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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2499 댓글 3
- 이 이야기는 허구(虛構) 이며, 이야기에 나오는 인명(人名)과 지명(地名)은 모두 가명(假名)입니다.


                                                       10

PM 03:30 분.
1시간 30분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숨 가쁘게 지나갔다.
열기와 대구 포인트를 아예 다 털기로 작정한 사람마냥 김(金)선장은 계속해서 배를 갖다 댔고,
뱃전의 열기는 높아만 갔다.
“낚시 방법을 통일해 주시면 고기를 더 잡으실 수 있습니다.  밑걸림이 생기면 빨리 끊어버리고 채비를 다시 하는 게 더 낫습니다.  옆 사람과 엉켜서 시간을 허비하면 그만큼 낚시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엉켰을 때도 어느 한 분이 빨리 양보하셔서 봉돌을 올린 후 정리하시구요.  자  다시 들어갑니다.”
김(金)선장도 오늘은 아예 전투낚시를 시키기로 마음먹은 모양이다.
승선한 20명의 완벽한 호흡을 요구하고 있다.
‘그건 Dream Team이지’
이(李)사장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이젠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정도의 조과면 대박이 아니라 초왕대박이다.
선사의 표현이 점점 강해지더니 급기야 이제는 대박이란 그저 그런 기본 조황, 왕대박은 고루 손맛 본 정도, 초대박은 몇 몇이 쿨러를 채운 정도,  초왕대박이라야 전원 쿨러 조황…
웬만한 사건에는 이제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대중들…
그  성향을 읽어낸 매스미디어의 선정성의 영향을 받은 걸까?
엽기적이고 자극적일수록 눈길을 끈다는 상업주의적인 발상이 사회 전반에 넘쳐난다.
‘초왕대박…흐흐흐’
‘자영업’은 벌써 채비를 정리하고 고기 정리에 여념이 없다.
“그만하시게요?”
“네.  더 들어갈 데도 없네요.”
“이(李)사장님.  우럭 몇 마리만 주세요.”
어느 사이에 왔는지 사무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필요한 만큼 가지고 가요.  담을 데도 없네.”
“감사합니다.  손님들이 기다리고 계셔서요.”
신이난 사무장은  큰 씨알에선 애써 눈을 돌리고  작은 놈들로 골라 담는다.
“큰 놈도 좀 가지고 가요.  회 뜨려면 힘만 들겠네.”
“아이고 아닙니다.  이런 씨알이 더 맛있어요.”
이(李)사장의 쿨러에서 몇 마리를 빼내자 자리의 여유가 생겼다.
전동릴을 떼어내고 봉지에 담아 그냥 쿨러에 넣기로 했다.
파도를 맞는 게 싫어 선실 구석에 넣어 두었던 보조가방까지 가기가 귀찮다.
‘자영업’도 정리가 끝났는지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다 하셨어요?”
“네.  들어갈 때 까진 시간이 좀 걸릴 테니까 눈 좀 붙이려 구요.  피곤하네요.”
“그럼 같이 들어가시죠?”
“삑삑”
“자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대고 철수 하겠습니다.   우현 앞쪽부터 들어갑니다.  조심하세요.”
참 열심인 김(金 )선장이다.
“오늘 너무 고마웠습니다.”
선실로 나란히 들어가다 이(李)사장이 인사를 건넸다.
“뭘요?  낚시를 오래 하셔서 그런지 너무 잘하시던데요?”
“아뇨.  열심히만 다녔지 생각을 못했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오늘은 제 낚시 인생에서 아주 획기적인 날입니다.  눈을 다시 떴다고나 할까요?   정말 고맙습니다.”
“원 별말씀을… 아  어류가위를 안 챙겼네요.  먼저 들어가시지요.  제 자리도 부탁드립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정리를 끝낸 뱃전은 이것저것 어수선하게 놓인 물건들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삐익 삐익 삐익…”
낚시 종료를 알리는 신호음이 길게 세 번을 울렸다.
아쉬운 표정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얼굴들이다.
‘역시 선상낚시는 조황이 받쳐줘야…’
‘자영업’은 자기 낚시자리에서 어류가위를 챙겨 선실을 향했다.
“자 짐 정리가 끝나신 분들은 쿨러를 선수(船首)로 좀 옮겨주십시오.”
사무장은 뒷정리에 분주한 모습이다.
하나, 둘…  정리를 끝낸 손님들은 선실로 향하거나 파도를 피해 선미(船尾)를 향했다.
“회항까지는 약 1시간이 조금 더 걸릴 예정입니다.  오늘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조황이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김(金)선장의 마지막 멘트가 흐르고 배는 속력을 높여 전속으로 귀항을 서두르고 있다.
마지막 사건이 기다리고 있는 줄은 아무도 짐작조차 하지 못한 체…

                                                       11

PM 07:30 분.
이(李)사장의 입회하에 배 전체의 수색이 다시 시작됐다.

