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인한 비가 오락가락 하는 궂은 날씨지만, 계절의 흐름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모양이다.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시원한 공기가 느껴지고, 얼굴에 와 닿는 한낮의 바람도 후덥지근함을 벗어 던진 것 같다.
이제 본격적인 시즌으로 들어선 갈치낚시에 대한 기대가 발걸음을 제주도로 향하게 만들었다. 작년의 첫 갈치 출조는 시즌의 끝물에, 올해의 첫 갈치 출조는 조금 이른 듯이 느껴졌던 시점에 다녀왔기 때문에 기대치는 한껏 높아져 있는 상태…
지인들과 김포공항에 도착해 주차대행 서비스를 이용해서 차를 맡기고 항공사를 찾았다.
오후 3시 15분 비행기. 저가 항공사의 출현은 제주까지의 교통비 부담을 확 줄여 놓았다.
비행기에 오르자 스튜어디스들의 복장이 모두 청바지다.
“아니? 옷이 왜 그래요?”
“우리 회사 유니폼이거든요.”
헐~~ ‘치마를 입어야 예쁜데…’
“유니폼도 혹시 저가(低價)???” ㅋㅋㅋ
객쩍은 농담을 던지고 자리를 잡았다. 저가 항공이라 ‘안락함’을 원하지는 않았지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 RV 차량의 뒷자리보다는 편하고 리무진 버스보다는 오히려 조금 불편하게 느껴진다. ‘50분이면 가는데 뭐…’
제주공항에 도착하자 출조점에서 전화가 온다.
“조금 걸으시더라도 5번 게이트로 오실래요? 거기가 한적합니다.”
짐을 찾아 승합차에 오르자 곧 도두항이다. <어부지리>를 통해 이름을 익혔던 낯익은 배들이 모두 여기에 있다.
한라산을 등 뒤에 두고 항구를 벗어나자 파도가 제법 심하다. 뱃전으로 튀어 오르는 바닷물을 피해 선실로 들어와서 잠시 쉬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엔진소리가 잦아들고 풍이 내려간다.
이번 출조에는 아예 갈치 전용대의 사용을 포기했다. 손에 익어 불편함을 못느끼는 해검V 240에 전동릴은 시마노 3000H.
제일 좋아하는 동생의 것을 빌려왔다. 대중적으로 널리 보급되어 있는 기종이기 때문에 국산 전동릴과의 비교가 그 목적. 3000H가 갈치낚시에 무난하게 쓸 수 있다면 그 상위 기종은 당연히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전동릴 수심계로 15m권에 집어가 되어 있습니다. 더 이상은 내리지 마세요.”
서글서글한 인상의 선장님의 멘트가 흐르고 드디어 첫 입수.
차분히 채비를 정렬해서 내리고 탐색을 시도한다. 우선은 3000H의 권상력을 보기 위해서 60m권까지… 액정에는 1단계의 표시가 디지털로 뜨고 스풀은 구동을 시작한다. 속도가 마음에 든다. 잠깐잠깐 멈추기도 하지만 신경이 쓰일 정도는 아니다.
첫 입질. 고등어다. 고등어면 어떠랴. 맛있고, 지금은 비싸기까지 하다는데…ㅎㅎㅎ
고등어를 갈무리 해놓고 재차 입수. 60m권까지 줄을 내려보니 선장님의 멘트가 이해가 된다. 강한 바람의 영향이었는지 겉조류와 속조류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짝물이었던 것. 서로 다른 수심층을 공략하면 채비엉킴을 피하기 어렵다. 채비를 올릴 때도 역시 마찬가지이고… 어쩌면 갈치낚시에서는 최대의 적(敵)일지도 모른다.
집어가 제대로 되었는지 갈치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높은 파도로 심하게 꼴랑대는 뱃전에 섰노라니 살짝 멀미 기가 느껴진다. 애써 무시. 멀미에 덜미를 잡히면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 식사양도 평소보다 조금 줄이고 권해오는 술잔도 정중히 거절했다. ㅠㅠ
15m권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다가 입질이 뜸해져서 40m권까지 노려보기로 했다.
한꺼번에 줄을 다 풀어버리면 채비의 경사각이 커지면서 엉킬 염려가 있어서 10m를 내리고 줄을 잡아 채비를 안정시킨 후 다시 10m… 이런 식으로 40m를 내려 탐색을 시도하자 입질이 들어온다.
3000H는 여전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그 덕분에 자유로워진 양 손이 낚시를 참 편하게 만든다.
e렇게 편한 것을…^^*
간혹 2지급의 풀치가 섞이기도 하지만(10% 정도) 평균 씨알이 3지급을 넘을 정도로 씨알도 마음에 든다. 4지, 5지급의 씨알이 올라올 때면 절로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낚시에 집중하다가 문득 동행한 일행의 낚시 방법에서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져 뒤를 돌아보았다. 이런… 선장님이 15m권을 노리라고 하자 채비를 내려놓고 입질을 마냥 기다리고 계신다. 그런데 쿨러에는 나보다 많은 갈치들이… 허걱!!!
자리를 잠시 비우고 저속릴링 모드로 전동릴을 맞춰드리고 잠깐 낚시 방법을 말씀드리자 조업(?)에 탄력이 붙는다. 참 잘도 잡아내신다.
빨리 안가르쳐줬다고 투덜대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진다. ㅋㅋㅋ 죄송~~^^*
조업에 가까운 장르라 일행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렸던 모양이다. 반성 또 반성…
그렇게 모두가 만족하는 가운데 제주에서의 첫 갈치 낚시는 끝나가고…
제주의 풍광을 오랜만에 둘러보려고 일부러 오후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밤샘 낚시의 피곤함이 귀경을 서둘게 했다.
하기야 남자 넷이서 환한 대낮에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 아침부터 술을 푸기도 겸연쩍고…
해수사우나에 들러 꽁치냄새로 범벅이 된 몸을 깨긋하게 씻고 미리 준배해 간 옷으로 속옷까지 모두 갈아 입었다. 입었던 옷은 대형 지퍼백에 담아 보조가방으로...
갈치낚시를 가게 되면 갈아 입을 옷을 꼭 챙기시길.
예약을 앞당겨 올라가기로 하고 내 쿨러를 계근하자 이런… 오버차지만 74,000원.
무대뽀로 들이대며 깍아 달라고 통사정하자 일행 전체의 짐을 40,000원에 해주신다.
휴~~~~ 자칫 잘못하면 사람보다 갈치가 더 비싸질 수 있었던 상황을 흡족하게 정리하고 다시 집으로…
제주도에 가본지가 오래되었네요.올해는 갈치잡으로 꼭 가야할텐데...
채비는 몇단을 쓰셨고 단차는 몇m나 되었는지요.
그리고..ㅎㅎㅎ 잡은갈치는 어케 하셨나요.(혹 꼬랑지라도 한마리.ㅋㅋㅋ)
즐낚을 축하 합니다.