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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행후기]
2011.03.30 18:16

한 낮의 회상!

조회 수 4319 댓글 6
한 낮의 회상!

난 지금 바다에 있다.
햇살은 너무 따사로워 두꺼운 외투 벗어 던진 지 오래이고
청명함이 극에 달한 하늘은 푸르다 못해 눈이 시릴 정도다.
가끔 햇살을 사알짝 가려주는 뭉개구름이 정겹다.
합사줄 가로누운 바다는 코발트색 진한 물감으로 찰랑거리고
전동릴 풀려가는 소리가 정겹다.
그리고 끝이 없을 것 같은 기다림...
맨바닥의 암반인가 통통거림이 손끝에 전해지고...
그럴 때마다 릴뭉치는 한바퀴 한바퀴 돌아가고 그리고는 곧 생명의 꿈틀거림을 기다린다.
뚜~뚜우~~~
하아! 나도 몰래 나오는 한숨... 포인트를 벗어났나보다.
빈채비 회수하는 맘은 누구라도 그렇듯이 늘 아쉽지만
이번엔... 이번엔...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 몸의 감각이 다시 일어선다.
뚜~~~
깊은 심연을 여행했던 봉돌은 아직 차가움을 느끼게 하지만 내겐 이마저도 희망이다.
설레임을 담아 다시 바다 깊은 곳으로 끌려 내려간다.
툭~~~
스르륵... 늘 하던 대로 텐션을 유지하면서 한 바퀴 릴뭉치를 감아본다.
순간!
눈이 불이 번쩍 튀는 것 같다. 헉!
쿡쿡 처박는 초릿대가 심상치 않다.
지금 이 순간 내 손 끝에 전해지는 이 떨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아니 온 몸으로 퍼져 짜르르 전해지는 이 것...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투두두둑... 아니야 이건 약한데...
우둑 우둑... 아니야 이것도 아니야...
쿡... 쿡... 아니야 이것도 아닌데...
암튼 꾼들은 알거야! 이 느낌! 이 떨림!
초릿대는 이미 90도로 꺽어져 연신 꾸벅거리고...
내 가슴은 새색시 첫날밤처럼 마냥 벌렁벌렁... 숨을 쉬기도 버겁다.
이 쿡쿡거림... 내 경험 상 분명 쌍걸이 아니면 세쌍거리가 분명하다.
바다 속 깊은 곳에서 동시에 먹이감을 향해 달려들었나 보다.
그래도 내 맘 속에서는 이 내 과거 경험은 무시하고 싶다.
쌍걸이 아니길... 세쌍거리가 아니길...
이 묵직하게 쿡쿡 쳐박음은 분명 6짜 그것의 몸부림이야!
제발 이 몸부림이 더 이상 리듬을 타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사무장님, 뜰채 준비해줘요!!!!!
뭔지 몰라도 분명 커!!!!
수면에 거무티틱하게 뭔가가 모습을 드러낸다.
훕! 우러기 맞다! 와우! 6짜다!
수면을 박차고 얼굴을 드리미는 이 놈은 거의 괴물 수준이다.
흡! 또 있다. 비슷한 거이 하나 더 달려 대롱거린다.
준 6짜!
온 몸에 털이란 털은 모두 곤두서있는 것 같다.
뱃전에 올라선 놈들은 보고 나서야 비로소 숨이 쉬어진다.
하아! 한숨인지 안도감에 몰아쉬는 숨인지 나도 모르겠다.
지금 딱 이 순간은 마구 기쁘지도 않다.
그저 멍하다.
아무 생각이 없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손은 담배갑을 찾아 여기저기 호주머니를 기웃거린다.
이 찰라의 시간이 지나자
주위의 축하소리와 환호와 카메라 셔터음이 내 귀에도 들리기 시작한다.
감사! 감사! 땡큐베리감사!

눈이 스르륵 떠진다...
벌써 2년여의 시간이 흐른 것 같네요.
이내 내 손가락은 다시 인터넷바다의 조황을 찾아 예약란을 돌아다닌다.
이번 토요일은 어디루 가야 하나???
허... 참...
Comment '6'
  • ?
    김포신사(김영근) 2011.03.30 18:20
    ㅎㅎㅎ 넘멋진 표현입니다...첫날밤~~~
    갈치이후 한번도 못뵌것 같네요...잘계시죠..
    조만간 동출함 하시죠....스르륵 세월은 정말 빨리 지나는것 처럼 느낌니다.
  • ?
    김석태 2011.03.30 18:30
    네...김포신사님...
    조만간 뵈야죠! 그저 날씨만 좋기를 바랍니다.
  • ?
    설원 2011.03.30 18:40
    현실인 줄 알고 가슴이 쿵쾅거렸는데...
    요즘 그런 조황이 있는 선사가 있는가 하고 ㅋㅋㅋㅋㅋㅋㅋ
    아뭏튼 흥분되는 조행 회상기 잘 읽었습니다.
  • ?
    무상천 2011.03.30 19:26
    저도 시커먼 놈 본지가 언제인지...
    언제 되돌려도 즐거운 회상이지요...
  • ?
    모과 2011.03.30 21:07
    꾼들의 떨리는 마음을 세세한 글귀로 표현한 멋진 글귀네요...
    뉘신지 선상에서 뵙고 싶네요...
    전 새달 9일 거문도로 갑니다.
    ---
  • ?
    우왕 2011.03.30 22:23
    보통 남자들은 과거를 회상할땐 첫사랑의여인을 회상하는데
    낚시꾼들의 회상은 모두가 엊비숫하나봅니다..
    최대어를 잡았을때 그날이 첫사랑 만나던 그날보다
    더욱더 가슴에 남아 추억의 첫페이지를 장식하죠...ㅎㅎ

    앙칼진 입질을 가슴졸이며 기다리는시간은
    내가슴이 이렇게 작은 새가슴이었나하는 생각도 들구여...^^

    덕분에 오래간만에 글로써나마 흥분과 찌릿한 전륜을 느껴봅니다..
    이런글 자주 올려주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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