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년마음 가진 우리들은 칠흑같은 밤을 가르며, 지금 마법의 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벗어난 차는 에움길에 들어서면서 우리를 흔들어 깨웁니다.
야호(夜好)!!! ~
행복한 자유의 꿈을 꾸며 세환(世患)을 말끔히 씻어 줄 반가운 오천항 이정표가 저만치 보입니다.
온 몸으로 하늘거리며 춥추는 사춘기 소녀같은 살사리꽃,
친구인 순백의 청조한 구절초도 안개를 먹으며 살사리꽃과 함께 함초롬 피어 우리들의 어두운
밤길을 잘 안내해 주고 있습니다.
창을 열었더니, 갑자기 들어온 솔향 실은 추량속 소슬바람이 우리들의 가슴을 마구마구 훔쳐갑니다.
차량의 불빛에 비친 가을들녘도 황금으로 뒤덮여 이 가을의 농향(濃香)과 더불어 풍요로움을
한껏 더해주는 삶의 여유를 주고 있습니다.
볕뉘를 뚫고 도착한 오천항,
별꽃들이 뜬 바다는 마치 비단을 펼쳐 놓은 듯, 그렇게 우리들을 영화속의 주인공으로 맞고 있습니다.
촉촉한 가슴으로 맞이해 줄 오매불망 바이킹호 이재근 선장님을 소녀처럼 조바심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이선장님, 비야의 야인으로 건강하고 초강초강 생기 넘쳐서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세속의 가치를 초개처럼 버린 초극자의 여유롭고 당당한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뜨거운 상옹으로 그간의 안부를 나눴습니다.
인산선해(人山船海)를 이루는 오천항을 막 벗어나는 뱃바람은 무척 찹니다.
출항 30분도 안되어 채비를 초록빛 물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아구!~~ 씨알이 대체적으로 너무 잘아 우리 손주녀석도 한입에 꿀꺽할 수 있는 크기입니다.
주꾸미 볼을 안고 올라온 이 녀석들이 너무 귀엽습니다.
간간히 큰 놈들도 눈을 부릅뜨고 올라와 어린 주꾸미들을 잡는다고 항의하는 눈빛으로 우리를 쏘아 봅니다.
" 야 임마!~ 약육강식 이라는 거.. 넌, 알어?" 애써 외면하며 그물통에 모셔 넣습니다.
지난번, 심통님이 맛보여 준 대강대강 가위로 잘라 맛 본 생주꾸미의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가져간 초고추장에 그때처럼 몇마리 가위로 잘라 시원한 막걸리 주향에 섞습니다.
쫄깃한 씹힘성에 우리 모두의 입을 호강시킵니다.
시월의 중순에 접어들었으면 주꾸미의 개체도 많이 성장해야하는데 왜 이렇게 작은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아마도 자연의 여건이 맞지않아 알을 늦게 부화시킨 것이 아닐까?
정말 우럭의 미끼로 사용하기에 아주 적당할 크기입니다.
2시40분에 합의로 철수길에 오릅니다.
일찍 올라오는 서울행 길이 뻥!~~ 뚫렸습니다.
집에오니 6시 정도 입니다.
분류하여 아주 작은 것은 미끼용, 중간 싸이즈는 초무침용, 큰 것은 삼겹살 두루치기용으로 분리하여
며칠안에 먹을 것은 김치냉장고에 오래두고 먹을 것은 냉동실에 넣어뒀습니다.
잘 생긴 놈 몇마리 살짝 데쳤습니다.
빠알간 여인 입술 닮은 복분자 술을 몇 모금하며 초장에 찍은 주꾸미를 게걸스런 우럭 입질처럼
대구(大口) 만들어 급히 넣고 우적우적 씹습니다.
이 맛... 달콤한 육즙과 향긋한 먹물이 입안에 퍼지면서 뇌가 놀라 반응하는
이 환상적인 맛을 ... 누가 알까요?
" 너희들이 싱싱한 쭈맛을 알아? .. 그럼 그럼!~ 알 수가 없찌.." ㅎㅎㅎㅎ
옆에서 함께 배불러 웃고있는 냉동고를 바라보니 추수 끝난 농부처럼 흐믓합니다.
홍원다녀오신지 몇일 되었다구 오천까정 장악하시고 그러니 쭈꾸미 그만잡으라고 뉴스에 나오죠...^^
채비도 완전 모듬채비입니다 저는 왼쪽 첫번째가 제일 좋더라구요...
이달안에 꼭한번 쭈낚한번 더가야 하는데 형님 홍원에 예약해놓은 배 있으신가요...??
제가 맛있는 고추장 불고기 해갈테니 고추장 쭈삼에 상추싸서 이슬이 한잔 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