선낚시를 가는 날. 오는 분마다 자연스레 커피 한잔씩. 테이블은 준비된 채비와 바늘로 어지럽습니다. 새벽의 시간임에도 ... file 어부지리 2006.01.27 12927 32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Nex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