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조 예정일을 앞둔 전날, 낚시가방을 꾸리는 일은 언제나 즐겁지요.
지루한 일상탈출에서 맛보는 자유의 해방감, 그 자유를 입고 나의 잔에 출렁이는 사람들과
코델리아를 찾으러 떠나는 일은 정말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레게 하고 달뜨게 합니다.
명징한 아침햇살 받으며 에머랄드빛 바다의 속살을 더듬다가 갑자기 두~두~둑둑!~~ 줄타기
시작하는 암팡진 청해홍어(靑海紅魚) 열기낚시...
마성적 매력으로 물고 늘어지는 요분질의 손 맛, '개'자로 시작하는 놈치고 제대로 대우받는
놈 없지만, 유일하게 '개'지기 붙으면 특별 대접받는 우럭낚시...
달빛 창가에 비춰지는 시루스 여인을 닮은 은빛 찬란한 반야가어(半夜佳魚)의 갈치낚시...
모두가 여행자들의 눈과 입을 살찌우게 하고 마음을 가볍게 해 주는 힐링 여행이 아닐 수 없지요.
* * *
3월 22일 저녁에 잉어꾼님 승용차로 완도에 도착했습니다.
다도해의 한 자락, 활기가 넘치는 완도항의 오색찬란한 밤 풍경은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답습니다.
도착하니 이미 이 날, 채선장 선단 가족들은 잡은 열기회를 썰어놓고 막 판을 벌이려던 참이었습니다.
예기치 않은 방문에 깜짝 놀라며 우리를 반겨 주었습니다.
이슬이 쭈~~욱 한 모금에 맛깔스럽게 떠 놓은 은백의 열기회를 초장에 찍어 입에 넣습니다.
행복감을 유발시키는 '엔드로핀'이 팍팍 분출, 긴 여행의 피로를 순간에 다 풀어줍니다.
파도까지 잠들어 조각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한 완도항 해변길을 걸어 여관에서 첫 여장을 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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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조 첫 날,
뒤늦게 합류한 라벤다님 일행과 몸뻬님을 낚시점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5시 정도에 출항, 비가 조금씩 내립니다만 그러나 바람이 없고 파고가 그다지 높지 않아 안심,
배는 눈썰매처럼 미끄러지듯 망해를 질주합니다.
이번에 첫 시도한 갈치 미끼입니다.
풀치급을 썰어 냉동시켜뒀다가 사용했는데, 반응은 좋았습니다.
갈치의 등지느러미가 바늘 아랫쪽으로 향하게 하여 물속에서
미끼의 자연스런 나플 거림을 극대화시키고자 하는 의도였습니다.
간결한 미끼로서 한입에 쏙 들어올 수 있어 입질 시 후킹력도 좋았습니다.
갑자기 초릿대가 처박습니다.
순간적 느끼는 긴장감, 50cm급이 넘는 개우럭이 아닌가.. 하여 떨굼이 걱정되어 바로 릴링 하였습니다.
그러나 올라온 이 40급 쏨뱅이였습니다.
알록달록 티베트 원주민 복장을 닮은 예쁜 쏨뱅이를 만지다가 그만 쏘여 고생을 했습니다.
쏨뱅이는 '쏨'은 '쏘다'의 뜻이라고 하네요. 등지느러미 가시에 독이 있어 쏘이면 피가 나면서 붓고 아립니다.
우럭도 마찬가지로 그런 경우가 있어 등가시에 쏘이지 않도록 조심하셔야 합니다.
첫날, 하선하여 낚은 쏨뱅이와 열기를 회를 떠서, 주도(珠島)를 배경으로 태광낚시 박 사장님, 우리 일행인
잉어꾼님과 함께 짭조름한 봄의 해풍을 맞으며 한잔하고 있습니다.
늦은 오후, 촐촐한 시간대에 쫄깃하고 감칠맛 나는 육즙 향으로 입을 호강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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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튿 날,
여수에서 낚시동무 김수진씨도 합류하여 반가운 포옹인사를 나눴습니다.
잔잔한 파도 위에 붉게 발하는 햇귀가 온 바다를 빨갛게 물들입니다.
어제 좀 잡아 놓은 것들을 손질하여 냉동시켜두었으니 한결 마음의 여유도 생깁니다.
찬란한 금빛 파도에 자유의 날개를 달고, 이런 유유자적 정경속에 어희(魚姬)들의 속살을 더듬는다는 것...
