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농어 조황?'에 대한 답변

by 어부지리 posted Aug 1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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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무기가 떠오르는 해를 보며,
세상으로 나가 큰 일을 도모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대나 뭐래나.

아직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이다. 너무 더 워~~


낚싯꾼의 발목을 잡은 열흘이나 계속된 바다의 풍랑
바로 뒤에 찾아온 호조황 소식은 마음을 들뜨게 했다.

이런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물고기한테 핸디(Handicap)를 주고 게임을 하고 싶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주고, 호조황 속에 가진자의 거드름을 피고 싶었다.
어제와 그제 대박 조황을 보니 더 그랬다.

낚시 가면 늘 쓰게 되는 루어가 있다.
그 핵심(?)루어들을 아예 안 가지고 갔다.
물에 둥둥 떠서 안 가라앉고 찌처럼 보이는 플로팅 루어들만 챙겼다.

남들이 2-3마리 잡을 때 1마리만 잡지 뭐~~

자만과 오만 그리고 착각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리트리브 하면 폭폭폭 물살을 튕기면서 고개 끄떡이며 오는 포퍼.
수면 밑으로는 안 내려가도 자연스럽게 좌우로 흔들며 다가오는 포퍼.

리트리브를 순간 멈추면 따라오던 농어가 덥석 물고.
대물이 수면 위로 솟구치며 저항 하는 그 눈~맛~


11시가 넘어 점심이 다 되어가는데도 모두 단 한 번의 입질을 못 받았다.

횟감과 점심이 걱정된 선장님이 직접 나서기도 해봤지만
'오늘은 아무도 내줄 수 없다'는 탈레반 바다의 뚝심은 무섭도록 견고했다.

이 분이 바다 상황 살펴가며 캐스팅하고 리트리브 하는 걸 보면
먼 데 있는 농어도 달려와 물 것같은 느낌이 든다. 예리한 사우스포.


일제히 메탈지그를 내려 먹을거리 마련에 힘썼다.
이때 광어 한 수로 횟감 준비했고
삼치와 놀래미로 퓨전 매운탕을 끓였다.

'격비권 메탈지그 100% 우럭'이라는 나의 믿음도 무시해버리는 바다.
더위와 몰황 앞에 넋 놓고 바라보는 격비의 풍광은 여는 때와 달리 별로였다.

낚싯꾼의 눈엔 손맛에 곁들인 환경만이 아름다워 보이나 보다.


2시 33분에 올라온 6짜급 농어 한 마리

이 한 마리 전후로 두 번의 입질을 받은 블루님.
두 번 다 얼굴만 보여주고 뜰채 앞에서 안녕~~
결국 오늘은 배에서 총 3번의 히트가 있었고 '농어 한 마리' 조황으로 끝났다.


태안의 '농어황제'님
지난 가을에 처음 만났고 1년만이다.

느지막이 한 수 올린 이 분 탓에, 혹시나 하며 마지막 한 시간을 완전 땀범벅으로 만들었다.
이 분의 한 수 아니면 대충 쉬며 마무리 할 분위기였는데...


초반에 멸치가 튀고 날라오르는 곳에서 캐스팅을 했다.
학공치만 달려들고 농어 입질이 없어 이동했다.
씨알이 좋았는데...

학공치도 농어배를 타지 않고 연안에서 했다면 재미있는 낚시가 됐을 텐데.


태안 궁시도부터 시작돼 난도.병풍도.석도로 이어지는 격비권 농어라인.
이 날 태안권에서 출조한 배 숫자와 비슷한 마릿수의 농어가 나왔다 한다.

격비권 농어 출조한 분들,
수백 번의 캐스팅에 한 번의 입질도 못 받은 사람이 대다수였던 하루.

흔들고 쓰리고하는 격인 1타 1농의 판이 있는가 하면
고도리 들고도 피박 당하는 수영장 캐스팅을 하는 날이 있다.
사실 이날 격비권 물은 수영장 물만큼 아래가 훤히 보이는 청물이었다.

'요즘은 마릿수 농어낚시'라고 생각하는 분께 참고가 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