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4물), 평택항 조간차 600. (09:41분 간조, 만조 오후 3:32분)
평소보다 일찍 출항한 배는 거의 두 시간을 달리더니 숨을 몰아쉬며 속도를 내립니다.
선실에서 나와 채비를 준비하는데, 알록달록 이쁘게 치장한 배들이 어마어마하게 모여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인천과 영흥도, 평택, 당진의 배들까지 합세하여 50여 척이 됩니다.
아산만 당진 석문 방조제 바로 앞바다입니다.
어제 모 선사들이 이곳에서 대광어 대박 낸 자리라고 소문이 난 모양입니다.
배들이 거의 붙어 있을 정도에서 포인트를 훑어보지만, 입질은 거의 없다시피합니다.
해가 뜨고 구름이 걷히는데 바람이 없으니 파고도 없는 잔잔한 바다입니다.
어제 비바람에 세차게 내린 덕분인지 오늘의 바다와 육지가 눈이 시릴 정도로 맑습니다.
구름이 서서히 걷히면서 가시거리가 수십 km로 늘어납니다. 회색 숨을 토해냅니다.
비취색 바다와 파란 하늘, 그리고 녹색으로 물든 육지로 보이는 것 모두가 한 폭의 그림입니다.
그러나 서해 바다는 여전히 매서운 추위를 숨기고 있었습니다.
겨울옷으로 무장하고 떠나 다행이지만, 몇 분은 얇은 봄옷만 입은 채로 추위에 떨고 계시네요.
군집한 배들이 서서히 포인트를 벗어나 각자의 위치로 가서 간간히 50~80짜리를 뽑아 올립니다.
노련한 신 선장님은 배를 이곳저곳으로 옮겨가며 광어가 나올만한 지형을 미리 탐색해 둡니다.
이렇게 시간이 보내더니, 갑자기 배를 이동시킵니다.
흝어진 다른 배들도 동시에 한 곳으로 집결하는데, 시간을 보니 9시 50분,
평택항 간조 시간이 09:41분, 물돌이 시간이 시작되는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들이 집결한 밀집지역에서 살짝 벗어나 아까 탐색한 사니질대 지역에 배를 흘립니다.
우리 일행이 포진한 선미는 조용한데, 선두와 중간 쪽에서는 동시다발로 난리가 났습니다.
말 그대로 피딩타임... 채를 들고 신 선장님과 광순이 님이 허둥대며 뛰어 이리 저리 뛰어다니고...
수면 위까지 올라온 대광어가 심한 바늘털이로 유유히 사라지는 것을 보며 허탈해 하는 조사님...
여기저기 올라온 70~80급 대광어의 파닥거리는 몸부림에 꼬리표를 붙이려 씨름하는 모습.
후미의 우리는 선두와 중간의 폭발적인 광란(廣亂)에 먼산 구경하듯... 아무렴 이럴 수가...ㅠㅠ
후미 쪽으로 배를 이동해도 입질이 뚝... 계속 앞쪽에만... 실력이 이제 녹슬었나???...
(어제 백마호의 홈페이지 광순이님 조행사진 설명 전문을 그대로 옮겨 왔습니다.)
일찌감치 멀리 나갑니다...
아침은 쌀쌀하네요...
신통치 않게 시간이 흐릅니다...
그러던 중 광어셋님이 7짜 올립니다...
이것이 신호탄... 모두 긴장하는 촉매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한바탕 난리가 납니다...
암튼 속이 탄 광순이가 머리가 시원해지는 순간입니다...
빵좋은 7짜, 8짜가 주이며 몇분은 4,5마리를 잡는 기록도 만듭니다...
4마리 정도 얼굴보고 보내준 아쉬움은 제가 클까요??? 놓친 분이 클까요???
장비도 중요하고 릴링 자세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꼬셔내려는 집중이 매우 중요합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이 정도면 대박입니다... 대광어만 30여수 했습니다...