그리고 시계를 돌려 동심 세계에서 느껴보는 조우들과의 해락속에 나누는 한잔 술의 비단같은 목 넘김...
소박하고 평화스러운 다도해 바다 풍광을 통해 굳어가는 몸과 마음의 각화증을 부드럽게 치유하는 백신...
그래서 이런 가슴 낚시를 두고 누군가는 낚시를 한 편의 시(詩)와 같다고 하는 말이 실감나게 하지요.
줄줄이 줄을 타는 열기들을 바라보며 남해안 어부들이 즐겨 부른다는 만선가(滿船歌)를 불러봅니다.
올라온다~ ♪ 올라온다~ 우리 밥이 올라온다.~♬ 이 고기가 무슨고기냐~ ♩
처자식과 우리 부모 맛 줄 고기 고기 올라온다~ ♬
바다를 화수분으로 알고 사시는 어부처럼 나도 감정을 실어 나도 한번 불러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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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셋째 날
(신지도 동고마을, 수백년의 역사를 간직한 울창한 해송앞에서)
이틀을 낚시하고 하루를 쉬기로 했습니다. 그동안은 완도에 오면 낚시하고 귀가하기에 급급했죠.
그래서 비가 내리는 토요일, 가고 싶었던 신지도(薪智島)로 잉어꾼님과 함께 차를 몰았습니다.
이곳의 난대림은 한겨울에도 푸릅니다. 엄동설한에도 온통 진초록이니 봄기운이 완연한 지금은 그 초록들이
더하여 더욱 싱그럽습니다.
그런 신록에는 우리 마음에 참 기쁨과 희망, 그리고 얼은 마음에 햇살처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솟아납니다.
바다와 산이 맞닿아 선계(仙界)를 연상시키는 이곳 신지도의 풍광은 눈과 마음을 정화시켜 주네요..^^
薪智島 ... 아부할 줄 모르는 대쪽같이 곧은 선비가 사는 섬,
완도와 진도는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조선시대 유명한 유배지였지요.
진도는 붓을 다루는 문인들의 유배지였다면, 완도는 칼을 다루는 무인(武人)들의 유배지였다지요.
진도는 산이 별로 없고 기름진 옥토가 많아 책만 읽는 문인들을 귀양 보내 쉽게 농사를 짓게 하였고,
완도는 산이 많아 척박한 땅이라 상대적으로 힘이 센 장수들을 보내 농토를 개척케 하였다는 설이 있습니다.
중앙권력에서 밀려 천리길 유배를 떠난 사람들...
적막감과 두려움속에서 이들은 틈틈히 문장으로 예술로 승화시키며 한(恨)을 달래던 그분들의 애환의 숨결이
담긴 신지도를 그래서 눈으로 보는 섬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고 싶어 갔던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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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넷째 날, 일요일 출조 이야기
토요일 오후에 담양에서 출발한 반가운 조우, 후배 이경철군과 우렁각시와 함께 맛깔스런 남도의 음식과
이슬이, 그리고 썰어 준비해 뒀던 쏨뱅이와 열기회로 즐거운 저녁을 보내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일요일 새벽 완도항은 바람도 없고 별이 초롱초롱한 하늘이라 은근히 조황에 기대해 봅니다.
물때도 5물, 그런대로 물심도 괜찮고 하여 우리 넷은 바다를 향해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약 2시간을 달려 배는 멈춥니다.
합법적인 모르핀, 이 순간 머리속의 자유....
수평선에 뜬 아침해를 맞으며 폐 깊숙히 빨아 들이며 내 뿜는 연기는 우리들의 한숨이요 위로입니다.
몸에 그토록 해롭다는데 비싼 담배를 그렇게 피워대는 이유가 뭘까?....
소설가 김동인의 담배 예찬론을 옮겨봅니다. 이해가 되네요..^^
“백리(百利)가 있고도 일해(一害)도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정의하며 “생각이 막혔을 때에 한 모금의 연초는
막힌 생각을 트게 하고 근심이 있을 때에 한 모금 흡연은 그 근심을 반감케 한다.
권태를 느낄 때에 한 모금 흡연은 그 능률을 올리게 한다. 피곤할 때에 한 모금 흡연은 그 피곤을 사라지게 한다.
