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일요일, 한 밤 중 1시에 청파동 집에서 출발하였습니다.
높새바람의 찬 기운을 맞으며 버스가 도착하는 수원 지지대 쉼터로 달리는 기분은
간단하게 잠을 좀 잔 덕분인지 꿈속을 헤맬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비교적 가벼운 몸입니다.
사당동을 지날 무렵, 세상은 고요하지만은 않습니다.
1시가 넘었는데도 휘황한 불빛 아래 수많은 사람들을 토해내는 건물,
차량들의 대낮 같은 불빛과 소음으로 도시가 소란스럽습니다.
지지대 쉼터 건너편 효행공원에 예정 시간보다 일찍 도착, 차를 주차했습니다.
그리고 일산에서 출발한 '원더피싱' 버스에서 약속한 조우(釣友) 허준님을 만났지요.
십수년지기 허준님, 무척 반가웠습니다.
버스를 타고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아직은 초록을 잃지 않은 무창포 가는 길이지만,
그러나 계절이 주는 가으내 그리움만큼은 깊어가는 것 같습니다.
도착한 무창포는 나와 같은 바다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바다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깊은 호흡으로 나를 깨웁니다.
하늘길 떠나는 한 조각구름에게 오늘의 무탈과 청명하고 무풍의 바다를
만들어 줄 것을 기원하면서 말입니다.
배들이 떠나는 무창포항에는 울긋불긋 단풍잎 같은 조우들로 파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표정들은 바다의 꿈을 꾸는냥 하나같이 설렘과 행복으로 가득 합니다.
세속의 집착에서 벗어난 오늘만큼은 마음을 비우는 낭만과 안온한 정취를
느끼며 활력을 찾는 나와 여러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6시부터 임검을 시작합니다.
협소한 항이라서 그런지 배들이 교대로 입출항하며 손님을 싣고 바다로 떠납니다.
우리가 탈 배는 '힐링호'라고 하는데 약 40분이 흐른 후 맨 꼴찌로 접안합니다.
쌀쌀한 날씨에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했지만 다들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네요.
역시 힐링을 하러 오신 분들이 맞나 봅니다.^^
'힐링'이란 삶의 속도를 조금씩 늦추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느림의 미학으로 일상생활에
지친 마음과 몸을 위로하며 치유하는 것이니까요.
어떤 형용사를 동원한다고 해도 이런 아름다운을 극치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이 있을까...
인생살이 괴나리봇짐 내려놓은 이 시간이 참 행복합니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을 어디서 찾을까 고민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 주꾸미가 새끼 문어 정도로 많이 커졌습니다.
수심이 낮고 바닥 걸림이 적은 무창포 앞바다는 갑오징어는 어떤 이유인지 나오질 않고 주꾸미만
계속 올라오는데, 한 배를 탄 일행분의 좀 아쉽긴 해도 대체로 흡족해 하시는 것 같습니다.
보통 이 정도의 굵기로 잡히는데 저는 이 날 약 140 여수를 낚았습니다.
중간에 옆에 계신 분께서 낙지를 낚아 올렸습니다.
이 때다 싶어 양해를 구하고 얻어 '탕탕탕'으로 낚은 분과 주위 분들을 불러 시원한 생명수 한 잔... 꿀 맛^^
늦게 출항한 탓일 수도 있겠지만 힐링호 선장님, 3시 40분경에 철수를 결정합니다.
묵묵히 참 열심히 배질 잘해 주신 덕분에 타신 조사님들 다들 만족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늦게나마 감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석대도(石臺島)입니다.
진도의 '모세의 기적'이라는 바다가 갈라지는 진풍경을 여기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음력 보름과 그믐을 전후해서 2~3일간 바닷길이 열리는 약 1.5km의 구간에서는 매복해 있는 낙지나 해삼과 조개를
줍거나 캘 수 있는 바다체험을 할 수 있지요. 저도 5년 전 가족과 함께 이 곳에서 낙지며 해삼을 주웠던 기억이 납니다.
조급한 나머지 물이 빠지기 전 무릎까지 찬 상태에서 걸어가면 마치 수면 위를 걷는 듯한 신비감에 휩싸이죠.
무창포(武昌浦)란 명칭은 조선조때 곡식을 세금으로 거둬 보관하는 창고(倉庫)가 있어 그렇게 불렀다는데,
호남의 곡창지대와 이 곳에서 생산된 곡식들을 보관하고 한양으로 옮기기 위한 중간 기착지였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마도 제 생각엔 武자가 들어가는 지명을 보면 대부분 군(軍)이 연루한 곳이 많은 관계로 군사적 요충지가
아녔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한자로 의역(意譯)되면서 엉뚱하게도 굳세게 번창한다는 무창(武昌)이란 뜻이 되니까요.
11월이지만 아직은 가을 기운이 남아 고즈넉한 바다의 오후입니다.
옥색에 가까운 물빛은 찰랑대는 햇살에 더욱 반짝거립니다.
해불유어우(海不濡於雨)란 말이 있습니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라는 뜻이죠.
좀 더 쉽게 말씀드리면 광활한 대양(大洋)은 아무리 비가 많이 내려도 바다 입장에서 보면
보잘것없는 미미한 수준으로 줄거나 늘지 않은... 그저 무덤덤하다는 말입니다.
그런 넓은 마음을 가지며 '세상의 모든 일을 포용하며 덮고 살아라'는 뜻으로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라는
메세지로 우리를 일깨워 줍니다.
영혼의 해방구, 가을 바다가 주는 아람파 득희락(阿籃婆 得喜樂; 몸에 바르면 걱정과 나쁜 마음이 없어지고 즐거움을
얻는다는 명약.) 한아름을 존경하는 여러분께 드립니다.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여러분 가정과 일터에 다복과 기쁨이 넘치시길 소망합니다.
며칠 전에 마트에 갔더니 생물 국산 주꾸미가 3마리에 약 5,000원.
140 여수 했으니 금액으로 환산하면 230,000원..ㅎㅎㅎ
여행 경비 제하고도 수지 맞는 장사 했네요..
저도 2주전에 번개출조로 홍원항에 갔었습니다...
오전9시경 바람이 터진 바람에....
쭈꾸미 7마리와 갑오징어 한마리 잡고....끝......ㅠㅠ
이렇게 달달한 조행기를 읽고 음미하니
예전 주야조사님과 쭈꾸미 잡을때
준비해온 고등어 시메사바에 한잔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ㅎㅎ
주야조사님 이번주에 함 뵐수 있겠네요....
한잔 하셔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