쿨러는 압사 직전입니다...
구경거리가 걸죽할겁니다...^^
▲ 요즘 컵라면으로 대체하는 유행을 따르지 않고 귀찮지만 정성껏 끓인 라면으로 대접하는 광순 아지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모두 맛있게 드시네요.
▲ 오랜 휴식기를 보내고 새로운 배에 산뜻한 디자인으로 여전한 명성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천지5호' 병아리님,
반가워 인사를 했더니 답례로 V자를 그려 보냅니다.
▲ 우리도 빨리 출발하여 왔는데, 이미 40여 척이 와서 해전을 방불케 하며 열심히 포인트를 훑고 있습니다.
배들도 예전 같지 않고 다양한 채색의 디자인으로 산뜻해 보입니다. 바다에 가을 단풍이 내려앉은 느낌...
▲ 조류가 들물로 접어들면서 배의 유속이 빨라집니다.
광어낚시는 이런 조류를 타고 천천히 약간의 고패질을 해야 하는 원칙이지만, 밑걸림이 거의 없는 이곳에서는
낚싯대를 수면 가까이 내리고 바닥을 훑으며 편안하게 끌고가다가 입질을 받아내는 형식입니다.
m급까지 출몰하는 대광어를 제대로 제압하기 위해서는 길이가 길고 허리 힘이 강한 낚싯대가 필수입니다.
▲▼ 선두 쪽에서 계속적인 대광어를 포획하며 2위를 기록한 이근재 님, 찾아가 채비 구성을 살펴봤습니다.
광어는 날카로운 이빨로 머리 위를 지나가는 먹잇감을 순간 흡입하는 강한 탐식성 어종이죠.
봉돌에서 바늘까지 줄 길이가 보통 채비줄 보다 긴 약 60~70cm로 길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약간 띄워야 조류를 타고 위로 지나가는 웜을 그만큼 빨리 발견할 수 있어 솟구치며 공격하는
기회를 많이 줄 수 있는 것이 비결이라고 봅니다.
웜도 물심에 따라 움직임이 요란을 떠는 주황색 섀드웜입니다.
▲▼ 오늘의 대광어 '파이브 고에 마지막 1+, 6마리로 장원하신 우현 중간에 자리 잡은 서한기 님,
채비구성도 위의 이근재 님 보다 약간 길게, 40호 봉돌에 역시 주황색 섀드웜을 체결하였네요.
포악하고 먹성이 강한 광어는 눈앞에 보이는 역동적인 먹잇감을 가만히 놔두는 법이 없지요.
80cm가 넘는 이런 대광어들은 특히, 입질이 온다고 바로 챔질 하지 말고 웜이 빨려 들어가 제대로
입속에 제대로 박히도록 2~3초 후 끌고 가는 느낌이 들 때 챔질하여야 합니다.
▲ 이 아산만 대광어 포인트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토악물에서 확인된 멸치입니다.
바다 위에 갈매기가 떼를 지어 유영하고 있는 곳이 바로 밑에 멸치 떼가 있다는 반증입니다.
먼 바다에서 월동한 광어는 적당한 수온과 자갈과 모래와 뻘이 적당히 섞여 있는 수심 10~20m권
연안으로 산란을 위해 모여듭니다.
내만에 들어와 흩어져 있던 광어들이 이 멸치 떼를 쫓아 이곳으로 모여들었다고 볼 수 있는데,
바로 이곳이 황금 어장을 만들어 준 이유가 되겠네요.
신 선장님도 어군이 형성되어 있다고 하면서 멸치나 까나리라고 했습니다.
토악물에서 확인된 싱싱한 멸치를 보아 까나리 보다 멸치떼가 맞다는 증명이 서네요.
▲ 좌현 뒤쪽에도 가장 큰 84cm 행운이 찾아왔네요.
바다용님 끙끙대며 끌어올리는 광어를 놓고 우리는 얼마나 놀렸는지...
