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많이 고플 때 어떤 음식이든 맛없는 것이 어디 있을까...
고행의 피난길을 떠난 선조께서도 배가 무척 고프셨을 터인데, 그때
한 어부가 동네 앞바다에서 잡은 '묵'이라는 생선을 선조 임금께 바쳤다.
먹어보니 입에 살살 녹는 듯하셨겠다.
이렇게 맛있는 생선 이름이 '묵'이라니... 신하들에게 "애야!~ 이름이 좋지
않으니 맛에 걸맞게 이쁜 이름으로 은어(銀魚)라고 부르게 해라." 하셨단다.
임진왜란이 끝나 환궁(還宮)하신 선조께서 그 맛이 생각나서 그곳에 구해
다시 그 요리 방법대로 먹어보니 전혀 그때의 그 맛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에잇, 맛없다. 도로(다시) 묵이라 불러라”라고 하셨으니,
이로부터「도루묵」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한 동네 사시는 '청파'님이 바람도 쐴 겸 강원도 대진항으로 도루묵 잡으로 가자고 하여
밤 8시경에 후배 한 사람 더해 셋이 떠났다.
어획을 떠나 추억들이 서려있는 속초의 밤바다가 더욱 그립고 보고 싶기도 해서다.
삭풍이 모질게 불던 날, 동파(冬波)의 야음(夜音)속에 팽개치고 떠난 그녀를 혹여 만나볼 수
있을까... 부질없는 미련의 짓이지만 질투망상(嫉妬妄想)도 한몫했다.
인제 내린천 지나면서 창문을 여니까 매서운 칼바람 속에 설악의 솔향이 얼굴을 부빈다.
너무 상쾌하지만 더 이상 맞고 있다간 얼굴이 얼어 버릴 것만 같아 문을 닫았다.
속초항 정조시간이 밤 10시 31분이다. 대진항까지는 아직도 1시간 여를 달려야 한다고
네비가 알려 준다.
모든 어종이 들물과 함께 입질하거나 움직이는 이치에 따라 이에 맞춰서 떠나는 기대감과
설렘에 찬 절박함은 차라리 고통 수준이다.
야호(夜好)!~ 드디어 항구의 이정표가 보인다. 적막이 흐르는 동네를 돌아 낚시점에 가서
통발을 하나씩 사서 방파제로 향한다.
길목에 사람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술잔을 기울이며 내게도 한 잔 하고 가라고 권한다.
하나씩 통발을 던져놓고 삶은 달걀을 안주로 삼아 셋이 건배를 외쳤다.
▲ 타오르는 불길처럼 따스함이 느껴지는 대진항 등대가 망망대해, 칠흑
같이 어두운 밤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을 위해 빛을 비춰주고 있다.
깊어가는 밤, 적막한 어촌과 설렘의 내 마음까지 화로처럼 끌어안아준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이 등대도 2022년에 무인화 등대가 된단다.
▲ 어느 일행들이 추운 밤바다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삶이란 이야기 꽃을 피우며 망중한을 보내고 있다.
가끔은 우리 삶이 갑자기 습격을 받아 삶의 가장자리로 내몰려 황당할 때, 겨울바다로 떠나 찬 기운을 만나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혹한의 추위 속에 매서운 바람과 파고드는 냉기에 몸이 덜덜덜 떨 때까지 파도와 수평선을 바라보자.
결코 아름답다거나 낭만이란 말이 느껴지는지... 따스한 방이 간절하게 그리울 것이다.
우리 삶이 이토록 평탄치 않는 것이란 생각과 함께 성찰의 시간을 가지면 막막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질 테니까..
▲ 대진항 내항의 휘황한 불빛들이 형형색색의 윤슬을 불러와 잔잔한 겨울바다 위에 뿌려놓는다.
동해의 겨울바다는 십중팔구 집채만 한 파도가 포효와 함께 연상되는데, 오늘은 외해도 자장가처럼 고요하다.
▲ 한 동네 살면서 존경하는 두 분이다.
부러울 정도로 넘치는 친화력에 후덕한 마음 그리고 솔직한 매력을 지닌 청파님(오른쪽)과 만학도의 꿈을
안고(왼쪽) 열심히 지역에 봉사하며 활동하는 김송환 님이다.
▲ 새벽 3시 30분 경이되자 항구에 불빛이 환하게 켜진다.
4시가 되자 수십 척의 작은 어선들이 마치 경주를 하듯 쏜살같이 항구를 벗어난다.