오수항에 도착해 쿨러를 열어 본 이(李)사장은 한동안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알 수 없었다.
오늘의 뿌듯한 조과가 늠름하게(?) 쿨러에 버티고 있었고, 꿈만 같은 출조의 여운이 미처 가시지도 않았던 터라 쉽게 알아차릴 수 없었던 걸까.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정수리를 둔기로 맞은 듯한 충격…
‘전동릴이 없다…’
김(金)선장과 사무장에게 이 사실을 통보하고 손님들의 양해를 얻는 것도 무척 힘든 일이었다.
귀가를 서두르던 손님들에게도 날벼락 같은 일.
여기저기 이(李)사장을 원망하는 볼 멘 소리들을   애써 무시하고, 배 전체와 손님들의 짐을 샅샅이 뒤졌지만 전동릴은 나타나지 않았다.

박(朴)소장은 귀찮은 일에 끼어들게 된 게 불만인 표정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았다.
같은 취미를 즐긴다는 사람들이 남의 물건에 손을 댔다는 사실이 기가 막히기도 하거니와, 배의 구조를 손바닥 들여다 보 듯 알고 있는 김(金)선장도 못 찾았다는 게 더더욱 기가 막혔다.
보나마나 분실한 물건은 찾지도 못하고 손님들에겐 원망만 들을 게 뻔했다.
애타하는 이(李)사장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고 우럭7호에 올라왔지만, 애초부터 전동릴을 찾으려는 의지 같은 건 없었다.
보는 둥 마는 둥 배 전체를 둘러보고 난감해 하는 박(朴)소장에게 ‘자영업’이 다가왔다.
“저  소장님!  잠깐 드릴 말씀이…”
의아해지긴 이(李)사장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세 사람은 잠깐 자리를 옮겼고 한참을 의논하는 모양이었다.
이윽고 이야기가 끝났는지 박(朴)소장은 김(金)선장에게 손님들을 모두 한자리로 모아주길 요구했다.
“시간이 너무 늦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아무리 찾아도 잃어버린 물건은 나타나질 않네요.  언제까지나 여러분들을 잡아둘 수도 없고, 그 근거도 없습니다.  물건을 잃어버린 장본인께서 포기하겠다고 하시니까 귀가하십시오.”
여기저기서 불만 섞인 소리가 튀어 나왔지만, 다들 그나마 집에 갈 수 있게 된 게 다행이란 눈치다.
김(金)선장과 사무장만 남았을 때, ‘자영업’의 입이 다시 열렸다.
“선장님.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李)사장님과 마침 방향이 같아서 저희도 올라가려 구요.”
“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담 번에 또 뵙겠습니다.  그럼…”
김(金)선장의 배웅을 받으며 각자의 차에 시동을 걸었다.
이미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오수항은 적막함으로 쌓이기 시작했고…

오수항을 벗어나는가 싶었던 이(李)사장과 ‘자영업’의 차는 시내의 한적한 찻집에서 멈춰 섰다.
두 사람은 찻집으로 들어서서 커피를 시켜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흐름’이란 건 절대로 거짓말을 하는 법이 없습니다.”
“‘흐름’이라면?”
“우선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뭔가 이상한 게 제 눈에 띄었습니다.  지금부터 제 생각이 맞는지 확인해 볼 거 구요.  아~~  아가씨!  여기 볼펜하고 메모지 좀 주세요.”
메모지를 건네받은  ‘자영업’은 뭔가를 한참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 번 읽어보시죠?”
이(李)사장은 자기 손에 쥐어진 메모지의 내용이 처음에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설마??  이 사람이??”
“틀림없을 겁니다.  좀 더 어두워지면 우리가 먼저 가서 물건을 찾고, 기다리다 보면 아마 모습을 나타낼 겁니다.”
“믿어지지가 않네요.”
이미 식어버려 싸늘해진 커피를 입가로 옮기면서 이(李)사장은 여전히 메모지의 내용이 수긍이 가지 않았다.
“자  전동릴을 찾으러 가보실까요?  제 차로 가시죠?   제 생각대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후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오수항에 ‘자영업’의 차가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전동릴을 찾으시면 제 방식대로 처리하는 거에는 동의하십니까?”
“물론이죠.  설마 그 사람이 그랬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터라…   전 물건만 찾으면 됩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자 우럭7호로 올라가 보시죠.”


Comment '3'
  • ?
    꿈꾸는갈치 2010.02.17 11:10
    감성킬러님...너무 재밌어요~~ ㅋ....우럭 7호로 올라가고 있는데...
  • ?
    청산 2010.02.17 11:59
    추리소설의 꽃인 마지막 대반전이 있을것 같아 더욱 흥미롭습니다.
    출판하세요!!!
  • ?
    감성킬러 2010.02.17 12:35
    허걱!!! 어정쩡한 결론에 실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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