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자유게시판
2018.07.05 19:37

태풍이 지나간 후

조회 수 4927 댓글 5

평판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이를 무너뜨리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


워런버핏이 한 말입니다.

달리 말하면 한번 무너진 평판을 바로 세우는 데

다시 20년의 세월을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칠 수도 있고

화를 못 참아 남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실수 자체가 아니라

실수를 범한 후의 태도와 행실의 변화입니다. 

대오각성하고 새롭게 삶에 도전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변명으로 무장하면서 유사한 실수를 연발하는 자도 있습니다.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는 순전히 그 자신의 몫입니다. 

익명의 사이버공간이라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아이디를 바꾼다고 해서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핵심을 비껴가면서 원인이나 해답을 찾겠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희롱이며 자신에 대한 기만입니다.


자기성찰이 철저한 사람은 허튼소리를 내지 않으며

침묵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구차스러움에 기대지 않습니다.

수치심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뻔뻔한 가면 뒤에 숨어 그 무게에 짓눌리기보다는

차라리 존재의 상실을 통해 자존감을 지켜냅니다.


그렇습니다.

존재의 상실, 증발입니다.

인간이 증발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수치심이 가장 큰 역할과 기여를 합니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 수치심을 잘 모른다면,

그래서 수치심을 느끼도록 누군가가 강요한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성찰이나 침묵은커녕 모욕감에 치를 떨며 분노하다가

이성이 마비돼 온갖 말도 안되는 자기합리화로 방어벽을 치고

독 오른 살쾡이마냥 날카로운 발톱을 세워 닥치는대로 할퀴려 들 것입니다.

여기엔 존재의 상실이니 증발이니 하는 고상한 철학이 발디딜 틈이 없습니다.

이른바 괴물이 탄생하게 됩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증발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유야 알 수 없지만 수치심이라는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

증발이라는 방법을 선택했는지 모릅니다.


증발해서 유령처럼 세상을 기웃거리든

괴물이 돼 평지풍파라는 악마를 불러들이든

둘다 다 평판과는 거리가 이미 멀어진 건 분명합니다.


오직 남은 건 오기뿐,

고독이라는 친구만이 곁을 지켜 줄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선택의 문제만이 남게 됩니다.

증발이냐 괴물이냐.




우리는 SNS라는 익명성 뒤에 숨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공감의 문을 닫고

남을 배척하기 위해 열불을 토해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익명으로 인해 감정은 더 솔직해지며

자신있게 자신들을 표현합니다. 마치 복면가왕처럼.


이제 태풍도 지나갔습니다.

짜증도 왕창 났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잠잠해진 이곳 어부지리가 고요한 게 좋습니다.

  








Comment '5'
  • profile
    정답~~~~~이 글을 지지함니다
  • ?
    하얀바람입니다 2018.07.06 11:41
    200% 공감하는 옳은 말씀이십니다. 사람에게는 무게가 있다고 하는데, 존재감이라고나 할까요? 가벼운 사람은 그 무게를 쌓도록 수행해야 합니다. 그걸 아는 것도 지혜이구요...
  • profile
    晝夜釣思(주야조사) 2018.07.11 07:34
    늘 행운이 함께하시길 빕니다.
    장마철 건강에 유의하시고요..^^
  • ?
    행운조사 2018.07.11 09:30
    오감만족님, 하얀바람님, 주야조사님,
    뚱딴지 같은 글에 댓글까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있던 글이 갑작스레 사라져 뭔가 한 마디 떠들어보겠다고
    주저리주저리 적다보니 엉뚱한 얘기가 됐습니다.
    모든 분들 끕끕한 장마철 잘 보내시고 멋진 여름휴가 보내시기 바랍니다^^
  • ?
    해류의제왕 2018.07.13 11:06
    어느누가 하면 로맨스고 어느누가 하면 불륜이고 편향적 부류의 성향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글 쓰기 전, 댓글 쓰기전 필독) 어부지리 게시판 운영방침 - 회원정보 수정 권고 file 어부지리 2016.03.23 118160
4051 갈치낚시대 추천부탁요 3 늘대박 2018.07.13 3967
4050 출조 시간좀 시킵시다...인간적으로.. 4 제럴드 2018.07.13 5292
4049 아이스박스구매 2 정신영 2018.07.12 5441
4048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출조여행 2018.07.12 3716
4047 올해는 선상배 가격 인상하지 말아주세요 1 지도남 2018.07.11 5564
4046 오늘 머리가 익는 느낌을받았습니다 1 옥타곤 2018.07.11 3811
4045 갈치 금어기 시즌 13 소심 2018.07.11 8124
4044 계란후라이의 감동 2 졸도사 2018.07.10 3771
4043 전 군산이 고향 입니다 7 갑돌 2018.07.10 4224
4042 우럭회가 왜이렇죠 ? 14 강남번개(최정대) 2018.07.10 7263
4041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12 晝夜釣思(주야조사) 2018.07.10 2734
4040 여수한치출조점문의 5 모비딕 2018.07.08 4364
4039 서해 광어다운샷도 몇년내에 더 못할듯... 7 결사 2018.07.08 6140
4038 임시공지) 글 삭제 했습니다. 동일한 내용을 단순 반복 게재한 이유입니다. (내용 없음. 클릭 안됨) secret [어부지리] 2018.07.08 867
4037 갈치 낚시 자작 채비를 준비하시는 조사님 참고하시길,,, 1 풍산 2018.07.08 4749
4036 고흥.여수 문어선상 잘하시는 선장님 소개 바랍니다. 1 제럴드 2018.07.06 3940
» 태풍이 지나간 후 5 행운조사 2018.07.05 4927
4034 운영자님의 원칙 청단암석 2018.07.05 2928
4033 출조버스 3대중 1대 팝니다 사실분이나 출조업 하실분 대리운전 가능한분 연략 주세요 25시피싱클럽 2018.07.04 3197
4032 선사의 이기심 6 낚시는즐거워 2018.07.03 7744
4031 한치낚시에 대해 여쭙니다 8 허숭세월 2018.07.03 6220
4030 금년 추석에 대청도 또는 소청도 개인출조문의 2 뱃사공2 2018.07.02 3540
4029 갈치 경매장 위판시 제값 쳐주나요? 2 옥타곤 2018.07.02 7457
4028 통영권 한치낚시 장비 ? 3 다자버 2018.07.01 7657
4027 군산 비응항에 멋진 낚시샾을 꿈꾸었는데..땅을 팔아야할듯 합니다. 1 에이스 호 2018.07.01 5122
4026 요즘 재미삼아 보고 있는 유튜브 방송 낚시는어복 2018.07.01 3997
4025 밉상받을 질문드려 봅니다 19 김포신사(젠틀피싱) 2018.06.30 5559
4024 자유게시판이 출조 홍보 게시판으로 변경 된건가요? 3 꽁치든남자 2018.06.29 3191
4023 인산철 3 바낚 2018.06.29 3399
4022 출조버스 기사님 구합니다~~! 2 유실장 2018.06.29 2264
4021 한치낙시에 대해 궁금합니다 1 오리맨 2018.06.28 4273
4020 29일 완도 갈치낚시대회 취소 공지 합니다. 1 완도ㅇ청해호 2018.06.28 3272
4019 이번주 갈치줄조 문의 2 행복남 2018.06.27 3426
4018 사무장 구인광고 내실때.... 1 정통낚시인 2018.06.27 4062
4017 통영 나이스피싱 함께할 사무장님 구합니다 통영나이스피싱 2018.06.27 245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 ... 168 Next
/ 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