더울 때의 흡연은 그에게 양미(凉味)를 주고 추울 때의 흡연은 온미(溫味)를 주고 우중에 떠오르는 연초 연기는
시인에게 시를 줄 것이며, 암중(暗中) 연초는 공상가에게 철리(哲理)를 줄 것이며 꼽아내려 가자면 연초의
효용이라는 점은 수없이 많고 또 이 많은 조건이 결합해 인체에 끼치는 좋은 영향은 능히 사람의 수명에까지
좋은 결과를 줄 터이니, 연초는 가히 예찬할 자이지 금할 자가 아니다”며 담배의 ‘백리무해론’을 주창했다.
초록빛 바다, 잔잔한 파고... 날씨도 굿... 바다낚시에 그만인 삼박자 환상 날씨입니다.
몇번의 포인트에서 채비를 담갔지만 열기들의 반응은 싸늘....
3호 장 선장은 멀리 추자도가 보이는 곳으로 잽싸게 이동합니다.
여유있는 안내멘트로 이동을 한다고 하네요.. 이미 뭔가를 다 알고 있는 혜안의 눈빛... 기대의 조짐..
해수온 12'c보다 조금 높은 14.5'c의 포인트를 찾아 배를 휘젓어 안착시킵니다.
순간, 배의 중간에서 초릿대가 처박다 못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여기저기 요동치는 낚싯대를 부여잡고 신들린 무당처럼 같이 물속으로 같이 빨려 들어가는 순간에 릴링의
전동릴은 멈춰버리고 손으로 낑낑대며 감습니다.
우리의 꿈인 왕열기 올킬의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하니 어안이 벙벙합니다.
갑자기 쿠쿡!~ 쿠~~욱!~~ 바닥에 채비가 걸린 듯, 그러나 이어 물고 사정없이 처박는 이 진한 손맛...
가벼운 공포감과 황홀한 손떨림... 심장박동도 빨라지고... 드디어 해반닥거리며 드디어 올라 온 이 녀석들...
이 순간, 세속 잡사 다 잊게 하는 진정한 해우소로서, 그 먼길 달려오게 한 희열의 정체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횟감으로서 선도를 유지키 위해 바로바로 안락사 시킵니다.
그래야 고유의 어향이 보존되며, 피와 함께 비린내도 빠져버려 어체의 식감은 최상의 생태를 유지시켜 주지요.
배가 이동하는 타임을 이용, 간간히 썰어둔 쏨뱅이 회...
해풍에 크다 만 쥐악상추에 마늘과 고추 한조각, 그리고 아이스크림 같은 어회를 초장에 찍어 말아 입안에 쏙~~
영혼을 빨아들이는 강력 최음제처럼 이 달달하고 쫄깃한 맛은 우리 바다 낚시인들만의 갖는 행복이 아닐는지요..^^
이 포인트에서 올라온 열기들은 모두 왕열기들입니다.
이상하게시리 거의가 암컷이 아닌 배가 홀쭉한 수컷들입니다.
아마도 '열기 할아버지들의 노인정 춘계 나들이' 왔다가 몽땅 잡힌 것이 아닐까...ㅎㅎㅎ
요 며칠 동안 남해권 지역에서 오신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부산과 통영에서, 심지어 가까운 남해나 여수에서 오신 분들의 말씀이 그 지역의 열기보다 이구동성으로
완도권 열기가 왕열기 수준이라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군요.
같은 남해권인데 유독 이곳이 왕열기가 많은 그 이유가 뭘까?.... 궁금합니다.
혹여 나름 견해를 가지신 분들의 의견 내지는 자문을 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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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열기 냉동 및 진공포장 방법
낚아 온 생선들은 가급적 얼기 쉽고, 해동시키기 쉽도록 납작하게 포장해야 합니다.
손질 후 생선속에 남아있는 수분이 증발치 않도록 곧바로 밀봉 냉동이 좋으며, 소포장 단위로 랩이나
포리백에 담아 보관한 날자를 명기해 주시면 순번대로 꺼내 사용하기에 좋겠지요.
진공포장기기가 있어 그것으로 포장하면 장기간 보관이 용이하겠지만, 없으실 경우는 손질한 생선을
포리백에 넣어 물속에 담가주시고, 압축된 그대로 잘 꺼내어 밀봉해 주시면 진공포장기나 다름없는
효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생선 가시로 인한 구멍이 나거나 찢김이 없도록 손질해 주셔야 합니다.
아주 얇은 포리백은 두 겹으로 사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주야조사님 ,한편의 다큐드라마을 보는듯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편안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