배들이 갑작스럽게 일으킨 파도에 피할 겨를없이 한바탕 물벼락을 맞았다. 이 시간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인지 궁금했다.
▲ 알 밴 암놈은 한 두 마리... 거의 수놈만 통발에 들어왔다.
이미 암놈들은 산란을 마쳐 떠났거나 항구앞에 빼곡히 쳐 놓은 어민들의 그물에 걸려 항구로 들어오질 못한다.
그물코에 걸리지 않은 작은 수놈들만 잡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이서 떠난 도루묵 여행은 셋이 나눠 먹을 만큼만 잡았다 생각하고 4시 반에 종료했다.
▲ 버려진 통발을 건져냈더니 이렇게 알이 많이 부착되어 있다. 일일이 떼 내어 바다에 던져줬다.
알 색깔도 일정하지 않고 갈색, 녹색, 노란색, 연두색, 보라색에다가 심지어 짙은 회색까지 천차만별이다.
어민들의 말에 의하면 산란하는 해초의 종류에 따라 알 색깔이 다르다고 하지만, 검은 통발에도 이런
다양한 색감의 알이 부착된 것을 보니, 오히려 전문가들이 말하는 산란 전에 도루묵이 먹었던 먹잇감에
따라 알 색깔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하는 말에 무게감이 더 실린다. 하여 간에 불빛에 살펴보니 영롱한
보석같이 느껴졌다.
도루묵은 한류성 어종으로 보통 수심 100~400m의 사니질대에 살다가 11월~12월 중순 사이 즉, 늦가을에
모자반 같은 해조류가 많이 서식하는 항구 주변으로 모여들어 산란한다.
한 번에 대략 750여 개의 알을 산란하는데, 알을 감싼 점액질로 해조류나 버린 폐그물 또는 그림처럼
통발에 난괴(卵傀)로 형성, 단단히 부착시킨다.
▲ 아쉽지만 알맞게 잡았다는 생각으로 철수를 결정하고, 어둠속에 지금 막 배들이 들어오는 하역장으로 향했다.
배에는 그물에 걸린 알을 밴 굵은 도루묵으로 가득하다. 아까 우리 곁에 오신 어느 한 분이 " 산란을 마친 놈은
이미 떠나고 지금 늦게 들어오는 도루묵 암놈은 항구 바깥쪽에 횡으로 쳐놓은 그물 때문에 들어오질 못한다."는
말이 그물에 이렇게 많이 걸린 것을 보고 이제사 이해가 되었다.
▲ 그물에 걸린 암컷 도루묵이 아직 살아 헐떡이며 연신 많은 알을 출수공을 통해 배출하고 있다.
죽어가면서도 본능적인 종족 번식을 위해 알을 배설하는 도루묵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거니와 다른 한편으로
진한 감동을 넘어 경외로움을 준다.
도루묵은 다른 생선과 달리 비린내가 없어 맛이 담백하고 시원해 찌개와 구이는 기본이고 자박자박한 조림은
먹어 본 경험으로 술안주로 제격이다.
끈적끈적한 점액은 콘드로이틴, 히알루론산 등의 성분이 들어있어 피부 탄력과 관절에 아주 좋고, 알은 덜 익혀
먹을수록 식감이 좋다고 하니, 싱싱하다면 너무 익혀 굽거나 끓이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드셔도 무방하다.
경매가 진행되기 전에 가격을 물어보니 두름(20마리 정도)에 20,000원이라 한다.
참고로 지금은 도루묵 끝물이다. 드실 정도만 생각하고 가신다면야 별 문제가 없다.
원래는 어항구역 내에서 어로행위는 2년 이하 징역, 2000만 원 이하 벌금 부과 대상이라고 현수막을 설치했으나,
수산자원관리법(제18조)과 시행규칙(제6조)에는 비 어업인은 1개의 통발(외통발)을 사용해서만 수산자원
포획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쓰레기 무단 투기하지 말고 지저분하게 먹고 놀던 곳을 흔적 없이 깨끗하게 치우고 간다면....
또 통발 하나로 적당하게 잡아간다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너무 춥습니다. 털모자, 방한복, 핫팩, 털장화, 실장갑과 고무장갑은 필수입니다.
작은숫컷만들어와서 암놈은 어쩌다한마리 그냥먹을만큼만
가져왔습니다 날추운데고생은안하셨는지요
새해에는더건강 하시고 연말재미있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