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우럭 낚시

by 어부지리 posted Jan 1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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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론가 떠난다는 것.
배가 떠나기 바로 전에 올라타기도 하지만,
보통 30분에서 1시간 먼저 승선해서 준비한다.
심지어 몇 시간 전에 포구에 도착해서 도란도란 바다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하지.
이 시간이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마음은 이미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다.
내 머리 속은 이보다 훨씬 먼저,
하루 이틀 전부터 바다에서 낚시하는 '환상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림 속에는 연달아 올라오는 '손맛'이 가득차 있었고...



그간 열기낚시를 다녀왔으나 개인적으로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다 보니
조행기 쓸 엄두가 안 났습니다.
그러다가 엊그제 잡지사 원고 마감을 맞추느라 자료도 찾아보고 지난 사진도 살펴보게 됐습니다.
열기낚시 다녀온 건 맞는데 사진이 거의 없더군요.
할 수 없이 원고는 옛날 사진으로 그럭저럭 끝냈습니다.

사진이 거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출조 때 먹느라 바빠서^^;
저는 열기를 쇼핑몰 통해 사먹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또다른 이유는 조황이 한때만 반짝했다는 겁니다.
요때 저는 낚시도 안 하고 냠냠하고 있었지요.
'다시 열기 떼 만나겠지.'하고 생각했는데 그 후로는 낱마리만 올라오고
우럭낚시로 전환되는 바람에...


첫입수를 기다리며.
항상 희망 속에 뭔가를 기대할 수 있는 행복의 시간이다.
20노트로 엄청난 소음을 뿌려대는 엔진이 잠잠해지면서 부릉부릉 포인트를 찾아든다.
칼잠에서 깨어나 이미 준비를 마쳤다.
앞뒤로 움직이며 포인트 대는 몇 분의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손에는 추가 쥐어져 있다. 뭐가 그리 급한지.

"덜컥덜컥 치이~"
내 귀는 안내방송이 들리기 직전의 스위치 올리는 작은 소리를 감지해 낸다.
이 소리와 동시에 반사적으로 추를 쥔 손가락이 펴진다.



열기 전용대 아닌 다음에야 이렇게 손으로 올려야 합니다.
뭐, 한두 번만 해 보면 숙달되어 그리 불편하다고 생각들지 않습니다.

우럭대면 2미터 정도 길이의 5단 카드채비가 좋긴한데,
이거 잘 사용 안하게 되더군요.
10걸이가 눈 앞에 어른거려서.


별도 미끼 없이 카드채비만으로 올린 열기입니다.
열기는 미끼를 꼭 써야 하는가?
쓰는 게 정석입니다. 미끼를 달면 입질 후 이물감이 없어서인지
맨 바늘에 비해 훨씬 조과가 좋습니다.

단, 열기가 한창 올라올 때 밑걸림 등으로 채비 손실이 일어난 경우,
미끼 끼우느라 한 타임 놓치는 것보다는 그냥 빈 카드채비로 내리는 게 낫겠죠.
최소한 50%의 조과는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열기 떼가 제대로 붙었을 경우에는 효율이 더 높아집니다.
왕년에 카드채비로만 몽땅(10개바늘)걸이 한 적도 있습니다.


"몇 마리 안되는데... 에이 뭘 이런 걸 찍어."
사무장님이 조황 사진 찍는데 옆에서 한 장 찍어 봤습니다.

이때는 이 사진을 올리게 될 줄 몰랐지요.
나중에 보니 열기 인물 사진은 이것 하나밖에 없더군요.
이분한테 허접 조황 사진 올렸다는 소리 들을까봐 누군지 알아보지 못하게^^ 좀 꾸몄습니다.


열기 참 예쁘죠.
열기는 일단 물 밖으로 나오면 움직임이 없습니다. 다루기 아주 편합니다.

카드채비 중에는 비닐이 꼴뚜기와 흡사한 것도 있습니다.
원래 열기용으로 나온 건 아니고 갈치용입니다.
바늘이 몇 단계 커서 작은 열기는 잘 안 걸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열기요리의 백미인 열기소금숯불구이.
어느 분이 피크닉용품을 가져오셔서 한 판 벌렸습니다.
저는 여기에 붙어있느라고 다른 분들이 7,8걸이~몽땅걸이 올리는 것을 먼발치에서 구경만 했습니다.

"먹을 때는 먹어야지. 이게 남는 거야."
"역쉬 야외에서 따끈따끈하게 먹으니 별미네"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혼자 자작하면서.

결과는 완전히 바부 됐습니다.


삐~~
"아 아.. 올리시고 채비 교환하세요."
"이제 열기군이 안 보이니 우럭낚시 합시다."
-_- ㅠ.ㅠ


열기낚시에 쓰던 생미끼 없는 채비에 우럭 3짜가 올라옵니다.
괜찮은 거 아니냐구요.
이때 우럭채비에 미끼 끼워 내린 분들은 쌍걸이 내지는 4짜 개우럭 올렸습니다.


우럭낚시 하니 분위기가 열기 때보다 훨씬 좋습니다.
하하하하~~ 개우럭 방가방가.
역시 배를 타면 묵직한 손맛이 최고죠.

FLK 회원 분들인데, 덕분에 회를 아주 맛있게 잘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부러 초고추장 준비를 안 해오셨다더군요.
차가운 겨울 바다에 싸한 회맛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회간장+다진마늘+다진청량고추+와사비


좀 지난 두 번의 열기+우럭 출조,
그때 분위기가 어땠는지도 생각이 잘 안 납니다.
어느 사진이 언제 출조였는지도 헷갈릴 정도.

저는 우럭보다 열기낚시를 좀 더 좋아하는 편인데,
낚시는 우럭을 더 많이 했었던 것 같습니다.

겨울철에는 출조점에서 얘기하지 않더라도 열기채비 한두 개쯤 챙겨가세요.
혹 우럭이 잠잠할 때 상층에 열기 떼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입질층 확인을 위해 바닥이나 침선 위 10미터 이상까지 탐색을 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