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의 알람이 울린 듯 한 착각에 몇 번을 깼다가 또 눈을 감고...
낚시가기 전날은 늘 반복되었던 일상이지만, 오늘은 그 정도가 좀 심하다.
소풍을 앞둔 초등학생처럼 들뜨는 것은 모든 낚시인이 마찬가지겠지만
오늘이 어떤 날인가?
주야조사님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머지 잠을 포기하게 만든다.
김포에서 인천 남항부두까지 논스톱으로 주파....
역시 배에는 아직 인적이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둘 오늘의 승선동료들이 모습을 보인다.
어부지리 회원들의 주된 관심은 역시 주야조사님과의 동승이다.
“예약현황 보셨어요?”
“주야조사님이 예약하셨던데요.”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를 나누는 중 선장님과 병아리님의 모습이 보인다.
손님들이 편안하게 승선할 수 있는 위치로 배를 옮겨대고, 승선명부를 작성하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를 걱정하는동안 시간은 흐른다.
아직 출항까진 시간이 넉넉하게 남아있다.
한 분, 두 분... 아직 오시지 않은 분들을 기다리던 중 드디어...
안전한 승선을 위해 몇 분의 쿨러를 받아 옮겨드리는데, 쿨러 뚜껑에 적힌 글이
섬광처럼 눈을 찌른다.
“晝夜釣思”
‘낮이나 밤이나 낚시를 생각한다’는 바로 그 분이다.
건장한 체구에 맑은 피부(바람과 태양에 건강하게 그을린 얼굴을 상상했었는데 뜻밖이다.),
웃을 때 드러나는 가지런한 치아와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백발(白髮)...
“첨 뵙겠습니다. 감성킬럽니다.”
악수를 청하셔서 잡은 손이 무척 따뜻하다.
어쩌면 인사를 드리는 내 목소리가 떨렸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뵙고싶었던 분이었기에....
3월 24일-‘나눔’의 美學
‘나눔’의 美學 그 첫 번째-대화를 나누다
내 떨림을 들키진 않았을까 하는 염려를 뒤로 하고 주야조사님은 주위 분들과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으시더니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 놓으신다.
1.8ℓ PET병과 비닐봉지...
PET병 안엔 언젠가 말씀하셨던 그 생맥주가 담겨있었고, 비닐봉지 안엔 마른 오징어,노가리,생김(이 생김의 용도는 한참 뒤에 밝혀졌다.) 등의 안주거리...
이른 아침의 맥주로 목을 축이면서 가거초 얘기를 들었다. (슬슬 시동을 거시는 주야조사님)
흥미진진한 체험담을 당사자에게 직접 듣는 느낌은 뭐랄까?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어린시절의 동화(童話)라고나 할까?
낚시인에겐 역시 ‘낚시이야기’만큼 재미있는게 없다.(같은 이야기라도 ‘바다이야기’는 정말 짜증난다. 어떤 ㄴㅗㅁ께서 game 이름을 고따우로 붙였는지...)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사람들이 선상에서 만나 하나가 되는 이유는 오직 ‘낚시’라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이고, 그 결과 누구나 대화가 통하는 친구가 된다.
때로는 가벼운 해학(諧謔)을 섞어가면서 비슷한 연배의 분들 뿐만 아니라 내 또래의 후배들에게도 정겨움을 느끼게 하신다.
출출한 속을 뜨거운 라면으로 달래놓고 오늘의 낚시를 위해 모두들 선실에서 잠시 눈을 붙인다.
드디어 출항....
‘나눔’의 美學 그 두 번째-인식(認識)과 정(情)을 나누다
우리가 탄 배는 영흥대교 밑을 지나 좌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평소엔 당진화력이 좌측으로,풍도가 정면으로 보이는 김양식장 주변의 어초를
주로 갔었는데 내겐 처음인 코스다. 아마도 평택 근처인 듯...
낚시준비를 마친 주야조사님께선 위치를 보시더니 미군 폭격 연습으로 인한
중금속 오염을 걱정하신다. (평택 매향리)
하늘이 내린 아름다운 자연을 대량으로 망치는 대표적인 인간의 행위 - 전쟁
전쟁이란 그것이 공격을 위한 준비든, 방어를 위한 것이든 인간과 자연을 파괴하는 원흉이다. 망하기 위해 하는 연습... 씁쓸하다.
“자~ 낚시하세요!!!”
선장님의 멘트에 번뜩 정신을 차리고 파이팅을 외친다.
조금 잔 씨알의 우럭이 가끔 모습을 보인다.
난 오늘도 초짜티를 벗지못하고 헤매고 있다.
서너번의 포인트 이동 끝에 제법 괜찮은 씨알이 올라온다. (물론 다른 분의 조과다. 어휴~~!)
“우럭 입질이 활발할 때 깊은 수심에서 한번 써보세요.”
이동하는 짬에 주야조사님이 꼴뚜기 형광웜을 쥐어 주신다. (ㅎㅎㅎ. 감사 또 감사.)
병아리님은 꾼들을 위해 병어회무침 준비에 분주하다.
“대통령이 와서 배워야 해.”
병아리 mania를 자처하시는 주야조사님의 말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상낚시 명지휘자(주에스트로)의 극찬이 이어진다.
“손님을 맞는 탁월한 프로정신”
‘가장 한국적인 명품(名品)써비스’ - 본인 생각
우리 토종(?)들의 정서를 관통하는 주된 기류는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반응하는 ‘情’이다.
예쁘게 썰어놓은 병어회와 회무침이 식탁에 놓이자 선글라스 안에 감춰져 있던
주야조사님의 눈이 반짝인다. (나의 착각? 분명히 봤다니까요!!!!)
준비해온 술과 채소를 꺼내놓고 축제(祝祭)가 시작된다. (소주,맥주에 양주까지...)
주야조사님이 준비하신 생김이 위력을 발휘한다.
생김에 싸먹는 병어회무침의 맛에 모두들 탄성을 지르고...
어느덧 식탁에 모여앉은 사람들은 모두 동심(童心)이 된다.
친구들과의 놀이에 정신이 팔려 해가 지는 것도 모르고 몰입하던 그 순수한 열정의 시대로 돌아간다.
주야조사님을 오늘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낚시란 건 결국 이런 ‘즐거움’ 또는 ‘신나는 놀이’가 아닐까?
자~ 또 신나게 놀아봐야지.
알딸딸한 정신으로 음주낚시를 시작한다.
“안주거리 나왔다!”(에잉~ 또 술?)
주야조사님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입질은 이어지고 군더기 없는 간결한 동작으로 잡은 고기를 마무리 하신다.
高手의 포스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주야조사님과 몇 분이 잡으신 우럭은 바로 안주거리로 변신하고...
제법 준수한 씨알이 여기저기서 올라온다.
나두 잡고싶다구요. ㅠㅠㅠ
to be continued.....
예약이..장난이 아니던데요..아마 써비스가 좋다는 입소문때문이리라
짐작이 갑니다.
1탄에 이어 흥미진진하게 써내려가신 조행기가 감칠맛이 나네요.
결국 음주낚시하셨다는 얘기죠??..ㅎㅎㅎㅎ
맛갈스런 조행기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