"야!~ 바닥에 걸렸어!~~ 낚싯대를 확~ 잡아 채 버려!!~~ 바닥에 걸렸다니깐!!~~ "
이런 놀림도 들은 척 마는 척 뱃전에 랜딩 시켜 놓고 우리를 향해 두 주먹질...ㅋㅋㅋ
한 바탕 웃으며 부러움에 축하도 해 주면서...
눈이 멀었나.. 확인!~~ 광어 눈은 분명 정상이었습니다..ㅎㅎㅎ
바다용님이 멸치 떼가 있으니 멸치웜을 사용하면 좋겠네... 하고
멸치웜 채비를 입수 후 곧바로 걸어 올린 대광어...
군집된 대광어 포인트에서는 멸치웜을 꼭 준비하여 사용해 보시길...
▲ 좌현 중간에 앉은 옹고집님도 연신 75~80급과 중자급까지 4수를 끌어 올립니다.
나와 더불어 아직도 '증명사진' 하나도 못 찍고 헤메고 있는 좌현 맨 뒤의 아***님을
슬쩍 보더니 "앞으로 내헌티 꽝조사라카는 인간 있으믄 깍~ 멕여버릴껴!!!~~"
분명 들었을 법 한데, 당진화력발전소에서 피어오르는 굴뚝 연기를 보며 담배 한 대를 꺼내 뭅니다.
내뿜는 멘탈의 붕괴연기는, 연신 창공을 가르며 오가는 전투기보다 빠르게 퍼져나갑니다... ㅎㅎㅎ
▲ 만난지가 무척 오래되었던 '수암' 님과 '물가에 앉아서'님과도 모처럼 함께 동출하였지요.
뒤편 중간에 앉은 수암님이 점심 먹고 겨우 중급 한 마리 건져냈습니다.
등을 보이며 꽝탈을 노리며 애쓰는 넘이 있네요...ㅎㅎㅎ
낚시도 강호지락(江湖之樂)이라 선인들이 말씀하셨지만, 오늘은... 글쎄요...ㅎㅎㅎ
쪼카 3장 들고도 피박을 쓰고, 쓰리고에 광박까지 처참하게 당하는 심정...ㅠㅠㅠ
화투패는 좋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다.
화투와 낚시는 역시 운칠기삼인가...
아무개와 나는 자신있게 저녁 회 만찬으로 집에 손님을 불러 놓았는데...
어시장에 가서 터진 쌍코피를 닦으며, 두 마리씩 사서 회를 떠 각자 집로 향했다.
그토록 맛있던 광어회가 이렇게 맛없긴 생전 처음....
말 못할 슬픈 사연이 담긴 광어회를 사돈 내외와 울 가족들은 자연산 회가 너무 맛 있다고 하고...
저는 몇 점 집다 말고 받은 쐬주나 홀짝거리며 있으니
"애 써 잡으신 광어를 사돈께선 왜 안 드셔요?... "
"아!~ 예!~ 사돈, 저는 배에서 실컷 먹었습니다. "
낚시를 이젠 접어야만 할 나이인가 보다... 흑흑흑...^^
금방 조행기를 올린 후, 후배한테서 전화가 옵니다.
주야조사님,
광어 시즌이 언제인가요?
어디 쪽에서 잘 나오나요?
시즌이 5~11월이라고 하고, 피크는 6~10월이라고 하는데 맞나요?
미리 예약 좀 할려구유!!~~
"................... 맞아여~~ 근데, 내가 지검 쬐껌 바쁘거덩...
자세한 것은 낼 전화 주면 안돼깡... "
ㅎㅎㅎㅎㅎㅎㅎ
대박를쳐도 뭔가아쉽고 꽝을치면이루말할수없이아쉽지요~~
철수길에 다시는출조안한다 마음먹지만 며칠만지나면또어디로갈까머릿속이온통바다로 향하네요~
6월은대박을기원하며아쉬움을달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