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를 찾아서...

by 어부지리 posted Mar 19, 200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지난 주 밤 12시, 그제서야 일 대충 끝내고,
여느 때 같으면 잠자리에 들 시간이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 이리저리 서핑하고 있었습니다.
파고 0.5미터의 기상청 예보와 온통 까만색의 일본 기상도.
제 출조 기준 첫 번째 조건인 기상 상황이 너무 좋습니다.

그간 뜸했던 나들이 때문인지 정신이 낮보다 더 생생해지고 바다 생각이 간절합니다.
그 시간에 어디 연락해 볼 곳이 없습니다.

생각 난 곳이 최근 통화한 홍원항.
마침 인터넷에도 "내일 개인 출조합니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그래 가자! 내일 일도 특별한 것 없고... 뭐 대충 괜찮겠지~~."

많이 따듯해졌다지만 밤 기온은 제법 쌀쌀합니다.
평소보다 좀 더 남쪽으로 가야한다기에 늘 들르던 행남도 휴게소를 지나
그 다음 다음 휴게소를 들렀습니다.
지난 가을 들러본 적이 있어 기억납니다.
여기 지나 빠져 나가면 늘 갑오징어가 방긋방긋 반겨주던 곳이 있습니다.


3시 반까지 오라고 했는데 조금 일찍 출조점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출조할 다른 분들은 오기 전인 모양입니다.
짐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 했기에 차에서 이것저것 준비하려고 했습니다.
차 안에는 여러 종류의 낚시 장비가 정리 안된 채로 섞여 있습니다.

그 순간 출조점 불이 꺼지며 한 분이 나옵니다.
????????

"낚시 오셨어요? 배 떠났는데요!"
"네???? 3시 반까지 오는 거고, 4시 출항 아닌가요!"
"오늘 출조 인원이 전부 다들 일찍 오셔서... 한 번 바다에 가보세요."

도착 전에 전화 한 통화 할 걸. 시간이 여유 있어 안 했는데.
꽁지야 나 살려라 휘익~~~
나아가던 다리가 다시 도졌습니다. 약 복용 중단하려 했는데 좀 더 먹어야겠네요.


슬라이딩~~ 세이프!
그리하여 떠나기 직전의 배에 올라 탑니다.

이렇게 하여 실로 오랜만에 여기 선장님을 두번째로 만나게 됩니다.
예전에 새로 짓기 전 내만배에서 첫 대면,
그간 어쩌다 통화만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벌써 만 5년이 지났네요.

승선명부를 안 쓰고 타서 전화로 승인 받는 불편을 끼쳐드리고.
봉돌 살 틈이 없어서 빌려 쓰고...
다행히 다른 채비는 가방 속에 있었습니다.

봉돌 빌려 쓰는 부담때문에 침선 높이보다 훨씬 높이 올려 낚시하다보니
봉돌 하나로 하루 낚시했습니다.
그럼에도 운이 좋아서 조과는 괜찮았습니다.


주로 열기 낚시 했습니다.
주렁주렁 달려 나오는 열기...
혹 열기를 별로 안 좋아하는 분도 한번쯤은 경험해 보세요.
너무 재밌습니다.



연세 있으신 두내외 분이 서로서로 도와가며,
그야말로 오손도손 낚시하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더구나 두분의 조과도 좋아서 다행이구요(위의 두 사진)




파는 채비를 볼 때마다 아쉬움이 생깁니다.
딱 절반만 달려 있으면 좋을 텐데...
최소 4미터 이상의 대에서만 여유있게 갈무리가 되고,
우리가 쓰는 2미터 내외의 대에선 많이 불편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다른 한 손으로도 한 번에 못 올리기도 하지요.


갯바위 출조가 많은 출조점이라 크릴이 있었나 봅니다.
열기 낚시에는 작은 미끼라면 어느 것이라도 좋습니다.
(저는 달려있는 어피에 의존하는 빈바늘 방식으로 했습니다)


입질층 파악이 안되시는 몇 분 말고는
다 비슷한 조과 되는 게 열기 낚시죠.
남들보다 입질이 없다고 판단되면 서서히 줄을 감아 오르락 내리락 해보세요.
열기는 포인트에 따라서 생각보다 높은 층에서도 입질 옵니다.


지나다가 '계란으로 바위치기' 속담이 생각나는 풍경이 보여서 한 컷
이쪽 지리를 잘 몰라서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섬 주변 배가 원래 규모보다 왜소하게 보이는 웅장한 바위섬이네요.


미끼 살 새도 없었고...
아무튼 오늘은 웜으로만 했습니다.

웜이 잘 안되는 날도 있는데, 당일은 아주아주~~ 괜찮았습니다.


열기 밭을 주로 다닌 오늘,
최대어는 가짜 갯지렁이 '꿀꺽'으로 올렸습니다.
반올림 4짜. 이러다 내가 '꿀꺽'매니아 되는 건 아닌지.


올린 그 우럭 입에서 나온 먹잇고기가 갯지렁이 모습이네요.
학공치 새끼인지... 아주 비슷해 보이죠!



앞의 그 두내외 분
오래오래 행복하게 낚시 다니세요~~


빠르게 나간만큼 좀 일찍 귀항합니다.
돌아갈 길 교통체증 피하는데 도움이 되려나.


뉴스에는 별로 안나왔지만, 얼마전 강풍에 서해 곳곳이 피해를 입었답니다.
홍원항 전체가 어구 손질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상당 수의 가두리도 손실을 봤고.

시름 잊고 모두의 마음에 온기가 다시 도는,
그런 따뜻한 봄 날을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